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경호 기자의 포토에세이] 몽당연필

초등학교 시절
교문 앞에서 가내수공업으로 만든 연필을 팔던 분이 있었다.
아이들에게 선전할 요량으로 연필을 깎아주셨는데,
칼로 깎아내는 그분의 솜씨는 당시 어린 눈에 가히 예술이었다.
참으로 날래고 예쁘게 깎던 그 손놀림이 지금도 눈에 선하다.

그런 기억 때문인지 가끔은 궁상맞게 연필을 깎아 쓴다.
여러 가지 좋은 연필깎이들이 많지만, 굳이 커터칼을 이용해서…
연필 몸체가 깎여나가며 풍겨오는 나무 냄새는 언제 맡아도 향긋하고,
연필심을 다듬을 때의 그 사각거림은 귀청을 간질이는 귀이개의 유혹 같다.

깎고 또 깎아 쓰다가 손에 쥐기조차 불편할 정도가 되면
끝까지 쓴답시고 볼펜 깍지(볼펜대)에 끼워서까지 사용하게 된다.
그러다가 그조차도 사용하기 어려울 정도로 작아지면
결국은 연필과 볼펜 깍지를 분리하게 되는데
그 모습을 보면 정말이지 앙증맞다는 말이 딱이다.

배시시 미소 하나 입에 물고
아무 생각 없이 턱하니 노트북 키보드에 올려놓고 보니…

히야~~~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만남…

몽당연필 한 쪼가리로
추억의 작은 부스러기를 만나도 보고,
디지털의 한가운데 서 있는 아날로그의 끝자락도 만나본다.

SBS A&T 서경호 부장(영상취재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