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호 기자의 포토에세이] 통도사 홍매화

56 꼭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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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3월 초….
양산 통도사 홍매화가 예쁘다기에 사진 놀이 삼아 다녀왔었습니다.

먼 길을 달려 도착하여 보니 홍매화 한 그루 밑에 20여 명이 몰려서 사진을 찍고 있었습니다.
모두들 하늘을 보며 한 폭의 동양화와 같은 사진을 만들어보려 애쓰는 모습이었지요.
그러면서 서로 밀치고 짜증내고, 주변의 작은 들풀들을 마구마구 짓밟고….
배려할 줄 모르는 마음가짐으로 무슨 아름다움을 담아낼 수 있을까요?
똑같은 장소에서 똑같은 시각으로 그렇게 서로 다투며 찍어봤자
인터넷에 떠도는 몇몇 사진을 흉내내는 것에 불과한데 말입니다.

예전에 봤던 영화 <죽은 시인의 사회>의 한 장면이 떠오르더군요.
로빈 윌리엄스가 연기한 키팅 선생이 기억나시나요?
제가 떠올린 장면은 갑자기 교탁 위에 올라선 키팅 선생의 말이었습니다.

63“내가 이 위에 선 이유는 사물을 다른 각도에서 보려는 거야.
이 위에서 보면 세상이 무척 다르게 보여.
못 믿겠다면 너희들도 한 번 해봐.
어떤 사실을 안다고 생각할 땐 그것을 다른 시각에서 봐.
틀리고 바보 같은 일일지라도 시도를 해봐야 해.”

세상 이치가 그러한 것이 아닐까 생각해봅니다.
같은 현상이라도 다른 시각에서 보면 달리 해석될 수도 있다는 것.
그러나 인생철학을 논하기엔 제 머리가 너무도 짧아
그 날 저는 그저 남들과 다른 각도에서 홍매화를 보려고만 했습니다.
또 그렇게 달리 표현한 홍매화 사진에
나름대로의 생각을 담아 어쭙잖은 글로 낙서질을 했습니다.

불탑 부여안고 무엇을 기원하나?
영원은 보이지 않고 찰나는 눈앞인데….
허공 향해 내민 손엔 무엇이 있는가?
저린 가슴 깊은 곳 핏빛 그리움 한 줌….

SBS 뉴스텍 서경호 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