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봄’을 앞당기는 언론인의 자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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良藥苦於口而利於病 忠言逆於耳而利於行

(좋은 약은 입에 써도 병에 이롭고, 진심어린 말은 귀에 거슬려도 행동하는데 이롭다.)

 

공자가 한 말입니다.

지극히 당연한 얘기인데도 막상 이를 실천하기는 쉽지 않습니다.

 

역사적으로 충신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았다가 비극적인 최후를 맞은 왕이 어디 한 둘입니까

왕 뿐 아니라 나라 자체가 망한 사례도 셀 수 없이 많습니다.

 

어느 조직이든 토 달지 않고, 맞장구 쳐주고, 시키는 대로 하는 부하나 후배가

더 환영받는 것이 현실입니다.

 

자신을 치켜세워 주는 것이 아부에 가깝다는 것을 알면서도 기분은 그리

나쁘지 않은 법입니다.

 

그런데 ‘입에 발린 소리’하는 사람들만 가까이 하고 ‘입바른 말’하는 사람을 멀리하면

언젠가는 쓴 맛을 봅니다. 역사적으로 그랬습니다.

 

지난 정권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대통령 옆에서 호가호위하며 국정을 농단하고, 바른 말하는 언론인들을 탄압했던 이들이

줄줄이 쇠고랑을 찼습니다. 다음 차례 준비하는 사람들도 나올 것입니다.

 

새로 출범한 정권 역시 ‘소통’과는 거리가 멀어 보입니다.

최측근 참모나 집권 여당 인사들조차 대통령에게 말을 꺼내지 못하는 형편이라고 합니다.

 

불통의 벽이 높을수록 언론의 역할은 더 중요해집니다.

 

국민의 뜻을 제대로 전달하고, 세상이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권력과 자본에 바른 말을 하지 못하면 결국 모두가 불행해집니다.

 

1차 세계대전 당시 영국에 전황이 불리하게 돌아갔을 때 유력지였던 데일리 메일은

정부의 갖은 압력에도 굴하지 않고 독자들에게 사실대로 알렸습니다.

 

대부분의 언론에서 거짓으로 전한 승전보에 도취돼 있던

영국 국민들을 일깨우고 단결시킨 기사였습니다.

 

1970년 대 중학교 교과서에 실렸던 이야기입니다.

1975년 1월 21일자 동아일보 6면에도 ‘바른 보도를 생명으로 여긴 데일리 메일’이라는

제목으로 같은 내용이 실렸습니다.

 

한 독자가 데일리 메일을 예로 들면서

탄압에 맞서 힘겨운 싸움을 이어가던 동아일보 기자들을 격려하는 글을 올린 것입니다.

 

아시다시피 닉슨 대통령의 사임을 불러온 워싱턴포스트의 워터게이트 사건 심층 보도 역시

언론의 올바른 역할과 힘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고 합니다.

 

기자는 기사를 남깁니다.

어떤 직위에 있느냐, 어떤 출입처에 나가느냐는 중요한 문제가 아닙니다.

기자의 경력은 오로지 기사로 채워집니다.

아무리 오랜 세월이 흘러도 ‘변조’나 ‘세탁’이 불가능합니다.

 

그래서 우리는 평범한 단신 하나도 소홀히 쓸 수 없습니다.

 

이번 호부터 격월간 발행을 시작한 『방송기자』에는 올바른 기사,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한 우리 방송기자들의 고민을 담았습니다.

 

겨울이 아무리 길어도 봄은 반드시 찾아옵니다.

계절적인 봄과 달리 언론의 봄은 아직 오지 않았고 그냥 오지도 않습니다.

 

힘을 모으고 제대로 된 뉴스, 좋은 뉴스를 만들기 위해 고민하고

쓴 소리 하는 것을 주저하지 말아야 봄을 앞당길 수 있습니다.

 

‘직장인’이기에 앞서 ‘언론인’이라는 사명감에 공정보도를 외치다 해직된

동료들이 돌아오는 그 날이 우리에게는 진정한 ‘봄의 시작’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