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2016년 대한민국의 겨울은 뜨거웠다

2016년 대한민국의 겨울은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로 나라 전체가 거대한 용광로로 변했다. 소박하게 타올랐던 촛불은 순식간에 횃불이 됐고, 시민들은 광화문을 민주주의의 플랫폼으로 만들었다. 불가능해 보였던 박근혜 대통령 탄핵안이 압도적인 찬성으로 국회에서 통과됐고, 뉴스 시청률은 어지간한 드라마나 연예 프로그램의 시청률을 앞섰다. 단일 소재의 뉴스 아이템이 두 달 이상 헤드라인을 장식했다. 예전엔 아무리 큰 스캔들이라 할지라도 대부분 한 달을 기점으로 관심권에서 사라졌지만 이번엔 달랐다.

초호화 캐스팅에 소재도 다양했다. 끝이 없어 보이는 비리의 서사 구조가 탄탄한 구성으로 서로 맞물렸다. 화수분 같은 소재는 회가 거듭될수록 계층별로 전 국민의 감정선을 건드렸다. 보통 사람들이 느낀 일상의 배신은 처음엔 실망에서 나중엔 분노로 변했다. 일상 속에 녹아있는 거짓과 위선이 적나라하게 폭로됐기 때문이다.

보통 사람의 일상을 비웃는 이 드라마의 주인공은 평생 변변한 직업 한 번 가져본 적 없는 최순실이다. 어떻게 모았는지 모르는 막대한 돈을 가진 그는 세상만사를 휘둘렀다. 대통령과 가까운 정도가 아니라 어둠의 대통령이었다. 이런 일상의 배신을 목격하고도 분노하지 않으면 오히려 이상하다. 주어 동사가 맞지 않는 문법 파괴, 자신이 주체가 되지 않는 유체이탈 화법, 주술적 언어 등은 지난 4년간 온 국민들의 귓가에 끊임없이 맴돌던 대한민국 대통령의 말이었다. 지금 이 특별한 언어가 그간 벌어져온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를 설명해주는 매개물이 되고 있다.

설득력과 일관성 없는 대통령의 말과 행동이 일상사였기에 국민들은 늘 어지러웠다. 말 바꾸기와 표변이 트레이드 마크였던 대통령이 왜 최순실의존재를 시인했을까? 아직도 풀리지 않는 의문이다. 지금 후회하고 있을지 모른다. 어쨌든 대통령의 시인으로 봇물이 터진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혁명적 상황을 야기했다.

우리는 지금 국가 시스템을 개조할 절호의 기회를 맞고 있다. 이대로는 안 된다는 데 모두가 동의한다. 변화를 바라는 열망은 보수와 진보, 청년과 장년을 가리지 않는다. 이 기회를 놓치지 말고 낡은 제도와 시스템을 뜯어고쳐야 한다.

또다시 사람만 처벌하고 원인 제거를 하지 않는 과거의 관행이 되풀이 되면 ‘박근혜·최순실 게이트’는 의미 없는 소모전일 뿐이다. 국민적 공감대위에서, 다가올 대선에서 국가 시스템을 어떻게 고칠지가 핵심 이슈가 돼야 한다. 이를 토대로 차기 정부가 개혁 프로그램을 짜고 실행에 옮겨야 한다. 어둠을 밝히는 촛불은 헌 것을 몰아낼 때 보다 새것을 받아들일 때 더 활활 타올라야 한다. 게이트는 아직 끝나지 않았지만 2017년이 너무나 기대되는 것은 다 이런 이유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