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닝썬 게이트 취재 후기] 우리 사회 부정의 절정, 끝나지 않는 버닝썬 게이트

[버닝썬 게이트 취재 후기]
우리 사회 부정不正의 절정, 끝나지 않는 버닝썬 게이트

MBC 박윤수 기자 (보도국 인권사회팀)

현장02_버닝썬 사건 취재후기_버닝썬 첫 보도 영상

‘피해자’ 김상교 씨와의 만남

현장02_버닝썬 사건 취재후기_김상교 씨 게시글

지난해 12월 21일 아침, 사건팀에서 강남 라인을 맡은 저에게 지인이 “강남에 이런 일이 있다”라며 ‘보배드림’ 게시판 링크를 보내줬습니다. 김상교 씨가 쓴 ‘경찰의 민간인 집단폭행 및 버닝썬 집단 구타 사건입니다’ 라는 글이었죠. 글이 게시된 시점은 이미 일주일 전인 14일, 게다가 사건이 발생한 건 그보다 한참 앞선 11월 24일이었습니다. ‘뭐야, 한 달도 더 된 얘기잖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김상교 씨 글을 읽기 시작했습니다. 그런데 생각보다 내용은 충격적이었습니다.

“클럽 관계자들에게 폭행 당한 나를 오히려 경찰이 체포해 끌고 갔다”
“갈비뼈가 부러진 채로 지구대에서 1시간 넘게 뒷 수갑 상태로 묶여있었다”

김상교 씨가 첨부한 사진과 자세한 상황 묘사들을 보니, 거짓말처럼 보이지가 않았습니다. 후배 이문현 기자에게 글을 보여주고 강남경찰서에 내용을 확인해 보라고 했습니다. 한 시간쯤 뒤 후배에게 전화가 왔습니다. “선배, 경찰이 펄쩍뛰는데요? 요즘 같은 세상에 그런 일은 절대 없었답니다.” 그래도 의심이 남았습니다. 경찰이 떳떳하다면 김 씨가 끌려온 지구대 CCTV를 왜 보여주지 않는 걸까요. 우선 김상교 씨를 만나야겠다고 생각했습니다. 보배드림에서 김상교씨에게 쪽지를 보냈죠. 그리고 12월 28일, 김상교 씨를 만날 수 있었습니다.

폭행·마약·성폭행·경찰 유착·탈세… ‘범죄 소굴’ 버닝썬
현장02_버닝썬 사건 취재후기_버닝썬 탈세 의혹 보도현장02_버닝썬 사건 취재후기_버닝썬 물뽕 성폭행 의혹 보도

MBC가 김상교 씨의 폭행 피해 사건을 보도한 게 1월 28일이었습니다. 첫 보도가 나가기까지 우리는 버닝썬과 경찰이 제공한 영상들을 여러 차례 확인하고, 또 분석했습니다. 경찰의 해명을 검증하려고 순찰차에 달린 블랙박스 제조업체를 찾아가기도 했습니다. 폭행 사건뿐 아니었습니다. 버닝썬을 취재하면서 만난 전직 클럽 관계자 여러 명으로부터 “버닝썬 내 마약류 유통이 빈번하다”라는 제보도 받았습니다. 한 달 동안 준비했던 첫 보도가 나가자 반응은 뜨거웠습니다. 버닝썬을 비롯한 강남 클럽들에 대한 제보가 쏟아졌죠. 특히 우리가 취재하고 있던 마약과 관련된 제보들이 빗발쳤습니다. 클럽을 찾은 여성들이 이른바 ‘물뽕’이라는 마약으로 정신을 잃고 성폭행 피해를 당했다는 얘기였죠. 그렇게 버닝썬의 마약과 물뽕 성폭행 관련 보도가 이어지자 여론은 들끓었습니다.

경찰은 마약과의 전쟁을 선포했고, 여성들은 거리로 나와 ‘물뽕 성폭행’을 규탄하는 시위를 벌었습니다. 이쯤 되자 다른 언론들도 버닝썬 게이트를 보도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 됐습니다. 정점은 경찰과의 유착 의혹을 밝혀낸 것입니다. ‘범죄 소굴’이었던 버닝썬이 버젓이 영업을 할 수 있었던 배경에는 공권력의 묵인이 있었던 것이죠. 전직 경찰관이 버닝썬 측으로부터 돈을 받고, 경찰과의 친분을 이용해 버닝썬의 미성년자 출입 사건을 무마해 줬다는 MBC의 의혹 제기 역시 수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습니다.

이어 버닝썬의 설립 초기 회계장부와 정관, 임대 계약서 등 자료들을 통째로 입수하면서 MBC는 버닝썬의 탈세 의혹까지 보도할 수 있었습니다. 경찰은 버닝썬 게이트 수사를 위해 150명이 넘는 인력을 투입했습니다. 경찰청장은 “명운을 걸고 수사하겠다” 했고, 대통령까지 나서 철저한 수사를 주문하기에 이르렀습니다. ‘요즘 세상에 그런 일은 절대 없다’라는, 후배가 보고한 경찰의 초기 반응과 비교해보면 많이 달라진 풍경입니다.

3개월 넘은 보도… 끝까지 간다
MBC의 버닝썬 게이트 보도는 3개월째 이어지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이 어떻게 마무리될 것인지에 대한 대중들의 관심이 크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습니다. MBC의 연속 보도가 관심을 받은 이유 역시 ‘서울 강남 한복판에서 이런 불법과 탈법이 성행할 수 있었다는 건 공권력의 묵인과 비호없이 불가능하다’는, 합리적 의심에 대한 대중의 공감대 때문이라고 생각합니다. 아직 끝은 아닙니다. 경찰의 ‘버닝썬 게이트’ 수사가 부디 대중이 납득할 수 있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기를 바랍니다. 그때까지 계속 이 사건을 파헤치고 보도하겠습니다. 경찰의 수사가 미진하다면 그 부분까지 취재할 생각입니다. 사회부 기자로서 ‘버닝썬 게이트’를 만나 취재할 수 있었던 건 큰 행운이라고 생각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