우리는 그를 ‘카메듀서’라 부른다_대구MBC 마승락 기자

 45 인터뷰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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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_ 2014년 1월 28일   장소_ 대구   인터뷰_ 대구MBC 도성진 기자   사진_ 대구MBC 한보욱 기자

그는 카메라기자이면서 기획, 취재, 촬영, 편집까지 도맡아 지난 2011년, 15개월의 제작기간을 거쳐 완성된 2부작 다큐멘터리 <고려 초조대장경>을 내놓았다. 지난해는 <고려인, 문명을 새기다>를 통해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를 만들어낸 우리 민족의 역량을 조명했다. 그는 카메라기자이자 프로듀서인 ‘카메듀서’다.

고려 활자에 푹 빠진 ‘전문가’

고려의 활자에 집중하며 대형 다큐 제작은 물론 『고려 초조대장경, 세상을 움직이는 다섯 가지 힘』이라는 책도 냈는데, 특별한 동기가 있습니까?
“지난 2011년은 고려 초조대장경이 조성된 지 천 년이 되는 해였습니다. 특히 초조대장경의 봉안처로 알려진 부인사도 대구 팔공산에 있습니다. 그러한 인연으로 초조대장경 다큐멘터리 제작을 하게 됐습니다. 취재를 거듭할수록, 마땅히 알려져야 했지만 그동안 숨겨지고 덮여왔던 고려 활자의 가치를 발견하며 일종의 사명감도 가지게 됐죠.”

지난 4년을 고려 활자와 함께 살아왔다 해도 과언이 아닌데 가장 큰 보람은 무엇인가요?
“팔공산 부인사 터는 이전에는 단지 역사 기록으로만 고려 초조대장경의 봉안처로 알려져 있었습니다. 그런데 그곳을 직접 발굴해 찾아낸 유물을 통해 부인사가 실제 존재했던 사찰이라는 점을 밝혀냈습니다. 또 초조대장경의 마지막 봉안처였고 몽골에 의해 불타 없어졌다는 것을 과학적인 방법으로 증명했습니다. 천 년 전에 소실된 고려 초조대장경 목판본 일부를 복원해 부인사에 영구 전시함으로써 부인사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우리 선조의 위대한 목판 인쇄술을 알리는 계기가 됐다는 점도 큰 보람이었습니다.”

이른바 고려활자 시리즈를 이어가고 있는데, 한 주제에 몰입하며 얻는 소득이나 느낀 점은 뭔가요?
“오늘날 세계 10대 무역국이자 IT 최강국 KOREA는 어느 날 갑자기 이루어진 것이 아닙니다. IT 즉 정보기술이란 새로운 정보를 저장하고 전파시키는 기술인데 그럼 지금부터 천 년 전의 IT는 무엇이었을까요? 그것은 바로 인쇄문화였습니다. 우리 선조들은 서역이나 중국으로부터 쏟아져 들어오는 새로운 정보를 빨리빨리 전파하고 저장하기 위해 인쇄술을 개발한 것입니다. 신라 시대 세계 최초의 목판인쇄본 ‘무구정광대다라니경’, 고려 시대 ‘초조대장경’과 ‘팔만대장경’, 세계 최초의 금속활자본 ‘직지심체요절’ 등 그 당시로서는 최첨단의 기술인 인쇄문화를 개발한 우리 선조의 문화적 역량이 오늘날 IT KOREA를 만든 원동력이었던 것입니다.”

기획부터 촬영, 연출… 정산까지

카메라기자가 해외 각국을 혼자 돌며 연출하고 촬영에 편집까지 하는 게 보통 힘든 일이 아닐 텐데 일련의 과정들이 어렵지는 않았나요?
“물론 직접 섭외하고 촬영 스케줄 잡고 공문 작성에서 정산까지 모든 것을 혼자 결정하고 해야 한다는 점에서는 힘도 들었지만, 제가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할 수 있다는 점에서 제작기간 내내 행복했습니다. 다만 제가 다큐 제작에만 매달려 있어서 영상취재팀 후배들이 저의 일까지 대신하느라 고생했을 텐데, 참고 이해해 준 점을 고맙게 생각하고 있습니다.”

본인을 카메듀서라고 부르는 이들이 많은데, 새 분야를 개척했다는 평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개척은 아니고 그전에도 몇몇 카메라기자분들이 이런 제작을 하셨습니다. 다만 역사 다큐멘터리라는 전문 분야를 카메라기자가 연출까지 했다는 점에서 부족한 점이 많아도 높이 평가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

카메듀서가 가진 장점은 뭐라 생각하시나요?49 고려초조
“카메라기자가 직접 연출까지 하다 보니 기획과 구성단계부터 글과 영상을 같이 생각하면서 제작을 할 수 있어서 완제품이 나왔을 때 내용을 쉽게 이해할 수 있고, 시퀀스와 시퀀스가 자연스럽게 연결되는 점 등이 장점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집을 지으며 건축가와 목수, 집주인의 마음을 두루 살필 수 있어 좀 더 친절한 집이 완성됐다고 보시면 될 것 같아요.”

기자 생활 동안 한 번 받기도 힘든 상인 이달의 방송기자상, 이달의 기자상,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 불교언론문화상 등 관련 상을 휩쓸며 큰 성과를 내셨는데….
“열악한 지역 방송의 환경 속에서 오랜 기간 제작을 할 수 있게 배려해 준 회사와 내 몫의 일을 도맡아 해주며 지원군이 된 동료 기자, 너무나 헌신적으로 제작에 참여했던 작가, CG, 기술 담당 등 제작팀원들의 공이 컸습니다. 저의 성과가 아닌 대구MBC의 성과라고 생각합니다.”

현장을 뛰는 최고참급 카메라기자로서 앞으로 하고 싶은 일, 동료들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습니까?
“기회가 된다면 고려의 금속활자 제작 방법이 그대로 전파돼 서양 최초의 금속활자본인 구텐베르크의 ‘42행 성서’의 인쇄술을 완성시켰다는 사실을 다큐멘터리로 제작해 전 세계에 알리고 싶습니다. 물론 여러 가지 증거도 찾아냈고, 수집도 하는 중입니다.
끝으로 카메라기자로서 바람이 있다면 기자는 현장에 있을 때 기자라고 생각합니다.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퇴직하는 그날까지도 카메라를 메고 사건, 사고 현장을 누비는 게 저의 작은 소망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