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한 것과 변하지 않은 것: 심층 뉴스와 1분 20초 리포트_박성호 본지 편집위원장 (MBC 해직기자)

[분석]

02 박성호

 지상파 3사 뉴스의 리포트 길이는 평균 1분 27초~1분 29초, 리포트 수는 24~26개(스포츠 뉴스 제외)다. 백화점식 나열 뉴스라는 지적을 받는다. 그런데 잘 들여다보면 2, 3분 넘는 리포트도 없지 않고, 하나의 타이틀 안에 여러 아이템이 블록을 이루는 심층 코너도 있다. 그렇다고 심층 뉴스라고 부를 수 있을까? 개별 리포트의 길이만 측정해서는 답이 나오지 않는다.

그래서 ‘이슈의 덩어리’에 주목했다. 리포트가 아닌 이슈별로 보도 시간의 총량을 계산했다. 불연속적이고 파편화된 이슈가 나열됐는지, 연관성 있는 이슈들이 선택되고 중요도에 따라 집중적으로 다뤄졌는지를 파악하기 위해서였다. 이를 버블 차트와 트리 맵으로 구현하기 위해 태블로 데스크톱 8.1Tableau Desktop 8.1을 활용했다(이 소프트웨어는 지난 6월 IRE, 미국 탐사보도 기자협회 총회에서 유용한 도구로 소개됐다). 지난 10월 21일 하루만 특정해 지상파 3사의 메인뉴스 리포트들을 분석했다(앵커멘트와 스포츠 뉴스, 단신은 제외).

KBS: 선택과 집중 
 

KBS는 이슈의 분포도로 볼 때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졌다. <차트1>에서 보듯 국정원 댓글(427초), 경찰의 날(326초), 근로시간 단축(268초)이 핵심 이슈로 비중 있게 다뤄졌다. 리포트 수는 26개로 적지 않았지만, 연관성 없는 개별 리포트의 나열이 아니라 이슈별 편집이 이뤄졌음을 보여준다.

03 차트1

MBC·SBS: 나열과 분산
반면, 같은 날 뉴스였지만 MBC는 지배적 이슈 없이 나열과 분산이 두드러졌다. 아래 <차트2>에 나타나듯 국정원 댓글(219초), 지역 축제의 명암(213초), 한수원 비리(191초), 원격진료(171초)를 제외한 나머지 이슈는 상호 연관 없이 파편화된 분포를 보였다.

04 차트2
SBS도 MBC와 비슷했다. 국정원 댓글(331초)은 MBC에 비해 큰 이슈로 집중해 다뤘지만, 고압선 근로자(127초), 자동차 튜닝(105초) 등 자체 기획 이슈 등을 제외하고 대부분은 역시 파편화된 나열 형태를 보였다.

05 차트3

 

‘선택과 집중’: KBS는 강화, MBC·SBS는 약화
지상파 3사 뉴스를 5년 전 같은 날과 비교해 봤다. 트리 맵을 통해 이슈별 비중을 면적으로 나타냈는데, 할애된 시간이 길수록 짙은 색으로 표시됐다. KBS의 경우 이슈 덩어리 수는 별 차이가 없지만, 선택과 집중이 더 강화돼 2013년엔 상위 5개의 이슈가 뉴스의 절반을 차지한다.

02 KBS변화        02 MBC변화 02 SBS변화

MBC와 SBS는 5년 전엔 상위 3개 이슈가 뉴스의 3분의 1을 차지할 만큼 ‘선택과 집중’을 보였지만, 최근엔 ‘역주행’이 두드러졌다. 5년 전에 비해 리포트 수는 20개에서 24개(MBC), 22개에서 24개(SBS)로 큰 차이가 없지만, 이슈 덩어리로 비교하면 12개에서 20개(MBC), 13개에서 21개(SBS)로 급증했다. MBC가 8시로 뉴스 시간을 옮기면서 생긴 시청률 경쟁의 결과로 보인다.

12 JTBC

참고로 기존 메인 뉴스의 틀을 깨고 최근 ‘한 걸음 더 들어가는’ 뉴스를 표방한 종편 JTBC 뉴스를 앞에서 지상파 3사에 행했던 것과 같은 방식으로 분석해 봤다. MBC, SBS와는 비교 대상이 되기 어려울 만큼 이슈별 선택과 집중이 두드러졌다. 전반적으로 KBS와 비슷한 분포를 나타냈고, 국정원 댓글(1,010초)과 전교조 법외노조화(315초) 등 제1이슈, 제2이슈에 압도적 비중을 둔 점이 특징이다.

결론적으로 KBS는 선택과 집중을 통해 심층뉴스를 강화하며 백화점식 나열 뉴스를 탈피하는 경향이 두드러졌다. 반면 MBC와 SBS는 리포트 수를 따질 때 과거와 큰 차이가 드러나지 않았지만, 이를 이슈의 덩어리로 분석한 결과 백화점식 나열 뉴스의 특징이 발견됐다. 한편 종편 JTBC는 선택과 집중의 측면에서 현재까지 나타난 가장 극단의 모델임을 입증했다.

다만 이번 분석은 특정한 날을 선별해 조사했기 때문에 탐색적 수준에 머물렀고, 일반화 할 수 있는 결과를 얻기 위해선 보다 장기간을 대상으로 하는 샘플과 반복적인 조사가 필요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