받아쓰기, 그리고 남은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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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2세월호 사고가 난 지 두 달이 훌쩍 넘었다. 눈물의 항구 전남 진도의 팽목항에는 아직도 사랑하는 이들을 애타게 찾고 있는 실종자 가족들의 서글픔과 탄식이 무겁게 내려앉아 있다.
2014년 4월 16일 세월호 사고 현장에 다다랐을 때, 단원고 학생 전원 구조 소식이 언론을 통해 흘러나오고 있음을 알았다. 하지만 해역의 사정은 전혀 달랐다. 6천8백 톤이 넘는 여객선은 뱃머리만 남긴 채 물속에 가라앉은 상태였다. 수중 구조요원은 단 한 명도 없었다. 구조 선박들은 아무것도 하지 못한 채 선수 주위만 맴돌고 있었다. 목포MBC 보도부장에게 “전원 구조는 사실과 다른 것 같다. 2백여 명 이상은 갇힌 듯하다.”고 보고했고, 동료 기자들에게도 “구조자 수가 중복됐는지 확인해 달라.”고 요청했다. 당시 사고 해역의 구조 책임을 맡고 있던 목포 해양경찰서장에게도 확인했더니 “구조자 수는 160여 명에 불과하다.”고 했다.

‘전원 구조’ 오보 막을 수 있었는데…
이후 구조자 수는 172명에서 멈췄다. 사고 당일 목포MBC 보도국 간부들은 서울MBC에 ‘전원 구조’ 보도가 오류임을 언급했지만, MBC를 비롯한 모든 언론은 중앙 재난안전 대책본부의 잘못된 발표를 그대로 실었다. 물론 대형 재난사고가 발생하면 대책본부의 발표를 따를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다만 이번 세월호 사고처럼 현장 취재진이 확인한 것과 다른 발표가 있는 경우 최소한 당국의 발표와 현장 취재 결과를 함께 보도했으면 대형 오보를 막고 정부가 인명 구조 활동을 펴는 데 좀 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았을까 하는 진한 아쉬움이 드는 건 어쩔 수 없다.

멈추지 않는 오보 행진
전원 구조 오보에 이어 초기 해경의 구조인력 부풀리기, 잠수요원 선체 진입 등 숱한 오보들이 고구마 줄기처럼 이어졌다. 받아쓰기와 경쟁 보도가 부른 또 하나의 참극이었다. 소설 같은 보도는 이후 유병언 관련 기사들에서도 쏟아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재난보도 준칙과 언론 윤리강령이 제대로 지켜지지 않았다고 지적하고, 특종 욕심과 ‘한 건’주의를 비판한다. 속보 경쟁을 지양하고 24시간 재난 보도가 바람직한지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있다. 재난보도와 관련한 기자들의 재교육을 늘리자는 등 갖가지 대안들도 제시되고 있다.

물론 빼놓아서는 안 되는 중요한 것들이다. 그러나 이 같은 지적과 대안은 대형 재난과 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있어온 것들이지 새삼스런 충고와 해법이 아니다. 있는 제도를 제대로 지키면 현재의 제도로도 얼마든지 최악은 막을 수 있다. 그래서 근본적인 물음이 생긴다. 우리는 기자인가? 기자란 무엇이며, 언론의 역할은 무엇인가? 우리는 부끄럽지 않고 떳떳하게 답할 수 있는가? 세월호 참사는 기자와 언론에게 무거운 물음을 던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