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어디가?] 올라보니 다르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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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의 매력을 느끼다

저울의 눈금이 정확히 100kg을 가리켰다. 군대 제대 이후 지속해서 늘은 체중이 최고점을 찍은 것이다. 체중도 체중이지만, 건강에 이상 신호가 와서 큰 결심을 하고 체중감량 계획을 세웠다. 육식 위주의 식단도 바꾸고, 하루 3리터씩 물을 마셨다. 평생 하지 않던 운동도 시작했다. 모처럼 세운 결심에 응원을 해주듯 부서 선후배들이 함께 지리산 종주를 했는데, 체중이 많이 나가 너무 힘들었다. 산을 오르는 내내 다시는 안 오리라 생각했는데, 막상 정상에 오르고 나니 자연이 주는 위대함에 매료되어 꼭 한번 다시 찾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리산 등산 이후 두 아이와 동네 뒷산 둘레길로 등산을 시작했다. 7살, 5살의 아직 어린아이들이라 등산이 어려울 거란 생각만 했는데 실제로 산에 올라보니 내가 생각한 것보다 꽤 많이 자랐다는 생각에 대견스러웠다. 작은 발로 산등성이를 치며 걸어 나가는 모습에 왠지 뭉클한 마음이 드는 건 부모라면 느낄 수 있는 뭔지 모를 감동일 것이다. 등산을 시작한 이후 체중이 점점 줄어들어 몸도 가벼워졌고 건강도 많이 좋아졌다. 다이어트 5개월 만에 18kg 감량.
요즘은 현장에 나가도, 오랜만에 만난 동창들을 만나도 다들 몰라보겠다는 말을 한다. 심지어 18년째 함께 사는 부인마저 지금의 내 모습이 어색하다고 하니 지금의 난 제2의 인생을 살고 있음이 분명하다.

서대문구 명산

서대문구에서 28년이나 살았지만 집 근처에 있는 안산은 한 번도 가보지 않았다. 얼마 전 연희동에 사는 지인의 권유로 친한 사람들 몇 명이 안산에 처음 오르게 됐는데 산도 완만하고, 나무 데크로 둘레길을 잘 만들어 놔서 등산하기 아주 좋은 코스라는 것을 알게 됐다. 그날은 둘째 아들 채민이도 함께 했는데 15kg 되는 아들을 캐리어에 메고도 정상까지 오를 만큼 쉽게 즐길 수 있는 곳이었다. 물론 운동 시작 이후 좋아진 나의 체력 탓도 있으리라…. 서대문구 안산은 독립문, 신촌, 연희동 등 여러 곳에서 등산로가 시작하기 때문에 접근성이 좋다. 그리고 산책로 중간마다 화장실과 식수대가 있어 편의시설도 좋고, 표지판도 잘 돼 있다.
예년보다 일찍 벚꽃이 피어 절정에 이른 주말. 그날을 놓치면 왠지 벚꽃을 못 볼 것 같다는 생각에 가족들과 안산을 찾았다. 집 가까이에도 산이 있는데 왜 꼭 먼 곳까지 가야 하냐는 아내도 산에 가득 핀 꽃을 보니 좋아하는 것 같았다.
산 입구부터 만개한 꽃들이 우리를 맞았다. 정상 봉수대까지의 높이는 295.9미터. 쉬운 길도 있었지만, 아이들의 체력도 테스트할 겸 조금 어려운 코스에 도전했다. 처음에는 의욕에 차서 올라가던 아이들도 종종 힘들어 하긴 했지만, 중간 중간에 쉬며 챙겨온 간식을 주니 두 아이 다 쉽게 정상까지 올랐다. 정상에는 이미 사람들이 가득했고, 시야가 좋은 날이라 서울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아빠가 국회 출입을 하면서 국회의사당만은 정확히 알게 된 우리 딸이 ‘국회의사당’을 손으로 가리킨다.
남산과 여의도가 너무 가깝게 보였다. 비록 낮은 산이었지만, 정상에 오른 감격을 느끼며 봉수대에서 아이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나니 갑자기 소나기가 쏟아졌다. 완벽하다 생각했던 우리 가족 첫 등반에 소나기라니…. 어른들끼리라면 내리는 비를 맞는 것도 추억이라 여기겠지만, 어린아이들이 감기라도 걸릴까 중간에 있는 정자까지 급히 뛰어 내려가기로 했다. 나는 둘째, 아내는 큰 애를 챙겨 뛰어 내려오는데 빗방울이 점점 굵어졌다. 정자에 도착하니 우리처럼 비를 피하는 사람들로 가득했다. 일기 예보에서도 비 소식은 없던 걸로 봐서 잠깐 스쳐 가는 소나기라고 생각하고, 조금 쉬고 있으니 비는 금세 멈췄다. 다시 짐을 챙겨 산 아래로 내려가는데 올라갈 때는 다람쥐처럼 잘 올라갔던 둘째 아이가 다리가 풀렸는지 자꾸 넘어졌다. 손을 꼭 잡아주고 내려오는데도 자꾸만 다리가 꼬이며 넘어질 것 같은 모습을 보니 아직 아가 이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고, 그 모습이 귀여워서 한참을 웃었다. 별것 아닌 일상, 그것도 가족에게는 행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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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의 꿈

등산을 시작하며 꿈이 생겼다. 가족과 지리산 종주를 하는 것이다. 아이들에게 자연을 알려주고 싶어 캠핑도 하고, 등산도 가지만 지리산 종주를 하며 느낀 그 성취욕과 자연과 일체 되는 느낌을 내가 사랑하는 우리 가족에게도 느끼게 해주고 싶다.
당장 봄부터는 무거운 장비들도 다 버리고 백패킹부터 시작하려고 한다. 오토 캠핑하겠다며 사 모은 장비들이지만, 캠핑 3년 차가 되어 보니 장비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는 걸 알게 됐다. 요즘은 장비를 다시 줄이며 미니멀 캠핑을 준비하고 있다.
우리 아이들이 지리산에 오를 날이 언제가 될까? 물론 그때는 아빠 혼자 가라며 주말에 집을 지킨다고 하거나, 친구들과 시간을 보낸다고 할 수도 있겠지….
또 지금은 상상도 할 수 없을 만큼 키가 훌쩍 커 듬직해진 아이들의 모습일지도 모르겠지만, 아빠와 함께 한 추억들이 삶의 큰 원동력이 되길 바라며 난 오늘도 아이들과의 주말 계획을 세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