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운 미디어 모델, 언론 지망생들의 혁신안

지난 1월 30일 토요일, 넥스트저널리즘스쿨1) 우승자 선발을 위해 마지막 발표를 이어가고 있던 연다혜 씨의 목소리는 떨리고 있었다. 흐느끼듯 설명을 이어갔지만, 끝내 눈물을 보이지는 않았다. 꾹꾹 눌러 참고 있는 듯 보였다. 장내는 숙연했고, 듣고 있던 수강생들은 눈빛으로 그를 위로했다. ‘내가 미디어를 창업한다면?’이라는 질문에 연 씨는 “암 환자와 가족이 함께 만드는 참여형 미디어를 만들 것이다.”라고 답했는데, 그것은 어머니를 위한 선물과도 같은 구상이었다.
암 환자를 위한 그의 미디어 기획은 몇 년 동안 품고 있었던 듯 세밀하고 구체적이었다. 그는 ‘암을 예방하는 습관 10가지’ 수준의 정보로는 암 환자에게 도움이 안 된다고 말했다. 암 종별로 명확한 타깃팅이 이뤄져야 하고, 이를 위해 디지털 기술을 동원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어머니의 경험 사례를 들면서 ‘삼중음성유방암의 호르몬 치료 개발이 더딘 까닭’ 수준까지 타깃팅과 전문성이 확보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려면 의사와 기자의 협업이 필요했고, 환자들의 참여가 온라인으로 이뤄져야 했다. 광고에 의존하지 않고 항암 물품 중개수익으로 지속성을 도모해야 한다는 수익모델조차도 훌륭했다. 그 자체로 이미 완결적인 미디어의 모습을 띠고 있었다 해도 과언은 아니다.
또 다른 공동 우승자의 기획을 듣고서는 아차 싶었다. 그는 기자들의 ‘망각의 습관’을 표적으로 삼았다. 범람하는 정치 뉴스의 홍수 속에서 반드시 꺼내 읽어야 할 한 달 전, 일주일 전의 뉴스를 상기시키는 미디어를 만들겠다는 게 그의 포부였다. 자연어 처리, 텍스트 마이닝Text Mining, 게이미피케이션Gamification 등 기술적 용어를 동원하며 설명을 했지만, 그가 말하려던 핵심은 속칭 ‘냄비’라 여겨지는 기존 언론의 생산, 유통 구조를 바꾸겠다는 것이다. 정보의 홍수가 단축시킨 망각의 주기를 테크놀로지의 조력을 받아 극복하겠다는 그림이었다. 기술적 이해도 높았고 구현 방법도 꽤나 치밀했다. ‘난 왜 놓치고 있었을까….’ 반성문을 써내려가고 싶은 심정을 불러낼 만큼 문제의식도 깊었다.
거창한 담론보다 독자 편익 추구하는 미디어
20대 언론 준비생, 그들이 만들고 싶어 하고, 공감하는 미디어의 모습은 이렇게 달랐다. 거대한 담론, 위대한 저널리즘이 조그마한 1단 기사까지 오롯이 스며든 거창한 미디어의 모습이 분명 아니었다. 병마에 시달리는 어머니의 쾌유에 보탬이 되는 신뢰할 만한 치료 정보, 냄비처럼 들끓다 식어버리지만 반드시 되새겨야 하는 과거의 뉴스들. 그들이 만들고 싶은 미디어에는 이런 내용들이 담겨있었다.
그들은 여느 고시생들처럼 당면한 입사 시험(언론고시)을 위해 상식 교과서와 씨름하고 논술을 습작하고 있었다. 그렇지만 그들이 꿈꾸는 미디어는 그 너머를 향했다. 현실과 바람의 괴리는 ‘내가 창업하고 싶은 미디어’라는 질문을 만나면서 이렇게 지워졌다. 그들의 미디어는 현실 속 언론이 채워주지 못하는 빈 공간을 적나라하게 까발리고 있었다.
그들이 처음부터 그러한 구상을 갖고 있었는지는 알 길은 없다. 다만 한 가지는 분명했다. 입교 당시만 하더라도 예닐곱 명을 제외한 50여 명의 넥스트저널리즘스쿨 수강생들은 고루할만큼 전통 저널리즘에 집착했다는 사실이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은 이를 염두에 두고 커리큘럼을 기획했다. 먼저 그들이 배워오고 믿어왔던 몇 가지 신화를 겨냥했다. 이를테면 객관성과 균형이라는 메타포다. 물론 그들의 생각을 바꾸겠다는 의향은 없었다. 진실을 좇는 다양한 접근과 철학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사례로 전달하고픈 마음이 전부였다.
대신 전통 기자들의 경험만을 보여주고 싶지는 않았다. 그래서 픽션과 논픽션의 경계에서 뉴스의 영역을 넘나드는 다양한 콘텐츠 제작자들 혹은 엔지니어들과의 만남을 주선했다. 72초 데스크나 VR 저널리즘, 데이터과학이 대표적이다. 이들은 언젠가 뉴스의 영역을 파고들거나 혹은 뉴스를 그들 콘텐츠의 하부 아이템으로 활용할 주체들이다. 어차피 만나게 될 기자들의 경쟁자들이기도 했다.
기성 언론은 다양한 재능을 수용할 수 있을까
수강생들의 평가는 썩 괜찮았다. 95%가 친구들에게 이 저널리즘 코스를 추천하고 싶다고 했다. 수료한 수강생들은 현재 서너 팀으로 나뉘어 각각 독자적인 프로젝트를 진행 중이다. 어떤 팀은 데이터 저널리스트가 되기 위해 통계 분석 프로그램인 ‘R’ 스터디를 하고 있고, 다른 팀은 직접 소셜 영상 뉴스를 제작해보는 도전을 감행하고 있다. 창업에 발 벗고 나선 이들이 있다는 소식도 들린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이 기대했던 결과들이다.
디지털 시대의 저널리즘은 다양한 탤런트를 지닌 인재들이 협업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민감한 이슈를 텍스트로 탁월하게 표현하는 기자와 데이터를 예리하게 분석해 사건의 본질을 캐내는 기자가 만나야 하는 시대다. 콘텐츠 엔지니어링을 통해 독자들에게 이해하기 쉬운 포맷을 제작하는 개발자와 소통 지향적인 사용자 인터페이스를 디자인하는 이들이 뉴스룸에도 진입해야 하는 시점이다. 넥스트저널리즘스쿨이 기여할 수 있는 길이라면 바로 이런 협업의 조합을 외곽에서 지원하는 것이 아닐까 한다. 준비가 되어가는 학생들을 현업 기자들이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는지는 확신이 서지 않는다.


1) 주최: 블로터, 한겨레21  후원: 구글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