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집광? 한국 언론의 고고학자!_KBS 대전 김점석 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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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황주성(방송기자연합회)

일 시| 2013년 4월 8일

장 소| 대전

 

지난 4월 5일부터 23일까지 대전 프랑스문화원 대흥동 분원에서 열린 ‘기자, 너 무엇을 남겼나?’란 전시회에서 KBS 대전 김점석 부장은 개인소장 언론자료 300여 점을 공개했다. 언론자료 수집 30년, 그 안에 담긴 이야기가 궁금해 대전을 찾았다.

 

언론야사의 발굴

 

김점석 부장의 전시회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05년과 2010년 언론자료 전시회를 열어 그동안 모아온 자료를 공개한 바 있다. 그런데 그 많은 수집 주제 중에 왜 하필이면 ‘언론’이었을까? 30여 년 전 우연히 발견한 자료 때문이다. ‘언론이란 무엇인가’를 놓고 고민하던 시기, 선배 언론인들의 흔적을 찾아내 목록의 빈 공간을 채우면 답이 나올 것만 같았다고 한다.

 

“기자 초년병 시절, 서울의 프레스 센터에 들렀던 적이 있습니다. 『언론관계 문헌색인』이란 자료를 봤는데, 구한말부터 1970년대 말까지 발행된 언론 자료들의 목록이었어요. 확인해 보니 목록에는 있지만, 실체가 없는 자료가 여럿이더라고요. 그 빈 곳을 채우는 일, 왠지 내가 해야 할 일로 느껴졌습니다.”

 

그 이후, 그는 시간을 쪼개 전국의 언론자료를 수집하기 시작했다. 헌책방과 골동품점, 고서점을 비롯해 자료가 있는 곳이라면 어디든 달려갔다. 신문, 잡지, 방송 원고와 대본, 각종 장비… 각 시대를 치열하게 살아온 언론인의 흔적은 다양한 형태로 존재했다.

 

지면과 전파 이면에 감춰진 야사를 추적하다 보니 때론 주머니가 가벼워졌지만, 소중한 역사를 발굴해냈다는 기쁨은 마력과도 같았던 모양이다.

 

“언젠가는 월급을 다 쏟아 부은 적도, 월급으로는 부족해 마이너스 통장을 만든 적도 있습니다. 하지만 희귀 자료를 손에 넣었을 때의 그 뿌듯함은 말로 다 할 수 없지요.”

 

많은 언론자료 수집에는 노력과 우연이 교차했다. 쉽게 구할 수 있는 자료도 있었지만, 우여곡절 끝에 손에 들어온 자료도 적지 않았다.

 

“영남일보 이목우 기자가 쓴 취재, 비평집인 『시대풍』이란 책이 있습니다. 6·25 전쟁 당시의 사회상을 담은 책인데, 우연히 들른 독립문의 헌책방에서 발견했어요. 70대 노인이 주인이었는데 팔라고 청하니, 절대 안 팔겠다고 합디다. 그래서 작전을 짰죠. 동정심을 유발하고자 비가 오든 눈이 오든 바람이 불든 책방 문턱이 닳도록 오갔습니다. 그렇게 오간 지 5년째, 어느 날 책을 가져가라고 하더라고요.”

 

신사동 어느 골동품점에서 우연히 구한 대한민국 최초의 ‘텔레비전 소개 리플릿’도 기억에 남는다. 이렇게 발품을 팔아 정성들여 수집한 자료들은 언론의 흔적을 쫓는 그에게도 한국 언론사 차원에서도 의미가 컸을 뿐 아니라,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감동이 되기도 했다.

 

“광복 이후인 1946년경에 상당한 인기를 끌었던 <똘똘이의 모험>이란 어린이 라디오 연속극이 있었습니다. 오래된 프로그램이라 관련 자료를 찾는다는 것은 상상도 못 할 일이었죠. 그런데 그 대본을 경매를 통해 정말 어렵게 구했어요. 지난 전시에 내놓았는데 언론에 보도돼 화제가 됐어요. 그 내용을 보고 당시 똘똘이를 연기했던 성우로부터 연락이 왔습니다. 만나서 보여드렸더니 무척이나 감격스러워 하시더라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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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로 본 그 시절 기자들

 

김 부장이 모은 자료 속에는 기자들이 바라본 사회와 그 시대를 살았던 기자들의 다양한 풍경이 펼쳐진다.

 

“대구매일신문 편집국장을 했고, 1970년대 초에 문화방송 사장을 지낸 최석채 기자가 쓴 『서민의 항장』이라는 책이 있어요. 50년대 시대상을 다룬 책인데 ‘공직자들이 부정을 저지르는데 처벌도 제대로 안 한다.’, ‘경제대국으로 부흥하는데 도덕성이 부족하다.’ 등 지금과 판에 박은 듯이 똑같은 시대의 풍경을 이야기합니다. 수십 년의 시간이 흘렀는데 말이죠.”

 

그렇다면 그 사회를 기록했던 기자의 모습은 어떨까?

 

“경향신문, 민족일보, 대한일보에서 사회부장을 지내 ‘영원한 사회부장’이라 불리는 오소백이란 분이 계세요. 그분의 자전적 이야기를 담은 『올챙이 기자 방랑기』라는 제목의 책이 있습니다. 그 책에 보면 광복 이후 반민족행위자로 불리던 친일파들이 구명운동을 벌이며 기자들을 매수하던 이야기가 나와요. 당시만 해도 없이 살던 기자가 대부분이라 그들에게 술을 사주고, 돈이 든 봉투를 쥐어줬죠.

주인공 올챙이 기자는 요즘으로 말하면 수습기자를 말하는데, 촌지를 받자마자 ‘기자가 돈 봉투를 받는 것은 처녀의 정조를 잃어버리는 것이다.’라며 내팽개치는 대목이 나옵니다. 지사형 기자들이 많았던 시대의 풍경이죠. 반면 또 다른 책을 보면 그 시대에도 의식이 없는, 비판정신이 없는 기자를 가리켜 사이비 기자, 무골기자로 칭했던 모습도 발견됩니다.”

 

이 밖에도 술을 좋아하는 기자들의 이야기, 생활이 불규칙한 기자에게는 딸 안 주겠다는 이야기 등 기자와 관련된 다양한 에피소드가 여러 책 속에 녹아 있다. 배경은 몇십 년 전이지만 지금의 기자사회와 비슷한 모습들이 눈에 띈다.

 

언론자료 수집 30여 년, 그에게 수집은 평생의 일이 됐다. 요즘 들어 관심을 갖는 부분은 한국전쟁 당시 우리나라를 찾았던 전 세계 종군기자들의 기록을 모으는 일이라고 한다. 이미 수많은 자료로 채워진 그의 집은 포화상태지만 수집을 멈출 생각이 없다. 그간 모은 자료로 박물관을 만들라는 이야기도 듣지만, 자신만큼 이 자료를 아껴 줄 누군가가 나오기 전까지는 선뜻 내키지 않는다고.

 

마지막으로 물었다. 그는 자신의 수집을 어떻게 생각할까?

 

“기자가 남긴 기록은 스토리이자 히스토리입니다. 기자의 기록들을 통해 시대의 아픔과 애환, 수난의 역사, 고단했던 지난 삶을 돌아볼 수 있죠. 이렇게 수집을 통해 전달된 역사가 다음 세대가 돌아볼 수 있는 하나의 거울이 되었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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