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광식 기자의 건강 이야기] 기자의 숙명 ‘폭탄주’, 숙취를 극복하려면?_KBS 박광식 의학전문기자

‘그래~♪ 난 취했는지도 몰라~ 실수인지도 몰라~
아침이면 까마득히 생각이 안 나 불안해할지도 몰라~♬‘

이미 오래된 ‘취중진담’이라는 노래의 첫 구절이다. 가사를 잘 보면 과음 후 다음 날 필름이 끊기는 이른바 숙취의 심한 형태인 인지기능 장애를 노래하고 있다. 기자의 숙명을 꼽으라면, 단연 ‘소폭’이다. 문제는 다음날 나타나는 숙취다. 머리 아프고, 메스껍고, 만사 귀찮은 숙취에 ‘총’이라도 맞으면 그만한 고역이 따로 없기 때문이다. 술 앞에 장사가 있겠는가? 의학전문기자라 해도 별수 없다. 나조차 술잔이 마구 돌아가는 날에는 ‘술 구멍’이 따로 있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필자를 애절한 눈빛으로 바라보는 동료들을 외면할 수 없어 이번 기회에 숙취에 관한 객관적 증거들을 살펴봤다.

브랜디, 와인, 위스키 섞어 마시면 숙취 확률 99%
숙취(Alcohol hangover)가 남아 있을 때 나타나는 흔한 증상은 과음 후 1~2일 정도 두통, 특이한 불쾌감, 입맛 없음, 설사, 메스꺼움, 피로 호소와 작업 활동 능력의 감소, 인지기능과 시공간적 능력의 감소 등을 들 수 있다. 이는 의료비용을 발생시키거나 생산성을 떨어뜨리고, 심지어 방송사고의 위험을 증가시키게 된다. 이는 비단 개인의 문제뿐 아니라 사회문제로 확대되기도 한다. 영국에서는 과음 후 결근으로 인한 국가적 손실이 한해 약 20억 파운드라고 보고된 바 있으며, 미국에서는 매년 120억에서 300억 달러가 알코올에 대한 비용으로 들어간다고 알려졌다.
그렇다면 숙취는 왜 생기는 것일까? 첫째, 알코올이 간에서 대사되는 과정에서 생기는 아세트알데하이드acetaldehyde가 숙취를 일으킨다. 그래서 최근에 아세트알데하이드의 제거를 돕는 기능성 제품들이 시중에 나와 있는데, 사람마다 효과가 천차만별이어서 적극적으로 추천하기는 어렵다. 둘째, 술에 함유된 착향료가 숙취를 일으킬 수 있다. 따라서 술의 종류마다 숙취유무가 달라진다. 럼이나 보드카, 진에서는 숙취가 적은 편이다. 그런데 주로 고유의 향을 살리기 위해 착향료(Congeners)의 함량이 많은 브랜디, 와인, 데킬라, 위스키에서는 숙취가 자주 나타날 수 있다. 2~3가지 알코올음료, 특히 착향료 함량이 많은 것을 혼합해서 마실 때 상호 작용이 일어나 숙취가 심하게 나타날 수 있다. 셋째, 숙취의 원인 중 하나는 바로 탈수다. 술 마실 때 화장실을 자주 가게 되는 건 알코올의 이뇨작용 때문인데, 몸 안의 수분이 빠져나가 탈수가 생기고 숙취가 발생할 수 있다. 술 마신 다음 날, 입안은 말라 있고 머리가 찌릿찌릿 아프다면 탈수 증세로 봐도 무방하다. 그래서 술을 마실 때 물을 함께 자주 마셔주면 숙취를 예방하는 데 도움을 줄 수 있다. 이 때문에 ‘방송국에 들어오기 전에 회사들이 밀집한 근처에 숙취 해소 전용 수액 치료실을 만들면 어떨까?’ 하고 생각해본 적도 있다.

해장술의 효과… 있다? 없다?
여기서 한 가지 재미있는 것은 혈중알코올농도가 감소해서 0에 가까울수록, 술이 깰수록 숙취가 나타나기 쉽다는 것이다. 그래서 술이 깰 때쯤 약간 알코올 농도를 올려 숙취를 없애주기도 하는데, 이게 바로 해장술(Eye-opener)의 효과다.
지금까지 이야기한 숙취의 원리만 놓고 봤을 때 와인이랑 소폭처럼 여러 술을 섞어 마시지 않고, 물을 많이 자주 마셔주는 게 숙취예방에 좋다는 결론이다. 여기서 해장술이나 기능성 숙취 해소제는 개인 취향으로 남겨두겠다. 이외에도 실제로 의학 논문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보면, 숙취에 관한 296개 연구 가운데, 효과가 입증된 것은 3개다. 달맞이꽃 종자유로 불리는 감마리놀레익산과 비스테이드성 항염증약의 일종인 톨페나믹 애시드Tolfenamic acid(과음 후 자기전 200mg 복용), 비타민 B1과 비타민 B6가 포함된 건조 효모 제품이 효과가 있었다. 그 외에 벌꿀에 많이 포함된 과당이나, 백년초는 숙취에 별 도움이 되지 못했다.
마지막으로 숙취예방을 위해 꼭 피해야 할 행동이 하나 있는데, 바로 타이레놀 같은 두통약을 먹어선 안 된다. 왜냐하면, 술이 간에서 해독되는데 간으로 대사되는 타이레놀을 함께 먹으면 간독성 위험이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 숙취 후 두통을 참기 힘들다면 타이레놀 계열이 아닌 아스피린이나 다른 계열의 두통약을 복용하는 것도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