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재난’을 막는 언론의 역할, 심층탐사보도_전남대 김균수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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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3세월호 참사는 안전 불감증과 위기관리 시스템의 오작동 등 우리 사회 곳곳에 걸쳐있는 크고 작은 모순들이 얽혀 있는 사건으로, 피해 당사자뿐만 아니라 일반 시민들로 하여금 불안과 분노 그리고 좌절을 동시에 갖게 한 역사적 사건으로 기록될 것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언론이 결정적인 순간 오보를 속출함으로써 어두운 민낯을 드러냈다는 사실은, 정보제공이라는 본연의 임무를 과연 우리 언론에 맡겨도 되는지 의아하게 만든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세월호 참사는 향후 국내 언론의 미래가 어떠해야 하는지에 대한 진지한 성찰의 기회, 즉 ‘4·16 모멘텀’으로 작동해야 한다는 점에서 그 의미가 결코 작지 않다.

세월호 참사는 초기 구조의 난맥상, 관리 및 감독의 부실, 진상규명 및 정부 약속에 대한 불신 등이 여전히 ‘진행 중’인 사건이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것은 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일회성’ 다짐이 아니다. 유명무실한 재난보도준칙이 언론인 실천강령으로 자리 잡도록 하는 노력과 함께, 사건에 대한 지속적인 심층탐사보도로 유사한 재난을 ‘막는’ 언론의 역할이다. 본고는 이러한 노력의 일환으로 우선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재난보도 문제점을 역사적으로 짚어본 후, 심층탐사의 틀에서 세월호 보도 평가를 하고, 끝으로 재난을 보도하는 해외언론의 사례를 통해 재난을 맞는 언론의 역할에 대한 저널리즘 실천의 함의를 얻고자 한다.

 

고질적 문제점 반복한 ‘세월호’ 보도
역사적으로 국내 언론의 재난보도가 그리 좋은 평가를 받지 못했음은 주지의 사실이다. 지난 20여 년간 서해 훼리호 침몰사고(1993년), 삼풍백화점 붕괴(1995년), 대구지하철 화재 참사(2003년), 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2014년) 등 규모의 차이는 있을지언정 비슷한 참사를 겪었지만, ▲속보 경쟁과 정부 발표 받아쓰기 ▲유언비어를 확대하는 보도 ▲피해자 및 가족의 인권에 대한 고려 없이 2차 피해를 부른 보도 ▲분풀이를 조장하는 보도 ▲선정적인 보도 ▲오보 중계 등이 국내 언론의 고질적인 문제로 지적된다.

이번 세월호 보도 역시 그런 고질적인 문제들이 그대로 노출됐다. 단순화해서 말하면 과거 비슷한 참사와 이번 세월호 참사 보도의 차이는 취재인력의 증가를 제외하곤 하나도 바뀐 것이 없다는 비판이 있다. ‘전원 구조’ 오보는 사고 초기 결정적인 구조 대응에 혼선을 초래함으로써 대형 참사를 낳게 한 주요 원인으로 지목된다. 정부 발표에 대한 정확한 검증 없는 ‘받아쓰기’ 저널리즘, 심지어 선체 내 시체가 나뒹굴고 있다는 식의 유언비어 및 선정적인 보도, 피해자의 신원이 노출되는 2차 피해, 사고의 책임을 선장 및 선원의 과실로 몰아가는 분풀이식 언론의 고질적 관행이 이번에도 그대로 반복되었다.

 

24시간 재난방송이 낳은 ‘재난’
특히 이번 세월호 참사 같은 재난이 발생하면, 방송사는 종일 방송 편성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이러한 보도 경향은 앞으로 재고가 필요하다. 왜냐하면, 갑자기 늘어난 편성 시간을 채우려다 보니 취재 인력이 부족하게 되고, 속보 위주의 보도는 물론 비슷한 내용이 반복된다. 재난 상황에서 더욱 중요한 심층탐사보도는 오히려 배제되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실제로 세월호 참사 발생 초기 9일간의 국내 방송사의 보도 경향을 분석한 필자의 연구 결과에 의하면 기획기사의 비중이 지극히 낮았다(KBS 1.6%, MBC 0.2% 등의 결과가 나타났다. 시기적으로 사건 초기이고, 전수조사가 아닌 샘플링 조사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재난 관련 심층보도가 제대로 이루어지고 있지 않다는 사실을 드러낸다).

특히 오랜 기간 24시간 특보체제가 지속되면서 앵커나 기자의 말실수가 잦았다. 이는 방송사 및 뉴스 자체의 신뢰도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에서 신경을 써야 하는 부분이다. 일부 방송사의 앵커와 기자는 감정적이며 흥분된 상태에서 뉴스를 전달했다. 아울러 뉴스의 핵심 내용을 요약해 제공한다는 점에서 뉴스 자막의 중요성은 점점 증가하고 있는데도, 일부 방송사에서는 추론적 성격이 짙은 자막의 빈도가 높았다. 무엇보다 오보가 많았음에도 불구하고 오보 인정에 대한 언급이 적었을 뿐만 아니라, 사과는 거의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 같은 분석의 결과는 재난보도에 있어서 우리 언론이 지닌 고질적인 문제의 반복을 재확인시켜준다. 뿐만 아니라 유사한 재난이 똑같이 재연되고 있다는 좌절스러운 현실은, 우리 사회의 어두운 환경을 감시하는 언론의 본질적 문제, 즉 심층탐사보도 결여의 문제와 직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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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난 때 빛을 발한 미국의 심층탐사보도
2005년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를 강타한 허리케인 카트리나를 대하는 미국 언론의 성숙함은 우리 언론에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특히 미국 언론의 차분한 재난 보도와 함께 사건 이후 지속적으로 이루어진 심층탐사보도가 빛을 발했는데 이러한 보도 노력은 미국 언론에 주어지는 최대 영예인 퓰리처상으로 귀결되었다. 일례로, 미국 루이지애나 주 뉴올리언스의 타임스 피큔The Times-Picayune과 미시시피 주 빌록 시의 선 헤럴드Sun Herald라는 지역신문 두 곳은, 허리케인 당시 신문사옥이 물에 잠기고 직원들이 모두 대피하는 어려움 속에서도 카트리나 참사현장을 생생히 보도한 공로로 2006년 퓰리처상 공공봉사 부문 수상자로 선정된 바 있다.

더욱 흥미로운 사실은 사건 발생 5년 뒤인 2010년, 탐사보도 전문 매체인 프로퍼블리카ProPublica의 쉐리 핑크 기자가 뉴욕 타임즈 매거진과의 협업을 통해 의사 140여 명을 인터뷰해 보도한 내용이다. 허리케인 당시 뉴올리언스 지역병원에 입원한 환자 중 누구를 살리고 누구를 포기할 것인지 의사로서 절체절명의 선택을 해야 했던 긴박한 상황을 보도함으로써 탐사보도 부문에서 같은 이슈로 다시 한 번 퓰리처상의 영예를 안았다. 즉 미국 언론의 ‘포스트’ 카트리나 보도와 우리 언론이 고질적으로 보여주는 ‘관심의 휘발성’은 눈여겨 볼만한 대목으로 우리 언론이 세월호 참사 이후 지향해야 할 것이 무엇인지 말해준다.

 

탐사보도, 이제부터 시작이다
세월호 참사는 단순한 재난보도와 차이가 있다. 즉, 사회적 재해에 의한 재난과 자연재해는 구분할 필요가 있다. 세월호 참사는 부실한 해운 관리와 선박 운행에 기인한 사회적 재해에 가까우며, 정부의 재난 대응 시스템 오작동과 재난 관련 오보를 속출한 언론의 책임이 뒤섞여 있다는 점에서 심층탐사보도의 역할이 중요하다. 구체적으로, 사건의 발생과 관련해 해소되지 않는 의혹들, 그리고 이행되지 않는 약속들로 인해 매번 똑같은 사회적 재해가 반복되지 않도록 돕는 언론의 노력이 필요하다. 또한 세월호 참사로 망가진 지역 공동체 및 사회 전반의 트라우마를 극복하도록 돕는 데 언론의 지속적인 심층탐사보도의 역할이 요구된다.

우리 사회는 소위 ‘위험사회’로 접어들었다. 이런 상황에서 한 나라의 수준과도 같은 우리 언론의 환골탈태가 요구된다. 여기에 우리 언론과 우리 사회의 명운이 걸려있다.

 

참고문헌
심재웅·김균수 (2014). 세월호 참사 관련 국내 방송보도 내용분석. 한국방송학회 세미나, 2014년 6월 12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