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생태계] 목마른 기자의 우물 파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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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튜브에 광주MBC 뉴스 리포트를 업로드 하는 일을 1년 넘게 해오고 있다. 사건팀장과 뉴스데스크 앵커를 하면서 동시에 하는 일이다. 로컬 뉴스가 끝나는 밤 9시부터 로컬 뉴스 앵커는 새로운 업무를 시작한다. 그날 치 뉴스 파일을 리포트별로 잘라 유튜브에 올리는 일, 유튜브 링크를 홈페이지에 걸어주는 일, 뉴스 주소를 요약해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올리는 일까지다.

  

 

‘뉴스 다시보기’ 올리는 앵커

유튜브에 뉴스 리포트를 올리는 건 순전히 개인적인 욕심 때문에 시작한 일이었다. 5·18 기획보도 ‘33년 전 오늘’(http://bit.ly/1hWXo1V)을 더 많은 이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심 말이다. ‘33년 전 오늘’은 광주민주화운동 열흘의 기록을 타임라인별로 정리한 새로운 형태의 5·18 기획보도였다. 요즘 신문에서 많이 하는 스토리텔링 기법도 활용하고, 한 편당 5분 길이의 리포트를 12일 연속 보도하는 등 전례가 없던 시도였던지라 내심 자부심이 컸다. 그런데 준비하는 과정에서 설렘보다 더 큰 갈증이 생겼다. 정작 이 뉴스가 필요한 이들은 다른 지역에 살아 5·18을 잘 모르는 젊은이들, 5·18이 북한군의 소행이라고 아직도 믿고 있는 이들일 텐데 정작 이들이 볼 수 있는 방법이 없었던 것이다. 고민 끝에 내린 결론은 유튜브였다.
하지만 이 일을 할 사람이 없었다. 누구도 자신의 일로 여기지 않았다. 전국의 계열사는 물론 경쟁사 현황까지 알아봤지만, 선례가 없다는 답이 돌아왔다. 목마른 자가 우물을 파는 법. 결국 기자가 직접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유튜브는 그런 점에서 목마른 자가 팔 수 있는 가장 쉬운 우물이 돼주었다. 업로드 방식이 간편했고, 회사 서버를 이용하지 않아도 돼 비용 부담도 없었다. 트위터나 페이스북에 얹기가 쉬웠고, 모바일 친화적이어서 취재원이나 지인들에게 쉽게 보내줄 수 있었다. 게다가 조회 수에 따라 광고수익까지도 챙겨주는 매력 넘치는 플랫폼이 아니던가.
5·18 기획보도를 유튜브에 올리자 과연 반응이 오기 시작했다. 예상대로 5·18을 긍정하는 이들과 부정하는 이들이 치열하게 싸우기 시작했고, 홍보하지 않았는데도 자기들끼리 돌려보고 댓글을 쏟아냈다. 네티즌 중 누군가가 연속보도 12편을 이어 붙여 45분짜리 프로그램(http://youtu.be/7pn_VWChiEo)을 만들어낸 걸 보고는 그동안의 고생이 상쇄되는 감격을 느끼지 않을 수 없었다. 5·18 기획보도를 알리기 위해 시작했지만 유튜브 다시보기는 결국 보도국의 모든 뉴스로 확대됐고, 이젠 유튜브에 뉴스 다시보기가 늦게 올라오면 시청자들에게 항의 전화가 올 정도로 시스템이 정착됐다.

모바일로 진화하는 지역 뉴스

변화는 그치지 않았다. 7년 동안이나 방치돼 있던 홈페이지가 모바일 친화형으로 바뀌었다. 친구를 맺고 있는 지역 시청자들에게 로컬 뉴스 콘텐츠를 전달하는 카카오스토리 계정도 생겨났다. 지방선거 직전에는 광주시장 토론방송을 지상파와 더불어 유튜브로 생중계하는 실험에 성공하기도 했다. 서울 쪽 방송사들이나 꾸리는 것으로 여겨졌던 뉴미디어팀이 지역 방송사로서는 처음으로 광주MBC에 만들어졌다. 지역방송 콘텐츠 유통과 새롭게 등장할 플랫폼 대응 전략만을 고민하는 전담부서다. 모두 유튜브가 가져온 변화였다. 53-4 QR
변화는 MBC 지역 계열사 여기저기서 꿈틀대고 있다. 대구MBC는 네이버 밴드를 이용한 시청자와의 쌍방향 소통 뉴스 제작물인 <모바일M밴>을 제작해 성공적으로 방송하고 있다. 역시 유튜브 서비스를 하고 있는 목포MBC는 세월호 참사 보도에서 돋보이는 로컬 뉴스로 전국 시청자들의 호평을 받았다. 지역 MBC 구성원들은 온라인과 SNS상에서 콘텐츠를 어떻게 확산, 유통시킬지를 모색하는 연대모임을 꾸리고 있다.
아직은 유튜브 구독자 수나 카톡 친구가 수백 명에 불과하지만, 그렇다고 이 노력을 포기할 수는 없다. 방송의 기록성이 신문보다 약하다고 하는데 지역 방송 콘텐츠의 휘발성은 더하기 때문이다. 내가 만드는 뉴스를 역사의 기록으로 남기고자 한다면, 더 많은 시청자들에게 “어제 그 뉴스 봤어?”라는 대화를 이끌어내고 싶다면, 누군가의 도움을 기대하기 전에 기자 자신이 직접 유통, 배급처로서 나서볼 것을 제안하고 싶다. 서울 방송사들의 뛰어난 장비, 막강한 자금, 우수한 인력을 뛰어넘을 경쟁력은 결국 지역 방송 기자들의 목마름이 될 터이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