밝은 에너지 안에 숨은 뚝심_EBS 이윤녕 기자

짧게 자른 앞머리와 동그란 눈, 밝고 경쾌한 목소리까지. 이윤녕 기자는 영화 <인사이드 아웃>의 ‘기쁨’을 닮은 EBS 교육뉴스부의 활력소다. 마냥 밝아 보이는 겉모습 안에는 심층 기획보도로 방송기자상을 두 차례나 연속 수상한 당찬 뚝심이 담겨 있다. ‘난독증’, ‘수학 포기자’, ‘한글 교육’ 등 그동안 교육 현장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온 그녀를 만나 솔직한 취재 뒷이야기를 들어봤다.
“중요한 이슈라고 판단되면 과감하게 편성”

우선, 최근에 ‘한글 교육’ 기획보도로 이달의 방송기자상을 받으셨는데요. 지난번 ‘수학 포기자’ 기획에 이어 벌써 두 번째 수상입니다. EBS 뉴스가 기획에 강한 이유가 뭐라고 생각하시나요?
“사실 처음엔 교육이라는 한정된 분야를 갖고 취재를 한다는 것이 쉽지 않다고 생각했었어요. ‘교육’ 전문성을 갖춘 뉴스가 어떤 것일지 고민도 많이 했고요. 고민의 결과는, 같은 문제라도 보다 ‘심층성’을 살려서 보도하는 것이었어요. 다른 종합뉴스들이 깊이 있게 다루지 못하는 교육 이슈들을 제대로 파헤쳐서 보도하자는 생각이었죠. 처음엔 하나의 이슈로 장편 기획보도를 하는 것에 대해 회의적인 시각도 많았지만, 지금은 얘기되고 중요한 교육 이슈라면 과감하게 편성을 짜서 심층 보도물로 제작하는 경우가 많아졌어요.”

EBS 뉴스의 경우 인력이 적고 기획팀이 따로 있는 것도 아니라, 매일 뉴스 보도도 하는 동시에 호흡이 긴 기획취재를 하는 게 쉽지 않았을 것 같아요. 나름의 노하우가 있다면 뭘까요?
“저희는 취재 인력이 많지 않아서 따로 탐사보도팀을 꾸려 기획을 할 수 있는 여건은 아니에요. 이 때문에 매일 맡은 리포트를 소화해 가며 틈틈이 취재해야 하는 상황이죠. 하지만 그래서인지 오히려 기획에 착수하면 더욱 바짝 집중해서 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기획안이 구성되면 담당 기자들이 흩어져서 현장 취재부터 충분히 하고, 섭외나 인터뷰는 그 뒤에 몰아서 하는 식으로 진행하고 있어요. 사실 확인이나 사례 수집 같은 현장 취재가 단단하게 되어 있으면 그 뒤는 비교적 무난하게 갈 수 있거든요. 물론 기획팀이 따로 꾸려져서 하나만 붙들고 취재할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그래도 주어진 환경에서 최선을 다하려고 하고 있어요.”
“아이들이 얽힌 문제다 보니 학교 취재가 어려워”

그동안 학교 현장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기획에서 많이 하셨는데요. 아무래도 아이들의 문제를 다루다 보면 조심스러운 부분이 많을 텐데, 이런 취재에서 가장 힘든 점은 뭔가요?
“‘수포자’ 때도 그렇고 ‘한글 교육’ 때도 그렇고 현장 실태를 담아야 하는 취재의 경우, 학교를 섭외하는 일이 가장 힘들어요. 아이들에 관한 문제이다 보니 학교 입장에서는 혹시나 안 좋은 내용으로 언론에 노출이 될까 봐 극도로 예민하게 반응하는 경우가 많거든요. 그래서 현장에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의 사례를 얘기하고 싶어도 일단 취재 자체가 쉽지 않고, 한참 얘기를 나누고 나서도 카메라 앞에 세우는 게 또 어려워요. 이번 ‘한글 교육’ 기획 때는 한 교장 선생님께서 저희 취재 의도를 들으시고는 현장에서 문제가 심각하니 꼭 보도해달라고 하면서도 우리 학교는 절대 안 나오게 해달라고 하시더라고요. 이렇게 싫다는 학교들을 붙잡고 요리조리 설득하고 파헤쳐서 보도에 담아내야 한다는 점은 늘 부담으로 다가오는 것 같아요.”

기자 생활 5년 차, 교육 현장에서 발로 뛰며 겪은 경험들이 가치관에도 영향을 미쳤을 것 같아요. 교육 기자가 되기 전과 후, 우리나라 교육과 관련해 생각의 변화가 있나요?
“교육 분야를 취재하다 보니까 현장에서 드러나고 있는 수많은 문제의 원인이 대부분 입시제도 때문이라는 생각을 많이 하게 됐어요. 현장 구석구석을 살펴보면 교육 당국이 관심을 두고 챙겨야 할 부분들이 참 많은 것 같아요. 열심히 취재해서 보도하면서도 ‘결국 제도적인 문제를 손보지 않으면 안 될 텐데’ 하는 회의가 들기도 하거든요. 가끔 해외 선진 사례를 취재하러 선진국을 가게 되면 그런 생각이 더 간절해져요. 비슷한 어려움을 겪고 있는 또래 아이들인데, 왜 우리는 이런 아이들에게 좀 더 나은 기회를 제공해주지 못할까 하는 아쉬움이 많이 들어요.”

“英·中·日 3개 국어에 능통한 글로벌 기자”

분위기를 좀 바꿔서 취재뿐 아니라 영어, 일본어, 중국어 등 3개 국어에도 능통하다고 들었는데, 이런 외국어 실력이 일할 때 도움이 되는 부분이 있나요?
“외국어 실력을 맘껏 발휘할 기회가 많으면 좋겠지만, 사실 방송기자로서 일상적인 취재를 할 때 외국어 능력을 활용할 만한 기회는 많지 않은 것 같아요. 하지만 기획취재를 할 때는 종종 유용해요. 예전에 난독증 취재를 할 때 국내에 자료가 거의 없다 보니까 주로 해외 자료를 찾고 해외 전문가들을 인터뷰해야 했는데요. 현지 출장이 됐든 화상 인터뷰가 됐든 아무래도 통역 없이 인터뷰이와 직접 소통하고 바로바로 피드백이 오가다 보니 취재 의도도 잘 전달되고, 취재 후에도 계속 연락을 하며 인연을 이어가는 편이에요. 최근에 ‘한글 교육’ 기획 때는 국내에 소개되지 않은 해외 원문 자료를 직접 찾아 분석해 보도에 활용할 수 있어서 내용의 객관성을 확보하는 데 도움이 됐었어요.”

앞으로 특별히 취재하고 싶은 분야나 기획하고 싶은 분야가 있으면 소개해주세요.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교육 분야에서 소외된 아이들의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요. 지난해 ‘난독증’에 대해 처음 취재하면서 느꼈던 것처럼, 지금도 어딘가 교육 당국의 손길이 닿지 않는 사각지대에서 제가 모르는 어떤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아이들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하거든요. 어떤 사안이 되었든지 간에 사람들이 알아야 하는 중요한 얘기이고, 꼭 다뤄져야 하는 얘기라면 시간이 조금 걸리더라도 끈질기게 취재하고, 보도해서 긍정적인 변화를 이끌어내는 역할을 하고 싶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