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얼음과 열정 사이

얼음과 열정 사이

아리랑 TV 송지선 기자

내 보물 1호가 뭐냐고 묻는다면 난 주저 없이 스케이트를 꼽을 것이다. (물론 방안을 가득 차지하고 있는 스노보드, 스키, 자전거, 스쿠버 장비도 내 몸만큼 소중하지만 ^^; 스케이트만은 기성품이 아니고 이 세상에서 하나밖에 없는 것이기 때문이다.) 날도, 부츠도 분홍색인 이 아이는 5년 전 뉴욕에서 근무할 때 부위별 치수에 맞추어 커스텀으로 주문 제작한 제품이다.

거의 대부분의 체육기자가 그러하듯이 나 역시 스포츠가 인생의 주축을 이루고 있다. 재무 쪽에 종사하다가 언론에 투신한 이유 역시 스포츠를 현장에서 느끼고 싶었기 때문임이 주된 이유였으니까

맨 처음 스케이트를 신었던 날을 기억한다. 추운 겨울 어린이대공원 야외 링크였다. 그리고 초등학교까지 스피드를 탔다. 물론 선수처럼 훈련한다기보다는 방학특강을 꾸준히 듣는 수준이었지만그러다 중학교 때부터 좀 더 재미있고 예뻐 보였던 피겨로 전향했다. 햇수로만 어느덧 15년이 훌쩍 넘었다.

스케이트의 매력이나 의미를 따지거나 얼음판에서는 다른 내가되는 것 같다는 말로 뭉뚱그리기에는 모자랄 장도로 스케이트는 삶의 매우 큰부분으로 자리 잡았다. 편성으로 따지면 어떤 개편에도 흔들리지 않는 고정프로그램이라고나 할까? 이사 갈 때도 그 인근에 빙상장이 있는지를 따질 정도니까

지금은 과천시민회관에 사물함을 임대해 장비를 모두 놓고 다니는데, 회사에서도 그리고 집에서도 20분이면 갈 수 있다. 가끔은 양재천을 따라 자전거를 타고가기도 하는데, 차로 가나 자전거로 가나 시간은 비슷하게 걸린다.

 

예측 불가능하고 불규칙한 근무 스케줄로 인해 레슨이나 강습은 거의 받지 못하는 상황이지만, 그래도 시간이 나는 대로 과천으로 향하고, 특히 새벽이나 밤 당직으로 반나절 정도 시간이 나면 바로 직행하는 편이다.

스케이트를 신고 있는 시간은 평균적으로 일주일에 5~6시간 정도라고 볼 수 있는데, 6시간을 쉬지 않고 탈 때도 있다. 주말 같은 경우는 오전 10시부터 6시까지(그야말로 개장 시간 내내) 밥 먹고 잠깐 쉬고 다시 타고심지어 링크를 옮겨서 타기까지 한 적도 있다.

무엇보다 스케이트는 계절이나 환경의 제약이 없어서 언제든지 타러 갈 수 있다는 점이 편한 것 같다. 실내 운동은 거의 하지 않는 나지만, 탁 트인 얼음판과 높은 천장, 또 땀이 나지 않고 시원하게 계속 즐길 수 있는 운동이 어디 또 있을까?

얼음 위에 설 때마다 설레고 두근거리지만, 구력이 늘어난다고 겁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레이백 스핀을 할 때는 뒤로 자빠질까 두렵고, 카멜을 할 때는 앞으로 고꾸라질까 두렵다. 하지만 내가 시도해보고 싶은 기술이 아직도 많이 남아있기 때문에 또, 더 매끄럽고 예쁜 자세로 타고 싶기 때문에 나는 다시 보호대를 차고, 끈을 묶는다.

최종 목표는 비엘만 스핀과 더블 악셀.

날이 갈수록 굳어가는 허리와 유연성을 볼 때 물론 힘들 수도 있지만 나에게는 평생이라는 연습할 시간이 남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