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뉴스에 나오는 기자들의 연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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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아래 사진부터 보자. 미국 CBS의 간판 프로그램인 <60 MINUTES>에서 현재 리포트를 하고 있는 기자들이다. 얼핏 봐도 백발이 눈에 확 띄는데 과연 이들은 몇 살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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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왼쪽부터 출생 연도는 1931, 1967, 1941, 1945, 1941, 1957, 1971. 맨 왼쪽의 최고참인 몰리 세이퍼가 82, 맨 오른쪽의 막내인 라라 로건이 42세다. 물론 채용 계약과 정년 개념의 측면에서 우리와 근본적으로 다르겠지만, 과연 한국의 방송뉴스에 백발은 고사하고 입사 20년을 넘긴 중견기자들이 얼마나 등장할까?

 

KBS, MBC, SBS 등 지상파 3사의 지난 3월 한 달간 메인 뉴스에서 지역사 제작물과 스포츠 뉴스, 단신을 뺀 리포트 1,869개를 대상으로 기자들의 연차와 리포트 횟수를 조사했다. 이를 위해 각 사 기자협회의 협조로 명단과 입사년도 등이 기재된 기수표를 확보했다. 각 사 관계자들의 도움으로 퇴직자와 이직자를 가려냈고, 같은 해에 두 차례 채용이 있었던 경우와 경력기자는 내부 적용 기수를 근거로 연차를 산정하는 등 자료를 재가공했다. MBC의 경우 지난해 파업기간 중 뽑은 시용기자 등에게 정식 기수를 부여하지 않아 연차를 적용할 수 없었다.

 

입사 10년 이하가 뉴스의 절반 채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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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프1>, <그래프2>, <그래프3>에서 나타나듯, 한국의 방송뉴스에서 기자는 연차가 올라갈수록 화면에서 사라진다. 입사 20년을 넘긴 중견기자들이 마이크를 잡고 리포트하는 모습은 극히 드문 일임이 수치로 확인된다. 분석대상 리포트 1,869개 중에서 입사 21년차 이상의 기자 리포트를 비율로 환산하면 KBS3%(20), SBS4%(28), MBC1%(7)에 불과하다. 더구나 이 수치에 포함된 중견기자는 대부분 해외 특파원들이기 때문에 국내 취재현장에서 뛰며 방송하는 기자는 거의 없다고 봐야 할 수준이다.

 

오히려 가장 왕성하게 리포트하며 뉴스의 중추를 담당하고 있는 기자는 3사 모두 입사 6~10년차에 해당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한 달간 만들어낸 리포트는 KBS245, SBS 234, MBC 197개로 어떤 연차들에 비해 압도적이었다. 5년차 이하 기자들의 리포트 기여도 만만치 않았다. SBSMBC의 경우 5년차 이하의 비중이 11~15년차의 비중과 거의 같은 수준이었고, 특히 MBC는 파업기간 중에 채용한 시용기자 등에게 75개의 리포트를 배정했다.

전반적으로 볼 때 입사한 지 10년이 안 된 기자들의 리포트가 등장하는 비율이 KBS46%, SBS55%, MBC65%였다. 리포터로서의 활용도는 입사 10년 정도까지 높아지다가 그 이후 급격히 감소한다. 즉 한국의 방송사들은 기자로서 발육, 성장 단계인 인력을 주 리포터 자원으로 애용하는 반면, 취재경험과 판단력이 쌓이고 취재 인맥이 폭넓게 구축된 숙련된 인력은 현장에서 배제하고 내근 데스크 자원으로 활용하는 셈이다. 언론계에서 흔히 말하는 대로 취재기자 20년이면 현장을 떠나 앉은뱅이가 되는 것이다.

 

입사 20년 넘기면

대부분 앉은뱅이’, 리포터는 희귀종

 

그렇다면 화면에서 사라진 기자들은 어디로 갔을까? 우선 20년차 안팎이면 부장을 달면서 보직 간부의 길을 걷는 경우가 있다. 그러나 보직은 한정돼 있다. 많은 중견기자들이 해설·논설위원실에서 짤막한 논평을 순번에 따라 맡거나, 더러 라디오 뉴스 진행을 맡기도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보도와 무관한 행정이나 심의 파트로 자리를 옮기는 경우도 있다. 그런데 많은 중견기자들이 앞서 봤던 해외의 사례처럼 현장을 누비는 기자, 방송하는 기자에 대한 갈망을 갖고 있다. 이 글에서 중견기자들의 현재 직무를 분석하고, 보다 나은 쓰임새를 모색하는 데까지 나아가기는 어렵다. 현재 각 사의 인력 구조가 연차별로 어떻게 돼 있는지 그 실태를 파악함으로써 논의의 기본 재료를 제공하는 선에서 그치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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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상파 방송 3사의 기자는 KBS 463, SBS 207, MBC 286(파업 기간 채용 27명 포함)으로 조사됐다. <그래프4>, <그래프5>, <그래프6>에서 보는 것처럼 각 사별로 연차별 분포의 모양새는 차이가 있지만 뚜렷한 공통점이 있다. 화면에는 잘 나타나지 않던 21년차 이상의 기자들이 실제로는 상당수 존재하고 있다. KBS는 전체의 24%(113), SBS 29%(59), MBC 25%(72)에 이르니 네 명 중 한 명꼴이다. 게다가 3사 모두 곧 중견기자의 대열에 들어설 16~20년차 기자들의 층이 두텁다는 점 역시 눈여겨볼 만하다.

 

방송 안 하는 방송기자의 미래

 

한국 지상파 방송뉴스의 특징을 한 마디로 줄이면 기자들의 조로 현상이다. 좋게 말하면 젊은 패기와 기동력이 넘치는 활기찬 뉴스에 가치를 부여한 결과라고 할 수도 있겠으나, 냉정하게 말하면 2, 30대 젊은 나이에 반짝 활약하고 40대 중반이면 더 이상 방송하는기자가 아닌, 단명 직종으로 굳혀가고 있는 셈이다. 이는 방송사 보도국이 자초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기사의 게이트 키퍼로서, 조직의 리더로서의 역할은 두말할 나위 없이 중요하다. 하지만 모든 중견기자들이 참여하는 게 가능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없다. 반드시 리포트를 해야만 뉴스에 기여하는 것도 아니다. 하지만 리포트를 하지 않으면서 어떤 역할을 할 수 있고, 어떤 역할이 필요한지에 대한 연구나 고민은 부족하다. 다만 분명한 것은 현재와 같은 인력 운용체제에 변화가 있지 않는 한, <60 MINUTES>의 홈페이지에서 ‘60년 취재 경력에 빛나는’, ‘20여 년간 보여준 뛰어난 리포팅 스타일’, ‘각종 수상 경력으로 시청자들의 오랜 사랑을 받아온같은 수식어로 기자들을 소개하는 모습은 영원히 남의 나라 일일 것이다. 그리고 이를 바라보는 부러움과 한탄을 지금의 젊은 기자들이 5년 뒤, 10년 뒤에 대물림할 가능성도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