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뉴스, ‘소통의 바다’에서 살아남기_KBS 임주현 기자

TV 화면을 통해 불특정 다수의 시청자에게 뉴스를 전했던 기자들이, 한 뼘도 안 되는 스마트폰 화면을 통해 수많은 개인과 소통하기 시작했다. 아직은 일부 기자들에 해당하는 얘기지만, 소셜네트워크서비스를 통한 뉴스 유통을 확장하는 데 관심이 높아지는 분위기다. 그 중심에 지구상에서 가장 거대한 소셜미디어, 페이스북이 있다.

카드뉴스, 10초 영상… ‘페북’ 콘텐츠는 무한 진화 중
페이스북 뉴스 계정을 운영하던 초기에는 방송된 뉴스의 링크를 게시하는 수준에 머물렀다면, 최근엔 전용 콘텐츠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다. 보다 적극적인 이용자 반응을 이끌어내기 위해서다. 페이스북 알고리즘에 대한 이해도가 높아진 것도 주요인이다.
페이스북 환경에 최적화된 뉴스 포맷 중 대표적인 것이 카드뉴스다. 시선을 끄는 이미지에 짧은 자막을 넣어 제작한 카드뉴스는 길고 복잡한 내용의 글 기사를 효과적으로 압축해 전달하는 새로운 포맷으로 자리 잡았다. 이동이나 휴식 간 빠르게 훑어보는 이용자들의 콘텐츠 소비 패턴에 적합한 형태다.
3분미만의 짧은 영상물도 소위 ‘잘 먹히는’ 콘텐츠다. 페이스북 이용자의 대부분은 영상을 30초 이상 보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선 쓰기 힘든 6초, 10초짜리 초단편 영상물도 페이스북 안에선 특화된 콘텐츠가 된다. KBS의 ‘GO현장’, SBS의 ‘비디오머그’처럼 임팩트 있는 현장 영상을 짧게 구성한 코너가 꾸준히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스마트폰에서 영상을 볼 때 가로로 기울이지 않고도 전체화면을 즐길 수 있는 ‘버티컬Vertical 영상’이나 소리를 듣지 않고도 내용을 파악할 수 있도록 방송 리포트에 자막을 입혀 만든 ‘자막뉴스’는 이용자들의 편의성을 고려한 콘텐츠로 역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모바일 환경에선 편의성도 중요한 전략이다.

패러디·퀴즈·애니메이션… 또 새로운 아이디어 없나요?
뉴스타파의 페이스북 페이지 ‘타파스’의 주력 콘텐츠는 패러디 영상이다. 유명 모바일 게임이나 영화 장면을 패러디해 민감한 문제를 재미있게 풀어내는데, 톡톡 튀는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페이스북은 기본적으로 ‘영상 > 이미지 > 텍스트’ 순으로 도달률(일종의 노출도)이 잘 나오도록 설계됐기 때문에 영상 콘텐츠를 잘 활용할 필요가 있다. 이밖에 웹툰이나 ‘짤방’, 퀴즈, 애니메이션 등 다양한 기법들이 뉴스 제작에 활용되고 있다.
다양한 형식의 등장과 함께 두드러지는 건 내용의 변화다. 팩트 전달에 충실했던 기사에 내러티브를 가미해 이야기 구조를 강화하거나 이슈에 대한 분석과 해설을 곁들이는 시도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스토리텔링 방식의 기사는 논리적인 기사보다 독자의 관심도를 높이고 강력한 정서적 반응을 이끌어낼 수 있다는 장점을 가진다. 소셜미디어 이용자들의 참여를 독려해 특정 주제에 대한 자료와 의견을 모아 기사 작성에 활용하는 사례도 생겨나고 있다. 일종의 크라우드소싱인 셈인데 참여를 통해 만들어진 기사는 그 파급력 또한 커진다.
하지만 가장 중요한 건 역시 기획력! 이용자들의 공감을 얻어야 하는 소셜미디어 환경에선 톡톡 튀는 기획력이 더욱 필요하다. 전문 분야와 세대를 초월한 협업을 통해 생각지도 못한 기획력을 발휘할 수 있다.

‘병맛’과 ‘드립’
페이스북 주 이용자층인 20대의 공감을 이끌어내려면 그들의 화법과 소통 방식을 알 필요가 있다. 소셜미디어에 문외한이었던 필자는 소셜미디어 기획 업무를 맡은 초기엔 헛발질도 많이 했다. 플랫폼에 대한 이해가 없다 보니 뭔가 어울리지 않는 콘텐츠가 나올 수밖에 없었다. 이후 조금씩 소셜미디어 화법을 익혀갔지만, 한계는 분명했다. 결국 젊은 감성과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됐고 6월부터 대학생들과 협업하기 시작했다. 스브스뉴스처럼 인턴기자들의 상근 형태는 아니지만 부분적으로 협업하면서 ‘젊은 감각’을 배우고 있다. 이른바 ‘병맛’(어이없는 재미), ‘드립’(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나가는 재치) 등 외계어에 가까운 소통 언어와 이해하기 힘든 공감코드는 여전히 낯설다. ‘기자가 이런 것까지 꼭 알 필요가 있을까?’ 싶기도 했지만, 지금은 생각이 달라졌다. 뉴스가 대중을 위한 것이라면 대중이 익숙한 방식으로 제공할 필요가 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세대별로 미디어 소비 방식이 나뉘는 추세인 만큼 세대별 유통 방식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한창 뜨고 있는 페이스북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으려면 그곳의 생리에 익숙해지는 것이 맞을 것이다.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와 품의를 잃지 않으면서 독자들과 유쾌하게 소통할 수 있는 능력이 필요해지는 세상이다. 그런 면에서 필자는 갈 길이 참 멀다.
기회와 우려가 교차하는 페이스북 뉴스
이젠 기자가 직접 ‘기사 세일즈’에 나서야 하는 시대가 됐다. 그게 싫다면 애써 작성한 기사가 햇빛 한번 못 보고 사장되는 안타까운 꼴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주목하는 건 뉴스 유통의 파급력 때문이지만, 수익 창출에 대한 기대감도 있기 때문이다. 현재 페이스북이 미국에서 테스트하고 있는 ‘인스턴트 아티클’을 국내에서 정식으로 서비스하고, 약속대로 언론사에 트래픽과 광고 수익의 상당 부분을 양보한다면, 돈이 궁한 뉴미디어 뉴스 시장에서 오아시스 같은 역할을 하게 될 것이다.
반면 페이스북 뉴스 플랫폼이 강화될수록 언론사들이 페이스북에 종속될 것이라는 우려도 커지고 있다. 하지만 플랫폼 사업자들의 약진은 어느 정도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조류라고 생각한다. 피할 수 없다면 보다 적극적으로, 현명하게 이용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본다. 따라서 상생의 구조를 만드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페이스북 기사가 연성 아이템에 치우치는 현상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이용자들의 관심을 끌기 위해 정보성, 토픽성, 연성 아이템에 치중하는 측면이 있기 때문이다. 이는 상대적으로 의제 설정, 권력 감시 등 저널리즘 본연의 가치에 소홀해지는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 소셜미디어 특성상 비슷한 성향을 가진 사람들끼리 비슷한 내용만 보게 되는 ‘뉴스 편식’이 심화할 수 있다는 점도 문제다. 기사 베껴 쓰기, 저작권 도용의 문제도 꾸준히 제기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ㅍㅍㅅㅅ’, ‘슬로우뉴스’, ‘미스핏츠’ 등 소셜미디어를 기반으로 한 젊고 감각적인 대안 미디어들이 새로운 형식과 참신한 내용으로 이용자들의 틈새를 파고들고 있다. 뉴스피드에선 언론사의 브랜드 파워가 크게 영향을 미치지 못한다. 자신의 관심사에 따라 기사를 택하는 것이지, 언론사를 따져가며 택하진 않기 때문이다. 뉴스피드에서의 경쟁은 어찌 보면 평등하다. 그렇다면 급변하는 미디어 환경에서 살아남으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지상파 방송이라는 프리미엄을 버리고 새로운 기회를 잡기 위한 콘텐츠 실험을 계속할 수밖에 없다. 보다 적극적으로 독자들에게 러브콜을 보내야 하는 시대가 온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