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이다(Being Digital)] 댓글을 무시하는 언론사에 미래는 없다

[디지털이다(Being Digital)] 댓글을 무시하는 언론사에 미래는 없다 – KBS 유튜브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KBS 김기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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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무시하는 기자들
받아들이지 못하는 기자들도 있을 수 있겠지만 지금 사회에서 ‘기자’는 일종의 ‘혐오 그룹’이다. 억울하다고 생각해도 어쩔 수 없다. 로이터 저널리즘 연구소에 따르면 한국의 언론 신뢰도가 38개국 중에서 최하위다. ‘기레기’라는 멸칭을 들먹일 필요도 없다. 홍보팀이나 취재원들이 아닌 일반 국민의 목소리에 조금만 귀를 기울여보면 알 수 있다. 누군가는 ‘일부 정파의 극렬 지지층의 행동일 뿐’이라고 폄훼할지도 모르겠다. 아니면 ‘속 사정도 제대로 모르면서 함부로 비판한다’라고 무시하고 싶을 수도 있다. 사실 그렇게 생각하고 외면해 버리는 편이 기자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할 것이다. 하지만 이미 독자도 변하고 세상도 변했다. 지금의 대중은 조간신문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석간신문을 보고, 집에서 9시 뉴스로 하루를 마무리하는 사람이 아니다. 온종일 뉴스를 소비하고 평가하고 비교하면서 기자를, 언론사를 평가한다. 담당 부장보다 기사의 허점을 더 잘 파악하고, 의도를 의심하며 비판하는 댓글을 남긴다. 물론 악성 댓글도 많이 있지만,기본적으로 모든 댓글은 국민이 기자와 언론사에 보내는 메시지고, 많은 댓글에는 귀담아들을 만한 통찰과 지적이 담겨있다. 그 사실을 외면하면 결국 국민으로부터 외면당할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댓글’을 매개로 시청자와 소통하는 유튜브 방송을 시작하기로 했다.

댓글 읽어주는 기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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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 읽어주는 기자들(이하 댓읽기)’은 KBS 기자들이 자신의 기사에 달린 각종 댓글을 직접 읽고 이에 관해 설명, 혹은 변명하고 반성하거나, 반박하는 내용을 담는 유튜브 콘텐츠이다. 프로그램 특성상 한 기사에 대한 다양한 견해가 제기되고, 해당 내용에 대해 기자가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취재 후기를 공유하게 된다. 디지털 콘텐츠의 빠른 템포와 유쾌한 진행, 인터넷 밈의 적극적인 활용 등으로 ‘의미’보다 ‘재미’를 앞세우는 시사 콘텐츠를 만들려 노력하고 있다. 지난해 8월에 시작했고 10개월 정도가 지난 현재 유튜브 구독자는 4만 5천명 정도다. KBS1 라디오 정규 프로그램으로 편성, 매주 일요일 5시 5분에 전파를 탄다.

기사-댓글-댓글 읽기-댓글-대댓글…
우리의 소통은 KBS 뉴스의 보도로 시작한다. 그리고 그 기사에 댓글이 달리면 그 아이템으로 ‘댓글 읽기’ 방송을 제작한다. 담당 기자를 불러놓고 댓글을 읽고 답하는 시간을 갖는다. 이
영상을 올리면 그에 영상에 대한 댓글이 달린다. 그리고 나면 내가 다시 그 댓글에 대댓글을 단다. 나는 이 과정 자체가 우리 방송의 정체성이라고 생각한다. TV에서 나와 유튜브 영상으로, 또 댓글로 소통하면서 시청자와 기자 사이의 이른바 ‘제4의 벽●’이 무너지는 경험을 독자와 기자 모두 하게 된다.
●‘제4의 벽 이론’은 프랑스 D.디드로가 주장한 이론으로 무대는 하나의 방으로 되어 있어야 하며, 여기에서 한쪽 벽은 관객이 볼 수 있도록 제거된 것뿐이라는 내용으로 ‘제4의 벽’은 연극, 영화 등에서 관객, 청자 등 을 향한 가상의 벽이다

나는 이 과정에서 ‘대댓글’을 열심히 쓰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시청자들은 지금까지 ‘아무리 떠들어도 들은 척 만 척’하는 언론사의 모습에 익숙해져 있어서 이런 식의 작은 대화를 이어가는 것이야말로 시청자와 기자 간의 간극을 줄이고, ‘국민의 눈높이’를 기자들이 체감하는 과정이 된다고 생각한다.

악플러는 괴물이 아니다.
“형, 결국 상처받으실 거예요. 댓글 다는 사람들 장난 아니에요”
이 방송을 시작할 때, 타사 기자 후배로부터 우려의 조언을 들었다. 그의 충고가 너무 진지했기에 나도 멈칫했다. 후배는 댓글을 다는 사람들, 특히 악플러를 ‘말이 안 통하는’ 사람들이고 기자에 대한 무조건적 혐오로 가득한 사람들이라고 했다.
방송을 만들고 나서 한 회당 적게는 2백 개, 많게는 2천 개의 댓글이 달린다. 응원하는 댓글도 많지만, 비판하는 댓글이 대부분인 경우도 많다. 가끔 비판을 넘어선 욕설이 담긴 비난조의 댓글이 달리는 일도 있다. 정말 그런 악플을 다는 사람들은 ‘괴물’일까? 인신공격성의 악플이 아닌 경우 대부분 대댓글을 달고 있다. 그리고 그 악플을 단 사람으로부터 다시 대댓글을 받는 경우도 많다. 결과는 놀라웠다. 악플을 썼던 많은 사람은 내가 공손하고 자세하게 대댓글을 달면, ‘아까는 제가 너무 흥분했습니다. 반말로 욕해서 죄송합니다. 응원합니다’라는 내용의 대댓글을 달아주었다. 생각도 못한 반응이었다. 그들은 자신들이 반말로, 욕을 담아서 대댓글을 단 이유를 보통 ‘너무 화가 나서’거나 ‘기자가 읽지 않을 것으로 생각해서’라고 설명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고 나서 달리는 댓글은 이성적이고, 합리적이며, 언론에 대해 고민하는 내용으로 채워진다. 기자들이 ‘악플러’라고 치부해버렸던 사람들이 사실은 한국 사회와 언론에 대해 높은 관심과 불만을 넘어선 분노를 가진 열정적 뉴스 소비자라는 것을 알게 된 것은 이 방송의 또 다른 수확이었다.

기레기도 괴물이 아니다
시청자들에게도 모든 기자가 괴물이 아니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기자가 괴물이 아니고, 잘할 수도 있고, 잘못할 수도 있지만, 선의와 진정성을 가진 우리 주변의 청년들이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그게 언론 신뢰도 향상에 무슨 도움이 되는가? 나는 언론이 그동안 스스로 무너뜨려 온 신뢰를 되찾는데 아주아주 긴 시간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그건 국민만 바라보겠다는 외침이나 거악을 조지는 리포트 몇 건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우리는 그래서 처음부터 시청자들에게 우리를 믿어달라고 하지 않기로 했다. 신뢰는 앞으로 쌓아가면 되는 거니까. 대신에, 밝은 분위기와 착한 인상으로 소비자들에게 호감을 줄 수 있는 기자들을 고정 멤버로 합류시키기로 했다. 기존 기자의 이미지가 선민의식에 찌든 엘리트에, 권력과 결탁한 부패한 집단이자 자신과 생각이 다르면 팩트를 왜곡해서 꼬장꼬장하게 따지는 차가운 도시인 느낌이었다면, 우리는 어딘가 모자라 보이기도 하지만 착한 애들, 동네에서 서글서글하던 대학생 청년이 기자 시험 합격한 뒤 돌아온 느낌을 살리고 싶었다. 그리고 때로는 소비자들에게 푸념도 하고, 회사생활 힘들다고 징징거리기도 하고, 가끔 특종이라도 하면 신나서 자랑하고, 뭔가 잘못했을 때는 진심으로 반성하는 모습을 있는 그대로 전하고 싶었다. 그런 과정이 반복되면 신뢰라는 것도 생겨나지 않을까.

또 만나요, 꼭.
좋은 일만 있는 건 아니었다. KBS를 향한 비판이 거세지면 우리 프로그램이 직격탄을 맞는다. 소통을, 그것도 ‘진솔한’ 소통을 내세웠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의 높은 눈높이와 날카로운
시선에서 물타기나 거짓말은 절대 용납되지 않는다. 그래서 오히려 쉽기도 하지만 직장생활 차원에서는 무척이나 어렵다. 아무리 솔직하게 말한다 해도 회사 내부의 내밀한 사정을 다 털어 놓을 수도 없고 개인적인 생각을 함부로 말하는 것도 매우 위험하다 . 우리는 이 아슬아슬한 줄타기를 계속하려고 한다. 기자도, 시청자도 다들 처음 접하는 시도라서 헤매고 있지만, 확실한 점은 새로운 시도이고, 다들 재미있어한다는 점이다. 그래서 나는 이 프로그램이 나는 오래 갔으면 좋겠다. 그게 그동안 엉망이었던 언론이 국민에게 한 걸음 더 다가서고 길고 오래 사과하는 방법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또 만나요, 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