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영혼을 찾는 한 해가 되길


영혼을 찾는 한 해가 되길


 G1 강원민방 정동원 기자



새 달력을 건다. 떠오르는 해를 보며 많은 사람들이 소원을 빈다. 이제, 서른일곱. 나 역시 새해마다 많은 소망을 빌었다. ‘금연 ,절주 ,운동, 저축, 가족과 함께하기그런데 곰곰이 생각해보면 매년 반복되는 소원이다. 회사 일이 바쁘다, 몸이 피곤하다이래저래 부끄러운 게으름을 피우다 결국 올해도 같은 소원을 빌게 됐다. 다른 사람들에게도 특별히 좋은 날, 편안 날, 한가한 날 따위란 없는 법인데 그 놈의 바쁘고 바쁜 기자님이라는 핑계로 제자리걸음을 한 것이다. 남의 삶이 한결 쉬워 보이는 남의 떡 증후군이 어느새 몸에 밴 듯하다. 결국 소원과 소망, 바람은 스스로 정하고 스스로 만들어 가는 것이 아닌가 싶다. 올해는 예년과 다르고 싶다. 이제라도 깨우쳤으니 다행이다 싶지만 사실 올해도 잘해 낼 자신은 없다.


하지만 올해는 이것 말고 꼭 이루고 싶은 게 하나 있기는 하다. 내 영혼이 담긴 기사를 쓰는 것이다. 햇수로 10년차 기자가 갑자기 뜬금없이 이게 무슨 소리인지 싶겠지만 정말 그렇다. 평소 내 고민은 나는 영혼이 없나였다. 지방지 기자에서 중앙지 기자로, 다시 지역방송 기자로 끊임없이 변화하면서도 이뤄내지 못했던 것이 바로 기사에 영혼을 담는 일이었다.


기자가 사실만 전달하면 되지. 판단은 시청자나 독자들 몫 아니겠어.’ 항상 이런 식이었다.


설경구가 영화 실미도에서 절규하며 외쳤던가. “그것은 비겁한 변명입니다~”
맞다. 비겁한 변명이다. 인정한다. 데스크를 핑계로, 할애된 지면과 방송분량을 핑계로 대부분 그런 식이었다. 어쩌다 가끔 칭찬받는 기사를 써도 스스로는 만족스럽지 못했다. 내 기사에 내 영혼이 담기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람들은 기자가 쓴 기사에 대해 항의를 할 때 기자라면 사실을 공평하게 보도해야 하지 않나요라고 으레 말한다. 맞다. 기자는 항상 모든 입장과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균형을 잃지 않는 시각으로 진실에 접근해야 한다.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기자의 머리와 손, 입에서 나온 기사는 절대 중립적이지 않다. 기사 작성과 제작 의도가 분명하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동안의 난 상대방으로부터 항의를 받기 싫어 사람들이 소위 말하는 공정 보도(?) 뒤에 숨어 살았는지도 모른다.
올해는 이렇게 살고 싶지 않다. 적어도 다르게 사는 시늉이라도 하고 싶다. 더 이상 자괴감에 매일 밤 술로 머리를 마취시키고 담배로 가슴을 태우는 무모한 행동은 하고 싶지 않다.
세상은 한 번 금이 간 유리조각처럼 점점 더 작은 조각들로 나뉘어져 간다. 세상의 변화 속도가 너무나 빨라 어쩌면 70년대에 태어난 나조차 지금의 세상을 바르게 담아내기란 어려울 지도 모른다. 그래도 올해는 영혼을 담은 기사를 단 한 꼭지라도 쓰고 싶다. 이제 8개월 된 내 딸이 어른이 됐을 때 지금보다 조금은 더 살기 좋은 세상을 선물하기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