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층 뉴스·테마 뉴스로 다른 길 간다”_유석조 KBS 보도본부 보도전략팀장

 [인터뷰_ KBS의 전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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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시_ 2013년 10월 25일  장소_ 서울 여의도  인터뷰_ 박성호 본지 편집위원장

최근(10월 21일) 가을 개편과 함께 KBS 뉴스가 변화를 시도하고 있는데 특징은 뭡니까?
크게 세 가지 줄기를 잡고 있습니다. 우선 앵커를 14년 차, 10년 차 정도로 낮췄죠. 어차피 공영방송은 국민 모두를 상대하는 것이고 젊은 층, 30~40대 시청 층의 저변을 확대시킨다는 측면에서 뉴스의 얼굴을 젊게 한 게 하나 있고요. 두 번째는 특히 9시 뉴스에서 올해 들어 쭉 해오던 뉴스의 테마화, 심층화를 강화한 측면이 있습니다. 세 번째는 1TV를 뉴스와 정보 중심 채널로 하면서 오후 3시 낮 시간대에 1시간짜리 <뉴스토크>를 편성해 종편에 대한 대응은 물론이고 24시간 언제든 뉴스 속보에 들어갈 수 있는 체제를 완성했습니다.

“백화점 나열식 뉴스론 타사와 차별화 안 돼”

9시 뉴스의 심층화, 테마화는 어떤 걸 지향합니까?
올해 취재부서, 편집부서, 보도전략팀이 뉴스개선 TF를 만들었어요. 사실 MBC가 뉴스를 8시로 옮기면서 이제 경쟁자 없이 9시에 뉴스를 하게 됐고, 시청률도 20% 가까이 나오니까 가만히 있어도 되는데, 그럼에도 고민하게 된 배경은 이제 8시가 메인 뉴스 시간대가 될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 때문이었습니다. 우리가 9시에 가만히 안주하는 동안 사람들은 8시에 뉴스 보고 9시엔 드라마를 본다든가 다른 활동을 한다든가 해서 아예 시청 패턴이 바뀔 수 있다는 거죠.
그러면 우리도 8시로 가든지, 9시에 할 거면 좀 다른 뉴스를 해야 하고…. 그래서 9시에 어떤 뉴스를 할 것인가를 고민했죠. 늘 지적된 백화점 나열식의 1분 20초짜리 리포트를 똑같이 하면 항상 MBC, SBS보다 1시간 늦은 뉴스를 하게 됩니다. 지금은 KBS가 1등이라고 얘길 하지만 언젠가는 아닐 수 있다는 고민에서 뉴스를 다르게 가기로 했고, 그래서 잡은 길이 8시에 MBC, SBS가 ‘이런 일이 발생했습니다.’라고 하면 9시엔 KBS가 ‘자, 이게 어떤 의미가 있고, 뭐가 중요한지에 비중을 두고 별로 안 알아도 될 건 빼고 중요한 것 위주로 깊게 들어가자.’는 것이죠.

심층 뉴스의 구체적 포맷은 어떤 겁니까? ‘이슈 앤 뉴스’는 경쟁사에 큰 영향을 미쳤는데요.
네, ‘이슈 앤 뉴스’는 이미 정착했죠. 그런데 ‘이슈 앤 뉴스’는 완전한 기획성이 많고 제작에 품이 많이 들죠. 그래서 오늘 발생한 것들 중에서 좀 더 중요한 것들을 빨리, 심층적으로 다룰 수 없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요. 내부적으로는 ‘미니 이슈’라는 이름으로 좀 가벼운 리포트 2개에 기자가 VR(Virtual Reality)로 출연하는 식의 포맷이 있었습니다. 거기에 이번 개편부터 ‘9확대경’이라고 타이틀을 달았습니다. 품도 비교적 적게 듭니다. 그게 가능해진 게 MBC나 SBS는 이미 오래 전부터 스튜디오 DLP(Digital Lightning Processing)를 많이 활용했는데 저희는 이번 개편 때 장비가 새로 들어왔습니다. 이전까지는 VR 하려면 그래픽 준비가 번거로웠는데, 이제는 앵커 뒤 배경에 화면 깔아놓고… 편해졌죠.

‘앵커 앤 리포트’라는 코너도 있죠?
그동안 심층 리포트라고 하면 1분 40초에서 2분 정도로 약간 늘리는 식이 많았죠. 인터뷰 하나, 기자 멘트 하나 더 들어가는 수준에서 그쳤는데, 어느 정도 기본적인 팩트 설명을 앵커가 미리 해주고, 기자 리포트에서는 좀 더 깊이 있는 리포트를 할 수 있도록 포맷을 개발한 게 ‘앵커 앤 리포트’입니다. 앵커 멘트 자체가 하나의 완결된 메시지가 되고 기자 리포트에서 ‘더 들어가는’ 거죠. 배경이나 원인 분석 같은 것으로.
부장들이 하는 ‘데스크 분석’도 심층화 쪽으로 KBS가 목소리를 내자는 취지에서 도입됐습니다. 사실만 나열하지 말고, 이슈가 제기되면 이게 과연 무슨 의미냐를 짚어주자는 거죠. 신문은 사설 같은 데서 이런 걸 하지만, 방송에서는 잘 안 하던 부분이죠. 근데 이게 쉽지만은 않더라고요. 하면서 정착이 돼가고 있는 상황입니다.

“큐시트 짤 때부터 테마 위주, 덩어리별로”

‘이슈 앤 뉴스’ 같은 심층물 제작에 대한 기자들의 만족도는 어떻습니까?
취재도 힘들고 제작에 품이 많이 들고, 또 ‘정말 이슈가 있으면 하겠는데 매일 하다보니까 보기에 따라 이슈가 아닌데 하는 것도 있다.’ 이런 불만도 있었어요. 이제는 어느 정도 정착이 되면서 기자들이 ‘아, 이건 1분 20초나 꼭지 2개로 하기엔 좀 그렇고, 더 크게 벌릴 수 있겠다.’ 이런 식으로 접근할 수 있는 탈출구가 됐죠. 해외 사례도 보고, 특파원이나 다른 부서와 협업도 하고, 기자가 직접 나와 설명도 하고. 기자들 평가는 괜찮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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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이가 긴 심층물은 시청률 그래프 상 뚝 떨어지지 않습니까?
저는 1분 20초 리포트가 반드시 나쁘다고 생각하진 않습니다. 시청자들이 소화하기 제일 좋은 형식으로 한국문화 속에서 특화된 형식이기 때문에 나쁘다고만 보지 않아요. 방송사가 자초한 측면도 있죠. 시청자들이 거기에 길들여졌기 때문에 갑자기 4, 5분 리포트를 접하면 힘들죠.
‘이슈 앤 뉴스’처럼 긴 것도 아이템이 괜찮으면 오히려 9시 다른 아이템보다 시청률이 더 높을 때도 있어요. 꼭 길이의 문제가 아니라, 어떤 아이템을 다루느냐 또 어떻게 다루느냐의 문제입니다. 처음에 ‘이슈 앤 뉴스’가 기존에 뉴스로 나온 것을 모아 짜깁기, 정리한 형식이 많았을 때는 시청률이 떨어졌어요. 그래서 있었던 얘기들을 ‘라운드 업’하는 정도에서 벗어나 새로운 팩트들을 개발해서 제공하는 데 집중했고, 제작기법도 지루하지 않도록 많이 노력했습니다. 지금은 ‘이슈 앤 뉴스’라고 시청률이 떨어지진 않죠. 어느 정도는 유지합니다.

그래도 여전히 9시 뉴스의 대부분은 1분 20초 리포트가 20여 개에 달하던데, 리포트 수를 확 줄이는 변화는 고려하지 않습니까?
뉴스개선 TF에서도 그런 논의가 있었지만, 뉴스를 한꺼번에 뒤집어엎는 건 굉장히 어려운 일입니다. 점진적으로 ‘9확대경’, ‘데스크 분석’ 등 많은 시도를 하고 있고, 이게 검증되고 정착되면 늘려가는 형식이 될 겁니다. 60분 동안 뉴스를 하다보니까 기본적으로 1분 20초짜리가 많이 들어갈 수밖에 없는 구조더라고요.
그래도 큐시트 짤 때 1번 테마, 2번 테마, 3번 테마 등등 나름대로 테마 위주로 기준을 세웁니다. 덩어리별로 가려고 노력해요. 편집회의 끝나고 나서 ‘축조회의’에서 보도국장, 편집주간, 9시 편집부장이 테마 위주로 ‘가르마’를 타는 거죠.

<뉴스라인>은 십여 년 전부터 출연·대담을 특화해 왔고, 지금 종편은 낮 뉴스, JTBC는 메인 뉴스에 그런 코너들을 시도하는데, KBS도 메인 뉴스에 그런 시도를 할 계획이 있습니까?
글쎄요…. 사람 출연하는 건 3시 <뉴스토크> 같은 데서 소화하고 9시는 그렇게까지는 좀….
뉴스별로 역할 분담이 돼 있군요?
그렇죠. 저녁 7시 뉴스는 스트레이트 위주의 리포트, 즉 그동안 했던 백화점식 뉴스로 합니다. 오히려 7시에서 그렇게 하면 MBC나 SBS 8시 뉴스보다 1시간 빠른 뉴스죠. 시청률도 13% 가까이 나오니까 MBC, SBS 메인 뉴스보다 높습니다. 그렇게 <뉴스7>에서 발생 뉴스에 대한 요구는 해소하고, <뉴스9>는 좀 더 심층으로 들어가고, 11시 반 <뉴스라인>에서 뒷얘기나 배경을 설명해 심층화를 추구하는, 나름대로 뉴스의 역할을 나누게 된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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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ad and report에서
talk and tell로”

저도 뉴스개선 TF를 해 봤지만, 백화점식 나열 뉴스를 탈피하려면 뉴스의 생산, 공정단계부터 바꿔야 하는 문제에 부딪힙니다. 어떻습니까?
저희도 논의를 많이 해왔는데 참 어렵더라고요. 오랫동안 뉴스 제작의 관성과 문화, 제작 방식이 습관처럼 돼 있기 때문에…. 이슈 중심으로 가려면 취재도 출입처가 아닌 이슈 중심으로 하도록 시스템이 선행돼야 하고, 제작공정도 지금처럼 취재기자 혼자 기획부터 취재, 기사작성, 편집까지 1인다역一人多役 하는 시스템에서 벗어나야죠. BBC는 뉴스 프로듀서가 리포트하는 기자를 선택해 전체를 ‘어레인지’하는 그야말로 프로듀싱 개념이 들어가잖아요.
그나마 저희들은 ‘이슈 앤 뉴스’나 ‘9확대경’의 제작을 돕도록 편집부에 뉴스 기획팀을 따로 두고 기자 네 명을 배치했어요. 취재 단계부터 VR 구현 방식이나 현장 스탠드업 같은 것을 상의하거든요. 뉴스를 바꾸려면 취재, 제작 시스템이 구태를 벗어야 하는데… 시간이 걸리겠죠.

KBS는 과거에 대팀제를 했다가 폐지했는데 뭐가 어려웠습니까?
저도 그 조직개편에 관여했었고 거기에 애정도 있거든요. 이상적인 세팅이긴 한데, 돌이켜보면 준비가 좀 덜 됐었다고 봐요. 팀장, 부장, 국장 같은 관리직이 있고, 한편으로 취재 현장에서 오랫동안 전문성을 갖춘 사람들이 갈 수 있는 루트가 있어야죠. 그렇게 나이 들어서도 전문화된 기자로서 남을 수 있는 문화나 백업 시스템이 갖춰진 다음에 대팀제로 갔으면 별 문제가 없었을 텐데…. 보직이 굉장히 줄어들면서 선배들의 상실감과 반발도 있었고….

미시적인 얘기로 마무리하죠. NHK나 BBC의 리포트는 우리보다 배 이상 긴 리포트들이 많은데 지루하지 않고 흡인력 있다는 평을 듣습니다. 한국의 뉴스도 포맷처럼 큰 것만 바꿀게 아니라 스토리텔링 방식에도 변화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있는데요.
KBS 보도국 차원에서 움직이는 방향은 기존의 뉴스 포맷 즉, ‘리드 앤 리포트read and report’ 형식에서 ‘토크 앤 텔talk and tell’로 가자는 겁니다. 읽어주는 뉴스에서 말하고, 보여주고, 프레젠테이션하는 뉴스로 바꾸자는 거죠. 1분 20초 리포트는 읽는 뉴스만으로는 별문제가 없었는데 긴 뉴스로 가려면, 읽어주는 뉴스론 듣기 어렵습니다. 그러니까 말하고 이야기해 주는 쪽으로 가야죠. 그런 의미에서 제가 판단하기엔 BBC가 리포트를 길게 하면서도 흡인력 있는 비결에는 얘기를 들려주는 스토리텔링 형식의 기법이나 포맷이 들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식으로 가자고 내부에서는 어느 정도 얘기가 되어 있는 상태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