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기자가 만난 방송기자] 미디어 환경 변화는 축복

 

언제 어디서나 접근할…미디어 환경 변화는 축복

2016-07-08 17;21;30

‘디지털 퍼스트’. 미디어 업계의 화두지만 실제 기사를 쓰는 기자들에게는 다른 의미로 쓰인다. “웹으로 빨리 써서 먼저 표출하고 방송 리포트 준비해. 내용 좀 더 보충해서 출연 준비하고 뒷이야기 취재해서 기자수첩으로 정리해.”
온라인 속보를 가장 먼저 처리하라고 해서 ‘디지털 퍼스트’다. 기사 한 꼭지 쓰고 느긋하게 시간을 보내던 기자의 ‘황금기’는 옛 추억일 뿐이다. 정보 통신 기술(ICT)의 발전은 기자들을 더 치열한 업무 환경으로 내몰고 있다. 하지만 권순우 기자는 변화를 좋아한다. 새로운 플랫폼이 생기면 어떻게 활용해 기사를 전할지 상상하며 즐거워한다.

 

리포트는 물론 블로그와 팟캐스트까지

기사를 전달하기 위해 어떤 플랫폼을 활용하고 있나?
방송기자가 기본적으로 소화해야 하는 형식은 방송 리포트다. 하지만 요즘 TV보다 온라인으로 뉴스를 보는 사람이 많기 때문에 웹 기사도 써야 한다. 영상과 텍스트는 성격이 다르므로 방송은 핵심만 간결하게 전하고 텍스트 기사는 좀 더 디테일하고 정확하게 써야 한다.

예를 들자면 ‘MTN현장+’ (기자수첩)는 사실보다는 관점이 중요하다. 얼마나 참신한 관점으로 쓰는지가 콘텐츠의 성패를 좌우한다. 염현석 기자, 이주호 앵커와 함께 하고 있는 팟캐스트 <발칙한 경제>는 출퇴근 시간에 듣기 때문에 30~50분 분량의 긴 스토리를 전달하기에 적합하다. 단순한 사실 전달뿐 아니라 사건의 개요와 전개 과정, 관련된 다양한 정보를 담을 수 있다.

블로그 <상식적인 시선>은 일종의 개인창고다. 블로그를 잘 관리하면 그 자체로 온라인 매체가 될 수 있다. 하지만 관리하는데 시간이 너무 많이 든다. 그래서 그냥 창고처럼 모아두고 관심 있는 사람이 찾아와서 보라는 용도로 쓰고 있다.

이런 플랫폼들은 서로 융합되기도 한다. 기사를 쓰고 더 자세한 내용은 팟캐스트에서 다룬다. 팟캐스트 원고는 정리해서 출판할 계획이다. 방송 시청자와 팟캐스트 청취자, 책의 독자가 연결된다. 팟캐스트에서 도서 증정 이벤트를 한 적이 있다. 신청자를 받았는데 이름이 많이 보던 이름이었다. 일면식도 없는데 페이스북에서 종종 좋아요를 누르던 사람이었다. 페이스북 친구가 시청자가 되고 제보자가 되고 심지어 광고주가 되기도 한다.

SNS로 취재원 관리

SNS는 어떻게 활용하는가?
페이스북을 주로 사용한다. 페이스북은 계속 사용하다 보면 특정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네트워크가 형성된다. 타임라인에 올라오는 글을 보면 그 사람의 취향을 알 수 있다. 내 페이스북은 주로 경제에 관심이 있는 사람들과 연결이 돼 있다. 교수님도 있고 정치인, 증권업계의 애널리스트, 펀드매니저, 금융연구소 연구원, 금융권 임직원. 경제 관료들도 상당수 있다. 그들은 ‘눈팅’만 한다.(웃음) 그들은 정책에 영향을 줄 수 있기 때문에 공개적인 곳에서 이야기하기를 꺼린다. 하지만 같이 이야기하고 싶어 한다. 그래서 페북에 쓴 내용을 오프라인에서 만나서 이야기한다.
내 기사를 홍보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이 전하는 정보를 얻기도 한다. 관심사가 비슷한 인적 네트워크로 구성이 되기 때문에 타임라인 자체가 흥미 있는 뉴스 포털이다. 또 SNS를 활용하면 좀 더 폭넓게 취재원 관리를 할 수 있다. 관리라는 표현이 좀 어색하다. 수천 명의 취재원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지 알아보려면 너무나 많은 품이 든다. 나의 안부를 전달하려고 해도 한계가 있다. SNS는 실시간으로 많은 사람을 연결하기 때문에 사람들 사이의 진입장벽을 일정 부분 해소해준다. 사건이 발생하고 실제 취재에 나설 때 좀 더 깊이 있는 이야기를 나눌 수 있다.

“페이스북 라이브 나오기 전부터 1인 방송”

최근 페이스북 라이브가 떠오르고 있다. 1인 방송도 하나?
페이스북 라이브도 굉장히 관심이 가는 플랫폼이다. 페이스북 라이브가 나오기 전에 ‘마이리틀 텔레비전’ 같은 경제 버전 1인 방송 ‘머니가 뭐니’를 했었다. 핸드폰으로 촬영을 하기 때문에 언제 어디서든 녹화를 할 수 있었다. 좀 더 친근하고 현장감 있게 경제, 금융 이슈와 정보를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경제, 금융 현상은 ‘사무실’이라는 일상적인 공간에서 결정되고 ‘시장’이라는 추상적인 공간에서 벌어진다. 1인 방송을 하는데 내 얼굴 말고는 별로 보여줄 게 없었다. 1인 방송은 한 가지 구도로만 찍기 때문에 자칫 잘못하면 지루할 수 있다. 뭔가 흥미를 끌 수 있는 장치가 필요하다. 그래서 리뉴얼을 하기 위해 중단했다.

다시 시작할 때는 페이스북 라이브도 동시에 진행할 것이다. 1인 방송은 게임, 먹방 같은 자극적인 소재가 대세다. 하지만 자극적인 소재는 나로서는 경쟁력이 약한 부분이다. 재미가 있으면서도 정보가 있는 방송을 하고 싶은데, 균형점을 찾기가 어렵다.

시청자 중심 플랫폼, 기사 유통방식도 확인 가능

왜 멀티미디어를 활용해 기사를 전하는가?
첫 번째는 더 많은 사람에게 기사를 전하기 위해서다. 내 기사를 누가 어떻게 소비하는지 궁금해한 적 있나? 내가 만드는 물건이 어디로 팔리고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대부분의 기자들은 궁금해하지 않는다.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갈 수 있는 형식을 찾고 싶었다. 습관적으로 마주하는 곳에 내 기사가 존재하게 만들고 싶다. 시청자가 원하는 곳에 내 기사가 있으려면 미디어를 멀티로 활용할 수밖에 없다.
두 번째는 플랫폼마다 전달되는 정보가 다르기 때문이다. 미디어 학자 마셜 맥루한은 ‘미디어는 메시지’라는 말을 했다. 어떤 플랫폼으로 뉴스를 접하느냐에 따라 전달되는 메시지가 다르다. 사실을 전달하려면 이성적인 텍스트가 효과적이다. 의견을 전하고 싶으면 감성적인 방송이나 라디오가 낫다. 내가 전달하고자 하는 내용의 최적화된 플랫폼을 선택하는 것이다.

경제 분야는 어렵고 복잡해서 사람들에게 다가가기 더 힘들지 않은가?
그래서 더더욱 다양한 플랫폼을 활용하고자 하는 것이다. 경제 분야의 사건이 개인에게 미치는 영향은 과소평가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대우조선의 부실은 거제도에서 일어난 남의 일이 아니라 산업은행을 통해 국민 모두의 손실로 이어진다. 수익의 개인화, 손실의 사회화가 가장 많이 이뤄지는 곳이 경제 분야다. 사건을 전달하는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다. 그 사건의 사회적 함의를 전하고 더 많은 사람의 관심을 이끌어 내고 사회를 발전시키고 싶다. 기자들은 사건 자체에만 관심을 둔다. 공급자 마인드다. 전달하고 싶다는 욕망과 어떻게 전달할 것인가에 대한 고민이 다양한 플랫폼을 이용하게 만들었다.

목표는 무엇인가?
살아있는 미디어 공간을 만들고 싶다. 일방적으로 전달하는 미디어가 아니라 시청자와 취재원, 기자가 같은 공간에서 정보를 주고받는 관계의 공간이다. 집단 지성이 콘텐츠를 만들어내고 소비하는 미디어를 만들고 싶다. 관심사의 공동체를 형성하는 ‘내로우 캐스팅’이 생기고, 내로우 캐스팅 간의 연결을 통해 ‘브로드 캐스팅’이 되는 방식이다. 살아있는 미디어 공간에서 기자는 지휘자 역할을 하게 된다. 아직은 추상적인 목표다.

얼마 전 SNS에서 대학교수와 국회 전문위원, 민간 연구소 연구위원, 전직 금융회사 CEO가 ‘국책은행 자본 확충이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토론을 벌였다. 초등학교 5학년 수준에 맞춰야 한다는 기존 매체가 다루기에 난해한 소재다. 그 모습을 수천 명의 사람들이 바라보며 즐거워했다. 평소 궁금하기는 했는데 어떤 매체도 다뤄주지 않았던 소재다. 기존 매체에서 그런 난해한 소재를 가지고 그렇게 진솔한 공론의 장을 만들 수는 없다.

SNS가 미디어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보는가?
그런 공론의 장이 미디어의 주류가 될 것이라고 믿는다. 아니 설사 주류가 되지 않더라도, 살아있는 미디어 공간이 일상화되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믿는다. 소통 전문가인 기자들은 이런 시대 변화에 발맞춰 미디어, 플랫폼이라는 것 자체에 대해 깊이 있게 고민하고 과감하게 행동해야 한다. 정의는 기자의 필수 덕목이다. 정의감이 단순히 기사를 취재하고 쓰는 것에만 그칠 것이 아니라, 세상에 번져 실제 변화를 일으키도록 하는 기자에게는 책임이 있다.

일시  2016년 6월 20일       장소  서울 여의도 MTN 사옥     인터뷰 머니투데이MTN 염현석 기자(산업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