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영화 ‘인사이더’가 다시 생각나는 이유_김현철 방송기자연합회장

영화 ‘인사이더’는 부도덕한 대기업에 맞서 싸우는 언론과 개인의 이야기다. 담배의 부정적인 효과를 알고 있음에도 은폐하는 담배회사와, 이를 다 알면서도 담배회사의 로비에 넘어가 보도하지 않는 언론사, 그리고 여기에 맞서 싸우는 내부 고발자와 언론인의 스토리가 핵심이다.

실제 있었던 일로, 영화에서는 알 파치노가 담배회사의 비리를 캐는 방송사 기자로, 러셀 크로우가 회사의 협박에 불안해 흔들리면서도 끝내 소신을 굽히지 않는 내부 고발자의 역할을 한다. 이 영화에서 알 파치노가 분한 실제 인물이 현존하는 탐사보도의 대가 로웰 버그만이다.

지난 해 로웰 버그만이 서울에 왔다. 서울디지털포럼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는데, 당시 그는 자신의 경험을 이야기 하며 “담배회사가 보도를 막기 위한 비용으로 1년에 대략 6억 달러를 쓴다”고 했다. 버그만은 거대한 자본권력이 진실을 은폐하기 위해 얼마나 발버둥 치는지를 토로했다.

그는 “‘인사이더’의 경우처럼 강력한 힘을 가진 기업이나 단체의 영향력은 아직도 존재한다”며 “그러한 힘을 이겨내고 진실을 보도하는 것의 어려움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가습기 살균제 사태에서 우리는 돈 밖에 모르는 악덕 기업의 민낯을 목도했다. 우리 주변에서는 공공의 안녕에 위배되는 일들이 끊임없이 반복되고 있지만 정부는 손을 놓고 있고, 전문가 집단은 검은 유착으로 이들을 비호한다. 이런 상황에서 언론마저 감시를 포기한다면 그것은 직무유기요 책임방기다.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단순한 언론의 책무만이 아니다. 미디어 빅뱅 시대에 갈수록 힘을 잃고 있는 전통 미디어의 새로운 활로이기도 하다. 하루에도 수십 개의 인터넷 매체가 등장하는 미디어 환경 속에서 탐사보도는 각 언론사가 차별화를 꾀하고 신뢰를 얻을 수 있는 가장 효과적인 수단이 될 수 있다. 미국 CBS 방송의 <60 Minutes>가 48년간, 공영방송 PBS가 지난 33년간 <프론트라인>을 유지하는 이유도 그 때문이다.

이제 우리는 공익을 위해 취재하는 탐사보도 프로그램은 공공재라고 생각하고 많은 사람들이 힘을 합쳐 공익을 위해 접근해야 한다. 서로 다른 브랜드의 매체가 힘을 합쳐 단독 특종이 아니라 협업 특종을 할 수도 있다. 공익을 위해 정보의 공유와 협업을 해도 모자랄 판에 우리는 지금 거꾸로 가도 있다. 영화 ‘인사이더’가 그립고 다시금 생각나는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