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 바람직한 ‘덕질’은 인생의 청량제

 

 

SBS A&T 양두원 기자

오타쿠お宅는 상대방의 집을 높여 부르는 일본 단어지만, 세칭으로는 특정 분야나 사물을 좋아해 관련 정보를 모으는데 적극적인 사람을 말한다. 국내에서는 ‘오덕’, ‘덕후‘로 불리기도 한다. ‘오타쿠’ 하면 뭔가 음습하고 어두우며 비정상적인 인간형으로 보는 사람들이 많은데, 오타쿠로 지칭되는 사람들 가운데 그런 사람이 있는 것이지, 그런 사람 모두가 오타쿠인 것은 아니다.
누가 시키지 않아도 열정적으로 특정한 분야에 대해 공부하고 분석하며 가치를 추구하는 것이 진정한 오타쿠의 모습이라고 생각한다. 한 일본의 사회평론가는 오타쿠를 ‘장인匠人 문화’의 후계자라고까지 이야기했다. 물론 장인匠人 단계까지는 아니지만 방송계에서 축구(엄밀히 말하면 FC바르셀로나), 야구(엄밀히 말하면 고시엔) 등 다양한 분야에서 오타쿠로 꼽히는 SBS A&T의 양두원 기자를 만나 그의 생각을 들어봤다.

 

 

 

 

 

일시  2016년 10월 12일  
장소  서울 목동 SBS 사옥  
인터뷰  SBS 박상진 기자(시민사회부)

 

‘최일선’에서 근무한다는 매력에 끌려

전공이나 출신 학교 등 독특한 이력의 소유자다. 어떤 계기로 지금 일을 하게 되었나?
학부는 공대(KAIST 화학공학과)를 나왔는데, 대학원을 고고미술사학과를 가게 되었다. 후에 군대를 다녀오고 복학을 고민하던 시기에 우연히 신입사원 모집공고를 보게 되고, 입사시험을 거쳐 지금에 오게 됐다. 아마 그때 모집공고를 보지 않았으면 현재 길이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생각한다.

모집공고를 봤다고 해서 모두 지원하는 건 아닐 텐데?
어릴 때부터 뉴스를 좋아했다. 해외토픽 등 프로그램들을 재밌게 봤던 기억이 난다. 최일선에 있다는 건 가공되지 않은 것들을 볼 수 있다는 게 매력이다. 그때 모집공고를 봤을 때, 유혹하는 말들이 뉴스의 가장 ‘최전선’,‘현장 기자’ 이런 말들이 매우 매력적으로 들렸는데 어릴 적이니까, 그런 말들에 혹해서 ‘그럼, 시험이나 한번 봐 보자’라는 생각으로 봤다. 그때 운이 좋아서 합격했던 것이 10여 년의 길을 결정짓게 된 것 같다.

취재 분야도 있는데, 영상 분야를 선택하게 된 이유가 있는 건가?
사실 특별한 계기는 없었다. 이른바 언론고시를 준비할 만큼 시간적인 여유도 없었고, 딱히 언론인의 사명이라던가 그런 것보다는 그때는 아무래도 어릴 때니까, ‘얼마나 재밌겠느냐’를 가장 중요하게 고려했던 것 같다. 내가 흥미를 가지냐, 아니냐가 우선이었다. 사실 전공하고는 전혀 무관한 분야인데도, 재밌고 에너지 넘치게 일을 하고자 하는 그런 기대감이 있었고, 어느 정도 그 기대감을 충족시켜주기도 하고…

현업도 물론 열심히 하고 있지만, 여러 분야에 관심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
흔히 시간 있을 때는 돈이 없고, 돈이 있을 때는 시간이 없다는 얘기들을 많이 하는데,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을 구체적으로 실현하기 위해서는 돈이 좀 필요한데, 당시 대학원생 일 때는 돈이 없었고, 입사 이후에는 월급이 들어오니까, 어렸을 때 좋아하던 것을 실제적으로 실현시킬 수가 있었다. 예를 들면 유럽 여행을 간다든가, 내가 좋아하는 축구를 직접 스페인에 가서 보고 온다든지, 그런 것들이 좋았다.

양두원 하면 이른바 ‘축덕’(축구 오타쿠), ‘바르셀로나 빠’로 알려져 있다.
현재 회원 수가 2만여 명이 되는 FC 바르셀로나팀 한국 커뮤니티에서 세 명의 운영진 가운데 한 명으로 활동을 했다. 내가 주로 했던 일은 스페인 현지 기사 인터뷰를 번역해서 올리는 일이었다.

그럼 축구 때문에 스페인어를 하게 된 건가?
그렇다. 처음 스페인어를 공부하게 된 것도 회사 들어와서 회사에서 어학 지원을 해주니까 시작을 했다. 다른 사람들은 영어, 일어, 중국어를 주로 배우는데, 난 스페인어를 택했다.

180만 원 내고 현지서 축구시합 관전

최근도 실제로 현지에 가서 경기를 본다던지, 그런 정도의 활동을 하고 있나?
첫해 첫 휴가부터 6년 연속으로 스페인에 갔었다. 2009년에는 바르셀로나 팬들에게는 꿈의 경기라고 일컫는 바르셀로나 대 마드리드의 경기인 ‘엘클라시코’El Clásico 더비를 당시 가격으로 1천 유로(우리 돈 180만 원)을 주고 봤는데, 지금 생각으로는 말도 안 되게 비싼 금액 이기는 했지만, 그때 2대0으로 바르셀로나가 이기는 장면을 현장에서 직접 봤다는 것이 앞으로도 쉽게 잊히지 않을 짜릿한 시간이었다.

축구 이 외에도 관심 분야를 넓혀갔던 걸로 알고 있다.
어렸을 때 남자 고등학생들이 다 그렇지만, 일본 만화들 좋아하고 그러다 보니, 요샌 몇 년 전부터 고시엔(甲子園, 일본 전국고교야구선수권대회)에 많은 관심을 둬서, 한번 가야 되지 않겠는가 하다가 올해 직접 보고 왔다. 그 여름에 고등학생 선수들이 땀 흘리고, 열심히 죽을 듯이 뛰고, 진 팀은 엉엉 울면서 경기장의 검은 흙을 퍼 담고, 이러는 거 보니까, 그 현장을 지켜보는 게 내가 카메라기자여서 그런 것도 있겠지만, 그런 현장을 눈으로 직접 보는 게 제일 좋았다.

관련 서적도 번역했다고 들었다.
올봄에 대학원 선배였던 지인이 일제 강점기 시대에 이른바 고시엔에 출전했던 식민지 국가들의 고시엔 출장기가 책으로 나왔다고 해서 한국어로 번역해봤으면 좋겠다고 했다. 내용을 보니 너무 재미있고 좋아하는 분야고 해서, 내가 한번 번역해 보면 어떻겠냐고 제안했다. 선배가 번역 테스트 샘플을 받아보고 나서 괜찮겠다며 한번 해보자고해서 번역을 진행하게 됐다. 지금은 탈고를 해서 넘긴 상황이고 빠르면 다음 달 정도에 출간되지 않을까 한다.

회사 안팎에서 ‘덕후’라고 지칭이 되고 있는데 본인에게는 어떤 식의 느낌으로 받아들여지는지 궁금하다.
사실 덕후라는 말이 사회에서는 약간 부정적인 뉘앙스가 분명히 포함되어 있고, 사회상식과 어긋나는 취미, 성향, 이런 것들이 내포되어 있기는 하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해 보면 ‘바람직한 덕질’이라고 표현하는데, 자기가 좋아하는 분야를 깊게 추구하고, 자기가 좋아하는 걸 향해서 계속 끊임없이 관심을 가질 수 있다는 것은 좋은 일이라 생각한다. 어떤 특정 분야에 대해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것은 자신의 인생에서 무미건조함을 깰 수 있는 좋은 동력이 된다. 나 스스로도 굉장히 만족을 하고, 그렇게 지내왔던 것에 대해서 나름 뿌듯하게 생각을 한다.

본인의 성격이 외골수적인 면이 있어서 그런 건 아닌가?
사실 매우 게을러서 적극적으로 나서서 사람을 모은다던가, 알아서 일을 한다던가, 그런 성격은 아니다. 다만 대학교 입학 이후 20년 넘게 혼자 지내다 보니, 성격 탓도 있겠지만, 혼자서 뭔가에 재미를 찾아야 한다는 환경적인 요인도 있다.

서로의 ‘덕스러움’이 통했다

불혹을 넘겨 드디어 다음 달(11월)에 결혼을 앞두고 있는데, 배우자 될 분은 이해를 해주나?
우연한 계기로 만나게 됐는데, 이해를 해주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대화를 하다 보니 그런 성향이나 취향 이런 것들이 의외로 잘 맞았다. 상대방도 일본 아이돌을 좋아한다. 과거 일본에 직접 가서 수차례 현지에서 공연을 보고 올 정도로 좋아하고 상품 같은 것도 많이 사기도 했다고 한다. 처음 만났을 때도 내가 고시엔을 보러 간다고 하니까, 매우 동질감을 느꼈다고 하더라. 그런 부분에서 서로 매력을 느껴서 그 친구와 결혼까지 이어지는 게 아닌가 한다.

서로의 ‘덕스러움’이 통했다. 이런 건가?
뭐 그렇게 표현을 하자면 그럴 수도 있겠다.

최근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는 무엇인가?
대학원 시절부터 태평양 전쟁에 관심이 많았다. 이번에 번역을 한번 해보니, 번역이란 게 정말 힘들고 능력에 부치는 일이었는데, 그만큼 또 재미있는 부분도 있었다. 아마도 축구나 야구 등에 대해 단순히 취미로 즐기는 것도 좋겠지만, 그것을 나중에 돌아봤을 때, 뭔가 성과물로서 스스로 만족할 수 있는 것들을 내보이는 게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저자까지는 아니더라도 내가 좋아하는 또 다른 책들을 번역해 보면 좋지 않을까 한다.

그럼 태평양 전쟁에 관한 책을 번역해보고 싶은 것인가?
그렇다. 그 분야의 책을 번역하는 게 단기적인 목표다.

그쪽으로 관심을 갖게 된 특별한 이유라도 있나?
특별히 관심을 갖게 되기 시작한 이유는 잘 모르겠는데, 한번 우연한 계기에 꽂혔다고 표현을 하는 게 맞는 거 같다.

그렇다면 태평양 전쟁이라든지, 개인적인 취미가 됐든, 책을 다시 한 번 써보고 싶다는 것은 있나?
아직은 책을 쓰기에는 역량이 좀 모자라는 것 같고, 자료 수집이나, 줄기를 구상하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짧은 시간에 할 수는 없을 것 같고, 길게 보고 작업해보면 좋을 것 같다. 관련 서적들은 항상 관심을 갖고 보고 있다. 국내에 출간된 서적들 이외에도 화제가 되는 현지의 책들을 사서 영감을 얻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