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릴레이] 소리 없이 시즌2 성사, ‘대화의 희열’

[만만한 릴레이] 소리 없이 시즌2 성사, ‘대화의 희열’

KBS 신지혜 기자

만만한릴레이_대화의 희열메인

KBS 예능국에서 만드는 토크쇼 <대화의 희열>. 제목처럼 가수 유희열 씨와 패널 셋이 게스트 한 명과 대화한다. 2018년 가을에 방영된 첫 번째 시즌에 가수 아이유와 발레리나 강수진, 외과의사 이국종 등 명사 10명이 출연했다. 토요일 심야 편성, 최고 시청률 4.5%. 성적 괜찮은데? 그렇게 시즌 2가 성사됐다. 박수!

왜 하필 네가?
어쩌다 섭외전화를 받은 건 올해 2월이었다. 첫 번째 시즌은 유희열, 김중혁(소설가), 강원국(작가, 前 청와대 연설비서관), 다니엘 린데만(방송인) 조합이었다. 남자 넷이서 잘 굴리던 프로그램, 베스트셀러 저자로 사랑받던 강원국 작가가 떠났고 그 자리를 내가 채워야 했다. MC 넷 모두 남자여야 했냐는 비판이 적지 않아 웬만하면 여성을 앉히려 했다는 설명을 들었다. 그러나 진짜 이유는 내 몸값이었던 듯하다. 나는 매우 값싸다. 내부 직원 출연료는 회당 2만 원. 16회 출연시켜도 총액 32만 원이면 된다. 방송 광고시장은 팍삭 쪼그라들고, 모두가 허리띠 졸라매는 비상경영 체제. 이름 날리는 여성 방송인을 섭외할 수 없었던 제작진의 고충이 내게도 이심전심. “경험 없는 날 써도 되겠냐?”, “됐고 책임은 우리가 진다. 너는 합류만 해 주면 돼.” 하여튼 꽤 오래 주저했지만, 담당 PD의 이 한 마디를 믿고 시작했다.

7시간 녹화, 무아지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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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후 가장 오래 했던 인터뷰도 30분 남짓 아니었을까. 그중 15초를 리포트에 썼을 것이다. ‘대화의 희열’은 반대다. 한 번 녹화에 7시간 정도 썼다. 대화가 잘 풀리는 날엔 8시간 30분까지 녹화했다. 10분씩 3번 정도 쉰다. 나머지 시간엔 오롯이 대화만 한다. 첫 번째 게스트는 요리연구가 백종원 씨였다. 화제성을 고려한 섭외였고 첫 시청률 6.0%(닐슨코리아, 전국)로 출발했다. 대화는 주로 이렇게 시작된다. 유희열 씨의 게스트 소개로 대화의 물줄기가 출발한다. 처음 30분정도는 약간 어색하다. 어쩔 수 없다. 그날 처음 만난 사람들한테, 카메라 수십 대 앞에서, 내 인생 이야기를 하는 건 유명인에게도 쉽지 않다. 그러다가 이게 녹화인지 수다인지 모호해지는 지점이 온다. 대화는 그때부터 풀린다. 한참을 수다 떨다 보면 한두 시간이 훌쩍 지나 있고, 시냇물에서 출발한 대화의 조각배가 어느새 드넓은 바닷가에 도착해있는 기분이다. 녹화장에는 조명장치와 카메라만 있을 뿐 제작진은 모두 밖에 나가 있다. 물론 모든 대화가 유려하게 흘러가지는 않는다. 하지만 우리에겐 후편집이 있다! 담당 PD 넷은 우리의 두서없는 수다를 훌륭하게 요약해 방송에 내보낸다. 생방송의 세계를 살던 내게는 흥미로운 경험이었다.
제작진은 명성의 높이보다 인생의 깊이를 보여주고자 노력했다. 소프라노 조수미, 베트남 축구대표팀 박항서 감독이 이전 방송분을 보고 흔쾌히 섭외를 결정해줬다는 후일담을 들었다. <음악캠프> 배철수 DJ, 유시민 작가는 녹화 며칠 후 유희열 씨에게 “그날 녹화 참 좋았다”는 피드백을 줬다. 이런 말이들리면 우리는 특히 뿌듯해했다.

‘희열’이라는 감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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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희열, 김중혁, 다니엘은 게스트와 대화하며 놀라울 정도의 공감 능력을 발휘했다. “제가 그때 왜 그랬을 것 같아요?”라는 게스트의 질문에 훌륭한 답을 내놓곤 했다. 게스트의 말에 자신의 경험을 덧붙여 대화를 살찌워갔다. 나는 입을 제때 떼지 못하는 순간이 많았다. 기자로 그럴싸한 질문을 해야할 것 같다는 강박도 있었다. 그럴 때면 저 멀리 흘러가는 대화의 물줄기를 강둑에 홀로 서서 우두커니 바라보는 기분이 들었다. 그러나 게스트가 나와 같은 지점에서 같은 감정을 느꼈다고 몸으로 느껴질 때가 드물게 찾아오기도 했다. 어느 순간에선 다 같이 말을 잊기도 했다. ‘희열’이라는 감정을 처음 느껴봤다. ‘기쁨’, ‘설렘’과는 달랐다. ‘벅차오름’과 유사한 듯하다. 시즌 2는 17부작으로 한파 왔던 3월 첫 주에 시작해 초여름에 끝났다. 이쯤에서 끝나길 다행이다. 딴짓 그만하고, 본업으로 돌아갈 시간. 그래도 ‘다시 보기’는 언제나 옳다:-)

다음 릴레이 주자의 이야기로는 안 가본 데가 없다는 YTN 박광렬 기자의 여행기를 듣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