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삶] 방송기자와 함께하는 마봉춘댁 이야기



방송기자와 함께 살기



방송에 처음 발을 내미는 이들에게 선배들은 이야기합니다. “방송은 협업이야, 협업. 혼자서는 하기 힘들지.”
방송뉴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방송뉴스가 무사히 전파를 타고 시청자들의 눈과 귀에 꽃히기까지 적지 않은 이들의 노력과 정성이 더해집니다. <방송기자>에서는 이번호를 시작으로 방송기자와 함께하는 이들의 이야기를 담아갈 예정입니다. 그들에게 방송기자는 어떤 사람인지, 무엇을 바라는지를 담아낸 글을 통해 함께하는 이들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끼고 더 나은 방송뉴스를 위한 방법을 생각해보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은 어떨까요? _편집자 주


방송기자와 함께하는 마봉춘댁 이야기



(왼쪽부터) 김태은 작가, MBC 김정호 기자




MBC 시사매거진 2580 김태은 작가



“뛰어!”
“잠시만요.” “비켜주세요.”
“방송 10초전입니다.”
“테입 도착했나?”
“오고 있습니다!”
“빨리! 빨리!”
(카운트다운) “5, 4, 3, 2…”
“탑(TOP) 도착했습니다!”
<21:00>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달리고 또 달리고

휴~ 오늘도 9시 뉴스데스크가 시작을 했다. TV속 앵커들은 어김없이 시청자들에게 편안한 어조로 인사를 하고 뉴스를 전한다. 마치 아무 일 없었던 것처럼. 아마 내가 그저 시청자로 남았더라면, 몰랐을 거다. 평·생! 방송 그 뒤에 흐르는 수많은 땀과 긴장감들…

내가 더 이상 뉴스를 편안히 바로 볼 수 없게 된 것은, 보도국 AD일을 시작하면서 부터다. 보도국 AD는 뉴스제작에 조력자로, 주로 방송기자와 편집기자를 가깝게 돕는데, 이때 자연스레 뉴스 제작 전반을 참여하고 볼 수가 있었다.

제작 과정은 이랬다. 오늘의 데스크 아이템이 결정되면, 기자는 기자대로 출입처 및 외부에서 카메라 기자와 함께 취재 및 인터뷰, 스탠드 업 제작을 하고, AD는 AD대로 회사 내에서 당일 아이템에 필요한 자료화면들을 찾아 편집에 쉽게 쓸 수 있도록 모아둔다. 방송 4시간 전 즈음이 되면 기자는 회사로 들어와 기사를 쓰고, 기사가 완성이 되는대로 당일 촬영테입 및 자료테입을 가지고 편집기자와 함께 편집을 시작한다. 그러면 또 AD는 편집을 하는 틈에 필요한 CG를 CG실에 따로 맡기거나 추가로 최종 필요한 자료테입을 찾는다. 여기까지는 나름 여유가 있는 뉴스제작의 전반부다.

하이라이트는 방송시작을 불과 몇 분 앞두고도 편집 완료가 안 된 후반부. 이때가 되면 기자와 편집기자는 최고의 집중력을 보이며 스피디한 편집을 하느라 정신이 없고, AD는 편집과정을 살피며 CG실, 인제스트실, 자료실, 수퍼실(자막실) 필요한 곳곳을 들락거리며 “저희꺼 2번인데…”, “가능하면 빨리…” 등을 부탁하러 다니느라 바쁘다. 이제 정말 9시 뉴스 방송이 얼마 남지 않은 시각, 편집방 복도에 서성이는 사람들은 점점 많아지고… “치~ 치~ 1번(Top) 갑니다. 2번 다 됐습니다.” 등의 뉴스센터와 연결하는 무전소리가 들린다. 그 말이 떨어지는 소리에 2번 편집도 완료. 그러면 기자 혹은 편집기자, AD 누구든 그 테입을 들고 전속력을 다해 뛰는 거다. 어디로? 뉴·스·센·터. 이곳까지 편집완본 테입이 잘 전달돼야 비로소 뉴스 제작이 끝이 난다.

거짓말 같지만 데일리 뉴스를 제작하면서 이 같은 상황은 거의 매일같이 마주했다. 내가 아니더라도 다른 누군가가 경험하게 되는 이 상황. 경험해보건대 이렇게 촌각을 다투는 제작과정을 한번 치르고 나면 혼이 쏙 빠진다. TV로 뉴스가 제 시간에 방송되는 걸 보고 나서야 미칠 듯 뛰는 심장도 제자리에 돌아오지만 정신을 차리는데 까지는 사실 시간이 꽤 걸린다. 이 후부터 뉴스가 나에겐 이전과 다른 느낌으로 다가온 것 같다. 하나의 뉴스이지만, 이 내용이 나오기까지 거치는 수많은 이들의 손과 발, 땀을 알기에… 뉴스가 시작되면, 난 오늘도 ‘아 또 누군가가 테입을 들고 미친 듯 달렸겠구나…’ 하는 생각이 먼저다.

함께 그리고 특별하게

방송국에 처음 들어왔을 때 가장 놀란 건 [협업] 시스템이었다. 한 때 신문·잡지사 기자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에도 물론 협업이 필요했지만 콘텐츠 기획 및 취재, 사진촬영, 원고작성 후 편집, 최종 출판에 있어 그 협업의 단계가 복잡하고 많게 느껴지진 않았다. 그러나 방송은 달랐다.

카메라로 내용을 담아 전달하는 만큼 방송기자는 완성도 있는 제작을 위해선 처음부터 카메라 기자와 궁합이 무엇보다 중요했고, 이후 나 같은 AD는 물론이고 편집기자, CG실, 수퍼실, 자료실 하다못해 때로는 분장실 관계자 등의 수많은 손길이 절실히 요구됐다. 곧 협업의 능력은 제작능력까지 가늠하는 척도가 될 만큼, 방송은 혼자 만드는 게 절대 아니었다.

그래서일까? 방송기자들을 보면 관계에 능숙한 이들이 많다. TV에서 볼 땐 무표정에 딱딱하기 그지없는 방송기자들이다. 처음 보도국에 들어올 때 그렇게 냉혈(?)해 보이는 기자들과 일한다는 것이 살짝 두려운 적도 있었다. 그러나 그들은 타인과 ‘함께’ 일할 줄 아는 사람들이었다. 뾰족하고 모가 나서 독불장군 격으로 혼자 걸어가는 것이 아닌 손을 잡고 같이 둥글둥글 앞으로 굴러갈 줄 아는 사람들. 그렇다고 이들에 개성이 없는 것은 아니다. 어떤 기자는 자동차라면 사족을 못 쓰고, 어떤 기자는 정의감에 휩싸여 악당을 혼내는 일이라면 힘든 상황에서도 엔돌핀을 쏟아낸다. 보도국이 때로 똘똘이, 투덜이, 익살이, 가가멜 등의 캐릭터가 살고 있는 스머프 마을이 아닌가 싶은 건 어쩜 바로 이런 이유. 방송기자들은 사람들과의 관계를 잘 조율해 그 안에서 둥글게 융화하는 특별한 능력을 가졌지만 결코 평범한 사람들은 없다.

멈출 수는 없다

방송국에서 방송기자들과 부대껴 일한지 이제 거의 2년의 시간이 흘렀다. 1년은 보도국 AD로서, 또 1년은 현재의 보도제작국 시사매거진 2580팀 작가로서. 차이가 있다면 2580팀에서 보다 방송기자들과 밀도 있게 일하고 있다는 정도? 그도 그럴 것이 AD일 땐 1분 30초짜리 뉴스제작에 참여하는 일이었지만, 2580팀 작가는 약 15분의 프로그램 제작에 참여하는 일이다. 일은 당연히 많아졌다. 프로그램 방송을 앞두고 며칠 동안 밤을 새우거나, 야근을 하는 일이 부지기수. 어떤 아이템이더라도 쉽게 가는 방송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취재원 섭외가 어렵거나, 구성이 어렵거나, 자료가 없거나 등. 그럼에도 불구하고 포기는 할 수가 없었다.

혼자가 아니니까. 같은 배를 타고 오직 한 방향으로 노를 함께 저어 가는 사람이 있다. 짝궁 기자. 2580 방송을 준비하면 기자와 작가는 서로가 서로를 원하든 원하지 않든 1:1 짝이 되는 구조인데, 아무리 보기 싫은 짝이라도 한 배를 타고 아이템을 진행하면 험난한 파도와 빙산을 극복하며 어느새 둘도 없는 동지가 된다. 만약에 한사람은 게을리 노를 젓고 다른 한사람만 열심히 노를 젓는 꼴이라면 이 같은 동지애는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남의 집 불구경하듯 아이템을 마냥 바라보는 방송기자는 없다. 그들은 책임감이 투철해서 사실 어쩌면 배 안에서 제일 바쁘다. 방향 보고, 노 젓고, 고기 잡고…

그 노고가 때로는 안쓰럽기까지 해 나 역시 앉아서 쉬고 있을 수가 없다. 그렇다 방송기자는 항상 그렇게 달린다. 또 손잡고 달릴 줄도 안다. 그들과 함께 뛰기에 어쩌면 방송국에서의 내 발도 멈추지 않는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