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사랑하는 사람이 맛있게 먹어주는 음식

OBS강남구 

육아휴직을 한 지도 2개월. 갑자기 떠난 아내 대신 주방에서 앞치마를 둘렀다.

‘앞치마를 두른 아빠 모습은 아름답다.’고 스스로를 다독이며 매일 주방 앞에 선다. 세탁기 버튼 한 번 눌러 본 적 없어서 음식도 대충해도 좋으련만, 아이는 엄마 아빠를 꼭 닮아 입이 짧다. 그것도 무척이나. 아이 탓도 할 수 없고, 안 먹으면 엄마 아빠처럼 키가 작을 것이란 겁을 주기에도 여섯 살은 너무 어렸다. 그냥 이리저리 물어가며 음식을 할 수밖에. 그래도 대가를 바라지 않는 사랑은 아름답다며 음식을 하는데, 항상 돌아오는 건 아이의 냉혹한 평가였다. 아이는 식사 때마다 손가락 다섯 개로 등수를 매긴다. 그나마 1등을 먹는 게 돼지고기 보쌈이었다.

보쌈은 찌개만큼 쉽고 간편해 자주 해 먹지만, 보쌈 하나만 있으면 허전했다. 육류 요리는 그와 함께 먹는 야채에 따라 또 다른 즐거움을 주었다. 개인적으로는 돼지고기 간장 조림에 숙주를 볶아 얹어 먹으면 맛이 살았고, 보쌈은 파무침이 잘 어울렸다. 주변에선 보쌈 맛보다는 파무침에 관심이 높았다. 차려준 음식에 아이가 ‘맛있다’라고 말하는 그 날은 단독보도를 한 날과 다름없었다.

어느 날 고기 한 덩어리가 된장을 푼 냄비 안에 고스란히 남아 있었다. 다 먹은 줄 알았는데 그게 아니었다. 버리기가 아까워 끓였는데, 간이 더 깊이 배어 보쌈과 조림의 중간 맛이 났다. 수분이 빠져나가지 않아 육질도 부드러웠다. 그래서 다소 넉넉하게 고기를 삶고, 남더라도 꺼내지 않은 채 하루 이틀 동안 다시 끓여 먹으면 또 다른 맛을 느낄 수 있었다.

보쌈이 내게 가장 소중한 음식인 이유는 아이가 맛있게 먹어주기 때문이었다. 그 음식은 먹지 않아도 맛이 났고 배가 불렀다. 주는 음식마다 아이가 맛있다고 말하는 그 날이 오기를 끼니때마다 그려본다.

 

Recipe

OBS강남구2 아이에게 괜찮은 평가를 받았던 보쌈을 할 때면 두 개의 냄비를 준비한다. 하나는 냄새 제거용, 다른 하나는 삶기용. 돼지 냄새를 없애기 위해 팔팔 끓는 물에 4~5분 정도 넣은 뒤 건져내면 비린내와 불순물이 대부분 사라졌다. 보쌈 고기를 삶을 때는 한 근 정도 돼지고기를 3등분으로 자르는데, 그래야 간이 잘 배고 안과 겉이 골고루 잘 익었다.

 

 다른 냄비엔 물과 함께 양파 한 개와 생강을 ‘편으로’ 썰어 넣는다. 고기에 따라 냄새를 잡아주는 게 다르다는 건 어머니께 배웠다. 돼지고기 비린내는 생강이, 닭고기 냄새는 생강 대신 마늘이 특히 잘 잡아주었다. 생강 한 개 반 또는 두 개를 편으로 썰어 넣어두면 생강 냄새가 골고루 퍼져 고기에 스며들었다. 양파 한 개도 4등분해서 넣는다. 된장은 한 스푼 반 또는 두 스푼. 그리고 커피는 반 스푼 넣는데 취향에 따라 양을 조절했다. 그리고 40분 정도 기다린다.

 

돼지고기가 삶아질 동안 파무침을 만들었다. 대파를 파채칼로 잘게 썰어 놓는다. 새콤한 맛을 떠올리며 간을 하는데, 그래서 달콤하지만 신 맛이 강한 매실액을 주 재료로 쓴다. 매실 두 스푼에 식초 서너 방울로 신 맛을 내고, 단 맛을 위해 올리고당을 반 스푼 정도 넣는다. 파무침도 싱거우면 맛이 없어 멸치액젓이나 참치액젓을 반 스푼 넣는다. 참기름 반 스푼은 고소하면서도 윤기를 흐르게 했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고춧가루를 뿌리면 아이에게 ‘맛있다’는 반응을 얻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