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無보도는 의도적 편향”_전북대 권혁남 교수

12-1 뉴스 비평

12-2 제목

12-3 무보도

 

신문, 극단적 정파성
12-4 권혁남저널리즘 현장에서 정치 논리보다 미디어 논리가 우선하고, 미디어가 정치보다 우위에 서는 현상을 보여주는 좋은 증거는 바로 해석적 저널리즘의 만연이다. 지난 100여 년 동안 신성시되었던 객관적 저널리즘이 사라지고 해석적 저널리즘이 그 자리를 대신하게 되었다. 해석적 저널리즘은 언론이 정치인들의 메시지를 그대로 전달하는 앵무새와 필경사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을 받았던 객관적 저널리즘에 대한 반발로 등장하였다. 그렇지만 오늘날의 해석적 저널리즘은 기사 속에서 언론인이 정치인보다 말을 더 많이 하게 만들었으며, 비평가이자 관찰자인 언론이 선수로 뛰게 만들었다는 점에서 문제가 되고 있다.
해석적 저널리즘이 지배하고 있는 지금 시대에는 뉴스 기사 속에서 사실과 해석이 자유롭게 상호 결합되어 있다. 해석은 주제(theme)를 제공하고, 사실(fact)은 그것을 밝게 해주는 것이다. 주제가 우선이고, 사실은 예증의 자료로 사용된다. 해석적 저널리즘은 언론인들에게 뉴스 메시지에 대한 통제권을 더 많이 부여해준다. 객관적 저널리즘은 사실이 주도하지만, 해석적 저널리즘은 주제가 주도한다. 객관적 보도는 언론인에게 관찰자의 역할을 요구하지만, 해석적 보도는 언론인이 분석가로서 행동하기를 요구한다.
우리나라 저널리즘 현장에서 나타나고 있는 해석적 저널리즘의 심각한 부작용 중의 하나가 언론의 편향성, 정파성이다. 그렇지 않아도 우리 사회는 이념, 지역, 노사, 계층 간의 심한 갈등과 대립 양상을 보이고 있는데, 언론이 이러한 정치, 사회적 갈등과 대립을 해소시키기 보다는 오히려 이를 더 심화시키고 있다는 비판을 면치 못하고 있다. 소위 ‘조중동’으로 대표되는 보수 신문과 ‘한겨레·경향’이 대표하는 진보 신문 간 논조의 양극화와 이념적 대립은 언론 전체에 대한 불신과 정치냉소주의를 일으킨다는 점에서 문제가 있다 하겠다.

방송, 무보도 편향성
우리나라 언론, 특히 방송의 역사는 불공정, 편파 보도의 역사이다. 우리나라 방송의 정치뉴스 편향성 논란은 지금도 계속되고 있는데, 편향성에는 질적, 양적 편향성이 있다. 특정 정파에 치우친 방송뉴스의 편파성 논란이 제기되고 있지만, 방송의 무無보도 문제에 대해서는 별다른 주목을 받고 있지 못한 편이다. 무보도 문제란 언론이 마땅히 보도해야 할 뉴스가치가 높은 이슈나 사건을 고의로 보도하지 않음으로써 일어나는 불공정성 문제이다. 언론의 무보도 문제는 특정 정치인이나 정파에게 이익 또는 불이익을 주기 위한 언론의 의도적 편향이라는 점에서 심각한 문제이다. 언론의 무보도 편향성 사례들은 수없이 많은데, 그 중에서 대표적인 예를 들자면 2012년 19대 총선에서 여당에 악재로 작용할 수 있는 ‘민간인 불법사찰’ 관련 뉴스가 대형 포털 사이트에서는 그 어떤 이슈보다도 네티즌들의 관심을 받았지만 방송뉴스에서는 제대로 다뤄지지 않았다. 또한 2012년 18대 대통령 선거일을 목전에 둔 12월 6일, 안철수 후보가 전격적으로 후보를 사퇴하면서 문재인 후보를 지지 선언하였다. 다른 방송사들은 이 뉴스를 첫 번째 뉴스로 중요하게 다뤘지만 MBC <뉴스데스크>에서는 처음부터 일곱 번째 보도까지 모두 ‘한파’ 리포트로 내보낸 뒤 대선 보도 3건을 편성했다.

프랑스 방송의 3등분 원칙
과거에 비해 양적 편향성은 어느 정도 줄어들었지만 질적 편향성은 크게 개선되지 않고 있다. 질적 편향성은 교묘하게 일어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이의 지적과 개선이 쉽지 않다. 그러나 양적 편향성은 방송 시간의 균형성 문제이기 때문에 방송사가 의지만 갖는다면 얼마든지 개선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우리나라도 이제 프랑스 방송의 보도 ‘3등분 원칙’(regle des trois tiers)을 도입할 때가 되었다고 본다. 1982년부터 프랑스의 모든 방송사는 3등분 원칙에 따라 정부와 집권당, 그리고 야당에게 똑같은 방송 시간을 배분하고 있다. 이 원칙에 따라 모든 지상파 방송은 전체 보도 시간뿐만 아니라 각 정당 관계자의 공식적 기자 회견, 뉴스 시간에 삽입되는 인터뷰, 시사 매거진 프로그램 출연 등 방송에서 이루어진 모든 정치 방송시간을 3등분하여 정부, 여당, 야당에 균등하게 할애하고 있다. 그러나 실제로 대통령의 발언시간이 너무 많다는 논란 끝에 대통령은 프랑스를 대표하는 동시에 국회 다수당의 수장이기 때문에 대통령의 발언 역시 한 정당의 수장으로서의 발언으로 계산하게 되었다. 따라서 2010년부터는 야당의 발언 시간이 여당과 정부, 대통령과 그 측근들의 발언 시간을 더한 것에서 절반 이상이 되어야 한다. 즉 야당의 발언시간이 적어도 3분의 1 이상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또 의회에 의석수가 있든지 없든지 간에 군소 정당들의 몫(약 10%가량)도 보장된다.
기레기로 까지 놀림을 받고 있는 우리의 방송뉴스는 이제 국민들로부터의 불신과 외면으로부터 벗어나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해석적 저널리즘을 줄이고 언론의 기본이자 정도인 객관적 저널리즘으로 회귀해야 한다. 사실과 진실이 기자의 생각(주제)보다 우선하는 객관적 저널리즘만이 보도의 공정성을 회복시킬 수 있다고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