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주 한 병, 한 해 지친 당신을 위로하리!_KBS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연말연시를 앞두고 해마다 이맘때면 빠지지 않는 뉴스 아이템이 바로 ‘술’이다. 송년회 등 연말 술자리가 많아져 간 기능이 망가지고, 뚱뚱해진다는 뉴스는 이미 단골메뉴다. 심지어 필름이 끊기는 ‘블랙아웃’이 발생해 자칫 치매 위험까지 높인다는 내용은 공포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이젠 이조차도 내성이 생겨 애교로 봐줄 터. 이렇게 연말연시 술 마시지 말라는 스테레오타입 메시지에 대항해 도전장을 내민다면 무모한 걸까?

마음을 기쁘게 하는 ‘알코올’
한 해 동안 발로 뛰며 다양한 사람들을 취재하고 상대하느라 지친 기자들, 어떻게 위로를 받으란 말인가? 사람이 공기 없이 살 수 없고, 물 없이 살 수 없듯 술을 빼고 삶을 이야기할 수 없다. 사람이라는 존재가 원래 관계를 맺어가면서 자기의 정체성도 확립하고 여러 가지 희로애락을 경험하게 된다. 이를 통해 자신의 감정이나 스트레스도 풀어갈 수 있는 것이다.
그런데 술이 얼마나 관계를 애틋하게 해주는가? 함께 고생한 직장 동료뿐 아니라 고등학교, 대학교 친구들과 어울려 스트레스를 풀 때, 연인과 단둘이 대화할 때, 심지어 혼자서 마시고 싶을 때 술이 없다는 건 상상할 수 없다.

한두 잔의 술, 치매 확률 절반으로 낮춰
서론이 너무 길었다. 폭음만 하지 않으면 좋은 사람들과 나누는 한두 잔의 술은 스트레스 해소뿐 아니라 의학적으로도 유익하다. 네덜란드의 에라스무스대학 연구팀에 따르면 매일 1잔에서 3잔 정도의 술을 마시는 사람은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치매에 걸릴 확률이 절반 가까이 낮아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술을 하루 6잔 이상 과음하는 사람은 오히려 치매 위험이 1.5배 높아졌다. 소주 반병까지는 좋은데, 소주 한 병은 과하다는 이야기다. 과한 양의 알코올이 매일 뇌를 적시면 뇌세포가 쪼그라들어 알코올성 치매를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적당한 양은 ‘피떡’이라 불리는 혈전을 풀어주고, 혈중 콜레스테롤을 감소시킨다. 혈관이 막혀 생기는 혈관성 치매에 대해 예방 효과를 보이는 것이다.

오래 기억하는 데 도움을 준다?!
미국 국립노화연구소 연구팀이 50세 이상 3천5백여 명을 대상으로 18년 동안 음주, 흡연 등 생활습관을 조사한 뒤 지능검사를 해봤다. 그 결과, 하루 한 잔정도 술을 마신 사람은 평소 술을 전혀 마시지 않는 사람에 비해 정신기능이 보존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구체적으로 보면 한 달 평균 1.8ℓ 이하의 술을 마신 사람은 더 많이 마신 사람이나 전혀 마시지 않은 사람에 비해 주의력, 집중력, 기억력 면에서 점수가 높았다는 것이다. 정신기능의 퇴화를 막는 적당한 음주 효과가 입증된 셈이다.

적당한 술은 심장에도 ‘약’
술과 심장은 어떨까? 술과 사망률의 관계는 유명한 ‘J 곡선’으로 살펴 볼 수 있다. 하루에 마시는 술의 양이 0잔일 때보다 2~3잔일 때 사망률이 10~20% 감소하지만, 4잔부터는 잔수와 비례해 증가한다. 심근경색 발생 위험도 하루 한두 잔일 때는 절반으로 낮아지지만, 잔수가 늘면서 크게 높아진다. 치매와 마찬가지로 적당하면 약, 과하면 독이라는 이야기다. 알코올이 갖는 심장 보호 효과 역시 나쁜 콜레스테롤을 억제해 혈관이 노화되지 않도록 하고, 소량의 알코올이 혈관을 확장해 혈압을 낮춰 심장 혈관이 좁아지는 걸 방지하는 원리다.

종합해보면 의학적으로 권하는 술의 양은 3잔 이하이고, 아무리 많이 마셔도 6잔까지 괜찮다는 이야기다. 술의 종류는 상관없다. 하루에 소주는 소주잔으로 3잔, 맥주는 맥주잔으로 3잔, 양주는 양주잔으로 3잔까지 마시면 이 안에는 알코올 30g 정도가 들어있는 셈인데 이건 보약인 셈이다. 그렇다고 한두 잔의 술로 한 해 동안 쌓인 스트레스를 풀라고 하면 너무 야박하지 않은가? 의학적으로 최대 6잔이라고 하니 도수 낮은 소주로 한 병까지는 괜찮다. 동료와 술잔 부딪치는 짠함도, 술잔 기울이며 웃고 떠들며 눈물짓는 추억도 이때 아니면 없다. 어디 7, 8월 한여름에 이런 기분 느낄 수 있겠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