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베노믹스’ 현장 체험_SBS 박상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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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간: 2013년 6월 8일~15일
•방문 장소: 일본 일본노동정책연구소(JILPT), 한국문화원, 고모로누보비끼 딸기농장, 농업기업 ‘토푸리바’(Top River), 스튜디오 하드디럭스, 지브리 미술관, 경제산업성 앞 원전반대 텐트촌 등

 

연수 가기 전 기대한 것들

일본은 1964년 도쿄 올림픽 이후 56년 만에 올림픽을 유치하려 하고 있다. 그래서 도쿄 거리를 걷다 보면 곳곳에서 2020년 하계올림픽 유치를 기원하는 광고문을 쉽게 볼 수 있다. 오는 9월 발표 예정으로 스페인의 마드리드, 터키의 이스탄불이 경쟁도시다. 갑자기 올림픽 이야기를 꺼낸 건 최근 일본 사회의 최대 화두인 ‘아베노믹스’와 관련이 있기 때문이다. 올림픽은 오랜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고 경기를 부양하기 위한 아베노믹스 성장전략의 성공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 중의원 선거에서 압승하며 정권을 탈환한 자민당 아베 신조 제2차 정권이 내세운 경제부흥 플랜인 아베노믹스. 자체 평가는 나름 좋은 것 같지만, 외부에서는 적잖은 우려의 시선도 존재한다. 그렇다면 실제 일본에서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자리 잡고 있고 구현되는지, 시민과 언론의 반응은 어떤지, 1주일이라는 짧은 기간을 통해 깊이 알 수는 없겠지만 ‘백문이 불여일견’! 직접 현장에 가서 보고 듣고 느껴보겠다는 마음으로 연수를 신청했다.

아베노믹스란 무엇인가?

현 일본 수상인 아베 신조의 성姓 ‘아베’安倍와 ‘경제’economics를 합쳐 만든 단어로 아베 수상에 의해 추진되고 있는 일본의 경제정책을 말한다. 과거 미국에서도 레이건 대통령의 ‘레이거노믹스’, 영국에서는 대처 전 수상의 ‘대처리즘’이란 단어가 나온 적이 있다. 아베노믹스는 이번에 나온 말이 아니다. 2006년 제1차 아베 정권 당시 나카가와 히데나오 자민당 간사장이 처음 썼던 말이지만 당시에는 정착되지 못했다. 하지만 6년이 지나 지난해 연말 이후 아베노믹스는 일본의 어린아이들까지 알게 될 정도로 유명해졌다.

title19-2아베노믹스는 ‘3개의 화살’(3本の矢)이라는 키워드로 정리되는데, 3개의 화살이란 1) 디플레이션을 극복하기 위한 무제한 금융완화 2) 기동적 재정확대 3) 성장전략을 말한다. ‘잃어버린 20년’으로 대표되는 경기침체를 극복하기 위해 무제한으로 돈을 풀어 인플레이션을 일으키고, 엔화가 시중에 풀리면 풀릴수록 엔화 가치는 떨어질 것이므로 자연스레 엔저로 이어진다는 것. 그럼 기업들의 가격경쟁력은 강화될 것이고 수출이 늘어나 국민소득이 늘게 되니, 그로 인해 늘어난 세금으로 국가 재정을 안정화시키는 것이라고 요약할 수 있다. 3개의 화살이 한데 어울려 위력을 발휘하면서 이 시나리오대로 간다는 것이 골자다.

아베노믹스는 국민의 기대감을 높였나?
이번 교육에서 실제 아베노믹스의 전반적 정책과 관련된 강의는 3개였는데, 하나같이 아베노믹스의 성공을 낙관했다. 연수 사전 교육에서 『산교産業타임즈』 엄재한 한국지국장은 “20년 동안 일본은 불황을 참고 지냈고, 민주당의 미숙한 경제·사회운영에 실망한 국민들이 아베를 지지했다.”고 역설했다. 아베노믹스의 성공 가능성도 80% 정도로 예상했다. 일본 교육 둘째 날 강의였던 ‘아베노믹스와 일본 경제전망 1·2’에서 후지하라 일본 리서치 연구소 연구원은 “아베노믹스의 첫 번째, 두 번째 화살은 성공적이고, 이제부터 세 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이 성공하느냐가 중요하다.”고 말했다. 최근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입시학원 강사의 유행어 “이마데쇼(지금이죠)~”를 인용하며 “소비가 살아나고 있다.”고도 했다. 호황을 맛본 버블세대가 소득이 늘 것을 예상하며 소비를 이끌고 있다는 것이다.

아베노믹스 정책을 이론적으로 뒷받침한 인물인 다카하시 요이치 가에쓰대 교수는 한 술 더 떴다. 경제학 수업을 방불케 하는 전문용어 사용으로 수강생들의 머리를 아프게 한 다카하시 교수는 “미국, 유럽 모두 양적완화를 추진했고 실패한 예는 없다. 일본 경제는 2년 뒤 목표를 향해 잘 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개인적으로 아베노믹스는 80~90% 성공을 할 것으로 본다. 최근 등락을 거듭하는 증시는 결과에 별 다른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며 전망에 관한 질문을 일축했다. 이들의 예상이 맞고 틀리고를 떠나, 아베가 지난해 연말부터 아베노믹스를 주장하면서 엔이 떨어지고 주가가 오른 것은 사실이다. 그런데 양적완화 조치로써 엔을 찍어낸 것도 아닌데 이런 일이 벌어졌고, 이는 국민의 기대감이 만든 결과라며 한껏 고무된 모습이었다.

아베노믹스는 어떻게 구현되고 있나?
이번 교육 과정에 아베노믹스로 인해 수출입 등에 영향을 직접 받고 있는 산업 현장은 들어있지 않았다(도요타 자동차를 섭외하려 했으나 난색을 표해 좌절되었다는 안타까운 사연을 들을 수 있었다). 하지만 ‘3번째 화살’인 성장전략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으로 꼽히는 농업개혁 부분에 대한 내용이 교육 과정에 포함돼 있었다. 우리나라도 마찬가지지만 일본도 쌀 소비와 생산이 모두 줄고 있다. 농업인구의 60% 이상이 75세 이상으로, 이런 상황이 10년 안에 변하지 않으면 일본 농업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라는 분석까지 있다.

교육 둘째 날 들었던 ‘일본의 공격형 농업’에서 일본 정부도 앞으로 농지를 집약해 운용하고 전문성을 갖춘 농민을 육성하는 것이 일본 농업의 가야 할 길이라고 했다. 이런 배경을 이해한 상태에서 연수단은 ‘일본 농업의 새로운 방향’이라고 불리는 두 곳을 찾았다. 먼저 나가노長野현의 고모로 누노비끼布引 딸기 농장. 365일 딸기를 생산하는 곳으로 유명하다. 구라모토 츠요시 사장은 개나 고양이를 기르듯 “딸기가 생산을 계속할 수 있도록 교육한다.”는 표현을 썼는데 성장 환경을 맞춰나가 지속적으로 생산하는 식으로 이해하면 되는 듯했다. IT기술과 데이터 등을 이용해 인공 환경을 구축하고 1년 내내 광량, 온도 등을 맞춰 생산하는 것도 물론 쉽지 않은 부분이었지만,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생산량을 시기에 맞춰 조절해 낸다는 것이었다. 태국 등에도 재배 방식을 수출할 정도의 이 농장은 IT와 바이오 기술의 융합으로 효율성을 높인다는 아베노믹스 농업의 첨병처럼 느껴졌다.

농업인구의 고령화가 심각한 상황에서 ‘경쟁력 있는 농업 경영인’을 만들어 내기 위한 회사도 등장했다. 농산물을 생산, 판매하면서 한편으로 전문 농업인을 교육한다는 ‘토푸 리바’Top River는 직원을 최장 6년까지 교육한 뒤 독립시킨다. 이 회사는 직원이 독립하기 전에 특정 소비자와 중간 유통단계 없이 연결해 주는데, 졸업생들의 연평균 수익이 우리 돈 약 5천 5백만 원에서 1억 원까지라고 했다.

 

日 언론은 아베노믹스를 어떻게 바라보나?


“아베노믹스의 뜻은 몰라도 단어는 어린아이들도 모두 알고 있을 정도다.” 연일 일본 신문과 방송은 아베노믹스 이야기다. 하지만 실제 국민들이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체감하는 것 같지는 않다. 한국 기자들과의 간담회에서 NHK 기자들은 “(엔저로 이득을 본)일부 대기업들만 아베노믹스의 효과를 누리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들은 백화점에서의 명품 소비 증가 등도 나타나고는 있지만 ‘착시 현상’이 아니냐고 분석했다. 경기가 상승할 것이라는 기대감이 올라간 것은 맞지만 실질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없다는 말이다.

하지만 그들의 실제 기사에서 이런 내용을 보기는 힘들다. 일본 언론들은 아베노믹스에 대해 비판적인 기사를 그다지 내놓고 있지 않다. 실제 외부에서는 아베노믹스의 부작용 등 우려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수출기업과 달리 엔저로 원자재를 수입하는 회사는 경영상태가 악화되는 등 업체 사이에 분열 양상을 보이고 있다. 국채금리 인상으로 주가는 급락하고 있다. 하지만 정작 일본 내부에서는 조용하다. 언론들이 나서지 않기 때문이다. 이번 교육과정 가운데 들어 있었던 원전 사태에 대해서도 『아사히신문』 등을 제외한 일본의 이른바 메이저 언론사는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16일 원전 반대 시위에 도쿄 도심에서 수천 명이 참여한 가운데 이뤄졌지만, 방송에는 단 한 컷도 나가지 않았다.

한 일본인은 “3·11 동일본 대지진 이후 어떤 문제가 터졌을 때 일본 언론은 분석만 해놓고 논평이나 대안은 정작 내놓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일본 환경단체 관계자는 “동일본 대지진 당시 일본 언론은 후쿠시마 원전의 심각성을 알고도 기사를 내보내지 않았고, 외신을 통해 일본인들이 상황을 알게 된 것도 있다.”고 말했다. 이렇듯 국민의 알 권리나 정부에 대한 감시보다는 국익을 우선하는 일본 언론의 스탠스가, 아베노믹스가 그릇된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상황에 일조하고 있는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연수에서 얻은 것들

방송사 견학이 첫 일정이라 ‘아~ 별거 아니구나.’라고 생각했지만, 결국 마지막에는 3시간에 걸친 릴레이 원전 강의까지 다양한 커리큘럼은 교육생들을 괴롭혔고, 보고서 제출이라는 숙제는 서서히 압박으로 다가왔다. 이번 연수를 통해 일본의 현재 경제상황은 물론 노동, 환경, 콘텐츠 산업 등 다양한 모습을 짧은 시간이나마 볼 수 있어 매우 유익했다. 또 연수의 주제인 아베노믹스에 대해 보다 잘 알 수 있는 기회, 그리고 좀 더 공부를 해야겠다는 마음을 갖게 해 준 동기부여는, 현지 연수만이 줄 수 있는 장점이 아닌가 한다. ‘1주일 가서 얼마나 보고 배웠겠냐?’고 말할 수도 있겠지만, 가지 않은 것보다는 낫다. 앞으로 이런 주제와 관련된 뉴스를 할 때 더 적극적이고 자신 있게 임할 수 있을 것 같게 해준 점 또한 수확이다. 이런 좋은 기회를 주신 방송기자연합회 김유석 회장님과 현지에서 말 안 듣는 기자들 인솔하느라 고생하신 김진영 교육실장님, 아침부터 밤까지 교육생들을 챙기신 김경유 현지 코디, 천일화 현지 통역께 고생하셨고 감사하다는 말을 이 자리를 빌어 전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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