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노우 폴’이 정답일까?_SBS 권영인 기자

20-1 디지털콘텐츠

20-2 권영인방송이 잘하는 것 살렸더니…

올 초 이른바 ‘크로스미디어’에 도전했다. 아는 게 하도 없어서 이것저것 뒤져봤다. 그 유명한 뉴욕타임스의 ‘Snowfall’을 봤고, 가디언의 ‘Firestorm’도 알게 됐다. 그렇게 따라 하는 게 크로스미디어고,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 생각했다. 몇몇 국내 언론사도 그렇게 흉내 내고 있었다.

그런데 일을 할수록 불편했다. 억지로 흉내 내고 있자니 답답했다. 10년 넘게 방송장이로 살다 보니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란 ‘넘사벽’인가 싶었다. 의문스러웠다. ‘이게 정말 답인가?’, ‘이거 정말 해야 하나….’, ‘하긴 해야 하는 것 같은데….’ 제법 오래 고민했다. 하지만 결론은 좀 허무하지만 간단했다. ‘우리가 잘하는 것 잘하기.’20-3 8초영상

이런 생각은 소치 동계올림픽 기간에 해봤던 ‘8초 영상’의 반응을 보고 더 확실해졌다. 당시 페이지 ‘좋아요’가 10만도 안됐던 SBS 뉴스 페이스북에서 8초짜리 영상 하나에 몇 백만 명이 반응을 보였다. TV로 보면 모자란 감이 없지 않았지만, 온라인 환경에서는 고사양이 아닌 이 투박한 짧은 영상도 유통이 가능했다. 괜히 복잡한 인포그래픽과 더 복잡한 텍스트로 무장된 크로스미디어를 만드느니 방송장이가 잘하는 영상을 중심으로 한 ‘인터랙티브 뉴스’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크로스미디어는 틀렸다

선택한 콘셉트는 ‘풍부해진 방송 뉴스’였다. TV로 나간 방송 뉴스를 인터넷 환경에서 다시 보기 할 때 풍부한 정보를 얹어서 깊이 있게 볼 수 있도록 도와주자는 취지였다. 텍스트 기반에 그래픽과 영상을 얹은 게 아니라 동영상 기반에 텍스트와 인터랙티브한 요소를 얹었다. 이름은 ‘스마트 리포트’로 붙였다. 10초 안팎의 인터뷰는 길게 올리고, 다양한 정보와 그래픽을 동영상에 덧붙였다. 그러나 이 콘텐츠는 실패했다. 아는 사람들이 별로 없으니 분명 실패한 거다. 하지만 선택한 전략은 아직도 틀리지 않았다고 믿고 있다.

방송사에는 어마어마한 동영상 콘텐츠가 있다. 만약 디지털 미디어를 운영하는 사람들이 방송사 영상 보관소에 오면 어떤 기분일까? 아마도 입에 군침이 잔뜩 고이지 않을까? 동영상 콘텐츠 제작소가 신문과 디지털 미디어를 뒤쫓아 갈 이유가 없다. 게다가 많은 인력과 자본이 디지털 콘텐츠 제작에 투입될 수 없는 한국의 언론 현실에서 몇 달에 걸쳐 겨우 한두 개 만들 수 있는 크로스미디어는 더더욱 미래가 아니다. 이미지가 대세인 페이스북에서 동영상을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소비하는 나라가 한국이다.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안착하면 한국의 동영상 뉴스 콘텐츠 수요는 더 급격하게 늘 것으로 전망한다.

‘인터랙티브’ 과욕은 금물

단, 동영상의 해체와 재가공은 불가피하다. TV에서의 화법과 온라인 디지털 콘텐츠의 문법은 엄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어떻게 해체하고, 어떻게 재가공하느냐가 관건이다. 지금의 방송 뉴스 다시 보기 수준의 콘텐츠로 디지털 스토리텔링을 구현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개인적으로 아주 훌륭한 교본은 피키캐스트Pikicast1)라고 생각한다. 그들이 디지털 환경에서 구현하고 있는 디지털 이미지 문법을 동영상으로 구현해낸다면 일상적이고 순발력 있고, 효과적인 동영상 디지털 스토리텔링 모델 하나가 나올 것으로 생각한다. 만약, YTN의 <돌발영상>이 조금만 늦게 태어났더라면 아주 훌륭한 디지털 스토리텔링의 한 모델이 됐을 것이다. 하지만 시대를 앞서갔다.

21-5 피키캐스트21-4 SBS스마트리포트또 다른 동영상 디지털 스토리텔링에 대한 생각은 ‘인터랙티브’에 대한 욕심을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구조적으로 플레이어에 의존하는 동영상 콘텐츠는 선형적인 스토리텔링이다. 반면 인터랙티브한 요소는 비선형적이다. 텍스트와 이미지로 구성된 콘텐츠는 비선형적이라 동영상보다 인터랙티브한 요소에 덜 간섭을 받는다. ‘간단명료한’ 수준을 벗어나는 인터랙티브 장치는 동영상 스토리 라인을 흐리게 할 뿐이다. 하지만 디지털 스토리텔링이라는 개념은 늘 ‘인터랙티브’를 잊지 못하게 한다.

방송 뉴스를 온라인 시장에서 어떻게 유통시킬 것인가에 대한 명쾌한 답은 아직 찾지 못했다. 찾았다면 난리가 났겠지(^^). 좋은 기사를 쓰면 어떻게 해도 유통이 된다. 하지만 TV를 보지 않는 사람들에게 뉴스를 더 쉽고, 더 가깝게 접근할 수 있는 길을 뚫고, 더 흥미롭게 볼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은 미룰 수 없는 과제다. 다음 기회에는 방송 뉴스의 디지털 스토리텔링 ‘성공기’를 쓸 수 있기를 내심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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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피키캐스트는 대중이 관심 가질만한 짧은 동영상과 이미지를 편집해 제공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