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 또 다른 미래, ‘데이터 저널리즘’

 

KBS 김태형 기자

KBS 김태형 기자는 한국언론진흥재단과 유럽저널리즘센터(European Journalism Centre)의 언론교류 프로그램에 참가해 지난 10월 8일부터 12월 7일까지 유럽에 체류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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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디언 홈페이지 내 런던올림픽 관련 데이터

 

런던 올림픽, 영국의 가디언The guardian은 다음과 같은 제목의 기사를 내보냈다.

    

‘2012 런던 올림픽: 돈은 어디에서 나오고 – 어디에 쓰고 있는가?’

‘London Olympics 2012: where does the money come from – and where’s it being spent?’    

이 기사는 런던 올림픽에 들어가는 천문학적인 규모의 예산을 어디에서 끌어오고, 어떻게 쓰고 있는지를 원형 그래프를 통해 생생하게 보여줬다. 가디언은 특히 마우스만 클릭 하면 올림픽 전체 예산은 물론 주제별, 항목별로 각각의 세부예산까지 쉽게 확인해 볼 수 있도록 만들었다. 이는 이들 그래프를 쌍방향 방식으로 꾸몄기에 가능했다. 가디언은 한발 더 나갔다. 올림픽 예산을 담고 있는 엑셀 파일도 함께 올려놓았다. 올림픽에 쓴 나랏돈을 골라 볼 수 있게 한 것은 물론이고 이들 예산을 누구나 분석할 수 있는 환경까지 제공해 준 것이다. 방대하기만 한 올림픽 예산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해서 새로운 팩트를 알려준 셈인데, 이처럼 데이터를 전문적으로 다루면서 진실을 알리는 일을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한다.

    

△ 가디언은 신문사다. 하지만 데이터를 취합하고 분석하는 일 자체는 신문, 방송 가리지 않고 모든 기자들의 의무이자 권리이다. 게다가 데이터 저널리즘의 숨은 매력은 인터넷 웹 페이지 상에서 구현될 때가 많다. 종이매체인 가디언의 경험을 전파매체인 방송사 또한 눈여겨봐야 할 이유가 여기에 있다.

가디언 데이터 블로그 http://www.guardian.co.uk/news/datablog

가디언 데이터 스토어 http://www.guardian.co.uk/data

    

2012년 11월, 런던 본사에서 가디언의 데이터 저널리즘을 책임지는 사이먼 로저스(Simon Rogers)를 만났다. 그는 가디언이 자랑하는 데이터 블로그와 데이터 스토어의 에디터를 맡고 있다. 20여 분 동안 진행된 인터뷰에서 사이먼 로저스 에디터는 데이터 저널리즘이 왜 중요한지, 데이터 저널리즘을 어떻게 운영해야 할지를 차분하게 설명했다. 데이터 저널리즘을 개척하고 있는 사이먼 로저스, 그와 나눈 얘기를 정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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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 따지고 보면 모든 기사는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굳이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표현을 쓸 필요가 없다는 얘기도 있습니다. 그런데도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말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그만큼 데이터가, 데이터 저널리즘이 중요하기 때문인가요?

    

사이먼 로저스: 사실 영국 기자들이라고 다르지 않습니다. 숫자를 보면 보통 겁을 냅니다. 글 쓰는 게 좋아 기자를 한 것이지 통계와 씨름하기 위해서 기자가 된 것은 아니잖아요. 하지만 점점 더 많은 이야기들이 데이터에 바탕을 두고 있습니다. 데이터 홍수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러니 누군가는 데이터를 분석해서 진실을 알려줘야 합니다. 그 일을 해야 하는 게 바로 기자의 임무인 것이죠.

    

가디언 데이터 저널리즘 트위터 http://twitter.com/guardiandata

사이먼 로저스 트위터          http://twitter.com/smfrogers

    

 

 

Q: 그러나 대부분의 기자들에게 데이터 다루기는 여전히 쉽지 않은 문제입니다. 선뜻 다가서기 어려운데 특별한 방법이 있나요?

    

사이먼 로저스: 누구나 스프레드시트를 갖고 있는 세상입니다. 무료로 제공되는 각종 분석 도구나 컴퓨터 소프트웨어 프로그램도 많고요. 돈이 없어서 데이터 분석을 못 한다는 말은 이제 통용되기 어렵습니다. 온 세상이 데이터로 넘쳐나고 있습니다. 보세요. 위키리크스의 수많은 자료도 결국은 데이터에 기반을 두고 있지 않습니까? 데이터 저널리즘, 어렵다고 생각하지 마세요. 의지만 있으면 됩니다. 이 점을 잊지 마세요. 데이터 저널리즘을 하기 위해서 당신이 통계학자가 될 필요는 없습니다.

    

Q: 가디언의 데이터 저널리즘 웹페이지는 전혀 가공하지 않은,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를 제공하는 경우도 많지 않습니까?

    

사이먼 로저스: 맞습니다. 가디언은 분석하지 않은, 그러니까 있는 그대로의 데이터도 웹페이지에 올리고는 합니다. 사실 데이터 관련 기사는 있는 그대로의 본래 데이터도 함께 보여 줄 수 있을 때가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언론사 밖에는 기자보다 뛰어난 진짜 데이터 전문가들이 있지 않습니까? 가공하지 않은 원래 데이터를 그대로 보여준다는 것은 그들 외부의 전문가들이 우리가 제공하는 데이터에 바로 접근할 수 있다는 사실을 뜻하기도 하니까요. 물론 일반 시민들도 쉽게 접근할 수 있고요. 이렇게 원래의 데이터를 공개하면 분명 장점이 있습니다. 누구나 자신이 원하는 자료를 스스로 취합해서 분석할 수 있으니까요. 가디언의 기사에 독자가 능동적으로 참여하게 되는 것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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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디언 본사/ 영국 런던

 

 

Q: 이른바 ‘얘기가 되는’ 데이터는 어떻게 찾아 나섭니까?

    

사이먼 로저스: 새로운 소식을 접하게 되면 사람들은 더 많은 것을 알고 싶어 합니다. 당연히 기자들은 이와 관련된 데이터를 찾는 작업에 들어가야죠. 중요한 뉴스가 발생했는데 단순히 일어난 소식만 전하는 데 그쳐서는 안 되니까요. 새로운 뉴스와 관련된 데이터가 어디 있는지, 어떤 데이터가 있는지를 찾아내야 합니다. 이런 작업이 바로 데이터 저널리즘이라고 할 수 있겠죠. 물론 그렇게 찾아낸 데이터가 양이 너무 많아서 기자를 질리게 할 수도 있습니다. 그렇다고 해서 패닉에 빠져서는 안 되고요. 기자라는 사실을 잊지 말고, 늘 저널리즘 정신이 살아있는 질문을 던져야 합니다.

    

Q: 데이터를 어떻게 표현 하는가, 이 문제도 중요합니다. 가능하면 쉽게 전달해줘야 하는데, 가디언의 데이터 블로그를 보면 다양한 방식의 여러 그래프를 볼 수 있습니다. 노하우가 있습니까?

    

사이먼 로저스: 가디언에는 당연히 그래픽 팀이 있습니다. 이 팀이 쉽고 멋진 그래프를 선보이고요. 또 하나, 웹에서 구현되는 무료 그래픽 도구들이 적지 않은데요. 그러한 도구들을 써서 직접 그래프를 만들기도 합니다. 요즘은 무료 프로그램도 성능이 뛰어나서 충분히 이용할 만합니다.

    

Q: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관심은 커지고 있지만 결국 예산 문제, 인력 문제가 장벽으로 다가옵니다.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요?

    

사이먼 로저스: 영국도 비슷해요. 데이터 저널리즘, 하고 싶어도 예산이 없다, 인력이 없다, 얘기를 많이 합니다. 그렇지만 가디언을 보세요. 경우에 따라 큰돈을 쓸 때도 있지만 우리는 가디언의 수많은 부서 중에서 돈을 가장 적게 쓰는 편입니다. 인력이 남들이 생각하는 만큼 많지도 않고요. 그러니 일단 시작하라는 말을 하고 싶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 일단 출발하세요. 출발하면 길이 열립니다. 한국 기자들에게도, 한국 언론사에도 이 말을 해주고 싶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 주저하지 말고 시작하세요. 데이터 저널리즘 부서를 만들고 싶어도 예산이 확보될 때까지 기다리자, 인력이 충분히 충원될 때까지 기다리자, 이렇게 하다 보면 길이 쉽게 열리지 않을 겁니다. 먼저 시작하세요. 제가 드릴 수 있는 말입니다. 데이터 저널리즘? 그냥 시작하세요. 그러면 길이 열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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