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이터 저널리즘과 발로 뛴 리포팅의 환상적 결합”_뉴스타파 김용진 대표, 최승호 앵커·P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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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합리적 의심에 SNA 기법을 결합

국정원 의심 트위터 계정을 끈질기게 파고들었는데, 분석은 어떻게 하게 됐습니까?

김용진 대표 ∷ 국정원 전 직원이 일종의 양심선언을 했는데 그 사람을 뉴스타파가 처음으로 카메라 앞에 세워서 실명으로 인터뷰했어요. 그 과정에서 ‘국정원장 지시 말씀’도 입수하게 됐죠. ‘이런 지시를 했으면 <오늘의 유머> 사이트 말고, 광범위하게 퍼트리는 경로로 하지 않았을까?’라는 합리적 의심을 갖고 ‘지시 말씀’에 나온 키워드들을 트위터상에서 대조해 검색한 거죠.
그런 내용과 토씨까지 일치하는 트윗들이 발견돼서 최초 생산하고 리트윗한 계정들을 다 모으기 시작했고, 최종적으로는 국정원이 운영하는 걸로 보이는 계정을 660개 가량 확인했습니다. 거기서 직접 생산했거나 유포한 트윗 글들이 30만 개 가량이라는 걸 확인하고, 그러면서 웹상에 있는 데이터를 긁어모으는 크롤링crawling 기법을 동원했죠.

쉬운 일은 아니었을 텐데요?

김용진 ∷ 애로 사항은 그 의심스런 계정들이 대부분 폐쇄하거나 예전에 올린 글들을 삭제했다는 거였어요. 하지만 남아 있는 해외 사이트를 발견해서 최대한 긁어모았죠.
660여 개 계정들이 국정원과 관련 있을 것이라는 확신을 가졌던 것은, 그 계정들이 국정원 여직원 사건이 난 날을 기점으로 대부분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일부 남아 있었는데 우리가 그 계정들을 지목해서 보도하니까 그 직후에 또 계정들이 없어졌어요.

리포트를 보면 거미줄 같은 관계망을 CG로 나타내던데, 과학적으로 보이더군요.

김용진 ∷ 최종적으로 계정들의 활동 상황을 사회관계망 기법SNA: Social Network Analysis으로 분석해 보니까 10개 그룹으로 나뉘더라고요. 여기에 세 역할이 있는데, 대장 역할 트윗 계정이 있고, 하부에 2단계는 대장이 만든 것을 리트윗하거나 자기도 약간 생산하고, 3단계는 거의 자동적으로 글을 반복해 일정 시간마다 올리는 ‘봇bot 계정’이죠. 그런 구조들을 확인하고 그중에 두목 계정 한 명이 최종적으로는 국정원 직원임을 확인했습니다.

 

뉴스타파의 핵심 병기, 데이터 저널리즘

그런 기법으로 수십만 건의 트윗을 분석하려면 물론 전문가의 도움이 있었겠죠?

김용진 ∷ 저희가 나름대로 자부심을 갖는 게 뉴스타파에 ‘데이터 저널리즘 연구소’를 설립한 겁니다. 리서치 팀장이 권혜진 박사(동아일보 기자 출신)입니다. 인력은 3명, 인턴이 1명 있습니다.

최승호 앵커 ∷ 리서치팀을 가동한다는 게 뉴스타파의 가장 큰 강점입니다. 그리고 우리 팀은 각 언론에서 선진적으로 데이터 저널리즘을 추구해 왔던 사람들이 다 모였다는 거죠. 소장인 권혜진 박사는 오랫동안 신문에서 그 역할을 해 왔고, 김용진 대표나 박중석, 최경영 기자는 KBS 탐사보도팀에서 굉장히 선진적인 탐사보도를 했죠.

뉴스타파 시즌3를 시작하면서 데이터 저널리즘을 도입하겠다고 선언한 배경은 뭡니까?

김용진 ∷ 세계적 추세가 그렇게 가고 있고요. 정부나 대기업의 내부 문서가 전자 문서로 전환되고 있습니다. 예전처럼 언론에서 문서 몇 장 단독 발굴하는 차원이 아니고 엄청난 양의 데이터들을 접할 수 있는 거죠. 그런 정보들을 기자들이 예전의 방식으로 프린트해서 분석하기는 불가능한 시대가 됐습니다. 그런 걸 흔히 빅 데이터라고 하지 않습니까?
기사화가 가능한 수준의 전 단계로서, 검색 가능한 데이터베이스로 전환을 하는 일련의 과정이 데이터 저널리즘이죠. 위키리크스, 이라크전 일지 등이 공개됐을 때 분량이 몇십만 건, 다 파일입니다. 전통적 방식으로 취재하기가 불가능한 시대가 됐기 때문에 데이터 저널리즘을 활용하는 사례가 서구 언론에선 활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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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방송도 그런 추세에 발맞추려고 시도한 바가 없진 않지요?

최승호 ∷ KBS 탐사보도팀은 과거에 모든 시스템을 다 갖추고 있었어요. 별도의 리서처도 있고. 그걸 이명박 정부 이후 다 깨버린 겁니다. 이병순 사장 시절에 탐사보도팀장을 다른 데로 보내고, 리서처도 다 내보내고, 몇 명만 남아 이름만 있는 형태로 됐고. 그래서 <PD수첩>팀에서 당시 KBS 탐사보도팀의 최 윤헌 씨라는 데이터 전문기자를 영입했어요. 나름대로 우리도 낙하산 인사에 대해 대규모 분석을 하고, 재개발 아파트에 공무원들이 얼마나 들어가 있는지도 찾고 했는데, 그다음에 <PD수첩>팀에서 저를 쫓아내고 해고하면서 결국은 함께 있던 최 기자도 할 일이 없어져 쫓겨나다시피 된 거죠. 결국엔 뉴스타파에 둥지를 틀게 됐고.
<PD수첩>을 새로 맡은 팀장은 “그런 게 뭐 필요하냐. 돈만 들지.” 이러는 거예요. 데이터 저널리즘이라는 게 한순간에 되는 게 아니기 때문에 계속 일할 수 있도록 지원, 보장해 주고 팀원에게 자꾸 시도해 보라고 해야 하죠. 탐사보도팀장이 데이터 저널리즘에 대한 인식이 있어야 해요. 아무 인식 없는 사람이 <PD수첩>을 맡으니 결과물이 안 나오는 거죠.

탐사보도와 데이터 저널리즘의 만남, 기자·PD와 리서처들의 협업을 보면서 이런 느낌을 받습니다. <수사반장> 류의 형사물에서 CSI라든가 병리학자, 프로파일러들과 함께 사건을 해결하는 최근의 ‘미드’, ‘영드’로의 진화랄까. 데이터 전문가들과는 어떤 식으로 일하십니까?

김용진 ∷ 사전 기획 단계부터 협의를 하죠. 기자나 PD들이 취재 방향이나 의도를 충분히 설명하고, 데이터 전문가들도 언론사에서 오랜 경험이 있기 때문에 그런 마인드는 기본으로 깔고 있고요. 기획 단계부터 취재팀과 리서치팀이 결합했다가 컴퓨터로 분석한 데이터들이 나오면 그걸 갖고 취재기자들이 치열하게 현장에서 뛰죠. 유기적으로 공조가 잘되고 있습니다.
이번 조세피난처 보도에 대해 ICIJ(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가 기사를 통해 이렇게 평가했습니다. “데이터 저널리즘과 전통적인 ‘슈 레더shoe leather 리포팅’, 즉 발로 뛰는 취재가 환상적으로 결합한 보도다. 어느 하나만 없어도 불가능한 프로젝트였을 것이다.” 데이터 저널리즘과 전통적 저널리즘이 결합해 내는 시너지 효과를 상징적으로 표현한 것이죠.

조세피난처 관련해서 상당히 많은 양의 자료를 ICIJ와 공유해 분석하셨을 텐데 특별하게 분석하는 툴tool이 있었겠죠?

김용진 ∷ 애초에 ICIJ가 입수한 데이터양이 160GB 되는데 입수와 보도 시점에 1년이라는 차이가 납니다. 대부분이 비정형화된 데이터, 온갖 것들이 혼재된 것이어서 분석 가능한 데이터베이스의 형태로 만드는데 굉장히 시간이 걸렸기 때문입니다. ICIJ에서 그렇게 이미 사전 작업을 해서 전 세계 취재 파트너들한테 DB를 같이 활용해 취재를 하자고 한 거죠. 그런 전 단계가 있었고. NUIX라는 빅 데이터 분석 소프트웨어가 활용됐다고 해요.
저희는 지난 4월 파트너로 참여해서 검색 가능한 데이터 여러 종을 미국 현지에 가서 접근하고 또 원격으로 접근해서 한국 관련 정보들을 추출해냈죠. 그 과정은 순전히 저희들이 독자적으로 한 것이고, 엑셀이나 SNA 관련 소프트웨어들을 활용해 분석했습니다.

수용자와 DB 공유, 함께 만드는 탐사보도

정보의 공유도 눈에 띄더군요. 크라우드 소싱crowd sourcing이죠. 장관들의 재산 내역이나 조세피난처 관련 자료 등을 누구나 볼 수 있게 홈페이지에 공개했던데요?

김용진 ∷ 데이터베이스에서 일정한 기사를 추출해낸 다음에도 여전히 가치 있는 DB로 남을 수 있거든요. 그걸 우리만 갖고 있지 말고 수용자들에게 공개하는 거죠. 우리보다 훨씬 전문가가 외부에 있을 수 있잖습니까? 경험과 전문적인 식견을 갖고 보면 소수 언론인들보다 더 의미 있는 결과들이 나올 수 있으니 그런 차원에서 공개를 하는 것이죠.
둘째로 일종의 쌍방향이죠. 국정원 트윗 긁어모은 것들 20만여 건을 공개했잖습니까? 공개 이후에 시민들, 블로거들이 자체 분석해서 우리가 못 봤던 의미 있는 것들을 인터넷 사이트에, 블로그에 올려서 굉장히 도움을 많이 받았어요. 기존 언론들도 나름대로 또 분석을 했고요. 예를 들어 트윗 중에 4대강 관련이 몇 건이나 되는지 등 우리가 보지 않았던 부분에 집중해서 다양한 기사를 많이 썼죠. 심지어 최승호 PD가 MBC에서 해고되던 날 해고를 옹호하는 국정원 의심 계정이 있었다는 것도 알게 됐죠.

시민들의 피드백 가운데 보도로 이어질만한 것들이 있습니까?

김용진 ∷ 국정원 트윗은 말씀드린 대로이고, 조세피난처 같은 경우 50명 가까이는 확인해서 리포트를 했고 나머지 한국 주소로 된 180명은 신원은 확인돼도 보도를 안 한 것은 크라우드 소싱 형태로 다 홈페이지에 올렸죠. 현재까지 그걸 보고 100건 이상 제보가 들어왔고, 그걸 기반으로 지난 방송 서너 차례에 걸쳐 보도했습니다. 의외로 시민들의 참여가 높습니다.

크라우드 소싱을 해외에서는 어떻게 활용합니까?

최승호 ∷ 제가 미국에서 연수 중이던 2008, 9년에도 많이 하더라고요. 한 지역 언론은 어린이집에 대한 감사 자료를 입수해서 다 공개를 해요. 어떤 어린이집에는 교사가 문제가 있다든지 애들의 문제가 있었다든지 하는 감사 결과가 있기 때문에 이런 걸 지리정보시스템GIS이랑 결합해서 공개하고요. 그런 공개를 통해서 사회가 자체 정화되는 효과가 있겠더라고요. 우리로 치면 언론이 어떤 주유소가 양을 속이는가를 조사해서 GIS로 나타내면 주유소들이 속이지 못하거나 혹은 문 닫는데도 나오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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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 방송기자들을 부끄럽게 하는 ‘파이팅’

뉴스타파 신입 기자들의 ‘파이팅’도 돋보입니다. 권재진 법무장관 퇴임식 때 뉴스타파 여기자가 밀착 인터뷰를 하려다가 수행원들로부터 짐짝 취급 당하며 밀려나고, 그래도 끝까지 달라붙는 모습 등 사례가 한둘은 아닙니다만.

김용진 ∷ 해외 언론은 일상적으로 하죠. 아주 공격적인 취재, 국민들이 책임을 물어야 할 고위 공직자나 주요 정책 입안자들한테는 끊임없이 과정과 결과에 대해 묻죠. 그런데 우리 언론들은 그런 부분들을 여태까지 쉽게 지나갔어요. 저희는 ‘한 발 더 다가가서 물을 건 제대로 물어보자.’는 겁니다. 그래서 험한 대우도 많이 받았죠. 이근행 PD는 타이어에 발이 깔린다든지 부상도 많이 당했고, 특히 초기에는 (뉴스타파라는) 이름이 안 알려져 있어서 현장에서 쫓겨나기도 하고….

최승호 ∷ 기존 언론은 책임자한테 찾아가는 걸 너무 두려워하고, 대충 전화로 한번 물어보려고 해요. 상대가 거부하면 그냥 받아들이고, 또 책임자가 있는데도 밑의 실무자급에서 답변 받는 것에 쉽게 만족하는 경향이 있어요. 기자들이 자꾸 그러니까 유력자들을 직접 찾아가 마주치면, 일반적인 언론 관행에 벗어나는 뭔가 무례한 짓을 하는 것처럼 반응한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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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재원의 위세에 짓눌리는 것 아닌가 싶을 때도 있어요. 최장수 백악관 출입기자였던 헬렌 토마스가 이렇게 말했죠. “기자에게 무례한 질문이라는 건 없다.” 그런 점에서 보면 MB 자택 앞에서 했던 최 선배의 질문은 기자들에게 시사하는 바가 큰 장면이었습니다.

김용진 ∷ 한국 언론계에 굉장히 인상적인 장면 중에 하나로 남을 거예요.

최승호 ∷ (‘4대강 수심 6미터의 비밀’ 2편을 취재하면서) 퇴임 날 자택 앞에서 이명박 씨를 봤죠. 숨어 있다가 나타나서 질문하는 ‘앰부시’ambush를 했죠. 대통령이 제대로 답변 안 했어요. 어쨌든 그렇게 한 번 하니까 다른 사람들 인터뷰할 때 또 앰부시를 하게 돼요. 상대가 기분 나빠하면 그렇게 얘기합니다. “우리는 대통령에게도 이렇게 합니다. 당신은 공직자니까 답변해야 합니다. 기분 나쁘게 생각할 필요 없습니다.” 그러면 검사도 그런가보다 하고 응해요.

질문하는 표정이나 어조가 지극히 건조한데다가 “4대강 수심 6미터, 대통령께서 지시하셨습니까?”라고 핵심만 물었죠. 평소에도 상대의 답이 신통치 않을 때 발끈하기보다는 최 선배 특유의 ‘허허’하며 허탈해하는 표정이 오히려 답변 안 하는 사람을 이상하게 만들죠. 뉴스타파 기자들도 그렇게 맹훈련을 시킵니까?

최승호 ∷ 아니, 그런 건 아니고… 여기 다 베테랑이 오셨기 때문에. 신입 기자에게는 선배들이 쪼는 편이죠. 비판 대상인 사람을 제대로 못 만났거나 그림이 안 보이거나 하면 상당히 야단맞죠.

김용진 ∷ 취재가 안일한 걸 보면 최 선배가 혼을 많이 내요. 꼭 만나야 할 사람을 쉽게 전화 한 통 해서 해명을 듣는다든지, 못 만났다고 한다든지. 최 선배한테 걸리면 꽤 혼납니다.(웃음)

 

오직 팩트뿐

뉴스타파는 센 아이템, 센 기사를 세게 쓰려고 애쓴 흔적이 없다는 게 제 감상평입니다. 용어 선택도 절제돼 있고 기사의 클로징도 팩트 위주인데, 제 눈에는 후배 기자 교육용으로 모범이 될 리포트가 수두룩하더군요.

김용진 ∷ 사실 예를 들자면 전재국 씨가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해 만들었다, 트위터의 계정 주인이 국정원 직원이더라, 이런 뉴스들은 팩트로 말을 다 해주잖아요. 의도적으로 센 표현을 집어넣을 필요가 전혀 없는 거죠. 우리 리포트 대부분이 새로운 팩트들을 전제로 깔고 가기 때문에, 표현이나 그림 같은 것으로 시청자들을 끌어들이는 장치들이 필요 없다는 거예요. 특히 비아냥거리는 표현, 좀 오버하는 표현은 가급적이면 배제하려고 하죠. 내용을 가지고 승부를 해라, 그런 원칙들이 있습니다. 

다른 이야기입니다만, 비판 대상자들에 대해서는 익명으로 ‘모 씨’라고 하지 않고 가급적 실명으로 합니다. 그러니까 기자나 PD들의 책임감도 높아지고 취재 완성도도 올라가는 거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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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승호 ∷ 저도 예산 관련 취재를 해봤는데 너무 복잡하고, 사실 접근하기가 상당히 어렵거든요. 도대체 어떤 항목이 얼만지도 여기저기 숨겨놓아서. 그런데 실제로는 국민의 혈세를 갖고 나라를 운영하는 계획인데 이런 부분에 열심히 접근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죠. 그림이 굉장히 모자라는 것은 사실인데 여러 극복할 방법들을 감안하면서 보완해야죠. 뭐든지 굉장히 중요한 취재면, 그림이 해결 안 되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중요한 걸 찾아내는 게 중요하지.예산 감시 기획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가?’도 잘 봤습니다. 방송기자들이 그런 보도는 그림이 안 된다, 신문 아이템이지 방송용 아니다, 등의 이유로 지나치기 쉬운데요?


김용진 ∷
저는 오히려 반대로 신문에 예산 관련 기사가 나면 더 보기 싫다고 봐요. 예산을 다루는 데 방송이 더 적합한 매체가 아닌가 싶어요. 우리는 생생한 인터뷰가 들어갈 수 있죠. 왜 이렇게 남용했냐, 낭비했냐고 관련자에게 물을 수 있죠. 그다음에 낭비된 현장이 있을 거 아닙니까? 그런 생각을 갖고 몇 가지 에피소드를 다뤘습니다. 처음에 지레짐작으로 힘든 게 아닐까 했지만 해보니까 되더라고요. 기존 방송의 기자, PD들도 너무 어렵게 생각하지 말고 같이 좀 접근해서 정말 경쟁이 붙어야 될 분야가 아닌가 생각해요.세를 갖고 나라를 운영하는 계획인데 이런 부분에 열심히 접근한다는 건 너무도 당연하죠. 그림이 굉장히 모자라는 것은 사실인데 여러 극복할 방법들을 감안하면서 보완해야죠. 뭐든지 굉장히 중요한 취재면, 그림이 해결 안 되는 경우는 없더라고요. 중요한 걸 찾아내는 게 중요하지.예산 감시 기획 ‘우리가 낸 세금이 어떻게 쓰이는가?’도 잘 봤습니다. 방송기자들이 그런 보도는 그림이 안 된다, 신문 아이템이지 방송용 아니다, 등의 이유로 지나치기 쉬운데요?

 

“세상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면
영원히 그런 세상은 안 올 것”

뉴스타파의 국정원 트윗 보도를 보며 감탄도 했지만 한편으론 씁쓸했습니다. KBS와 MBC가 그런 기사를 발굴했을 때 지속적으로 보도해 나갈 수 있을지 회의적이거든요.

김용진 ∷ 다 하기 나름이죠. 하면 얼마든지 할 수 있어요. 저희도 기존 방송에서 온 사람이고, 저희와 함께 일했던 사람들이 기존 방송에 수백, 수천 명 있지 않습니까? 안하느냐, 못하느냐? 이런 고민은 있지만 쉽게 포기하지 말고 치열하게 하는 것밖에는 답이 없다고 봐요. 세상 좋아지기만을 기다리면 영원히 그런 세상은 안 올 것 같습니다. 내부 구성원들이 치열하게 싸워서 제대로 된 언론의 역할을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밖에 없는 거죠

최승호 ∷ 공영방송이 데이터 저널리즘 시스템을 갖춰서 예산 낭비를 고발하고 국정원 사건 같은 걸 제대로 보도한다면 세상이 확확 바뀌겠죠. 그런데 김 대표가 얘기했듯이 감 떨어지기를 기다린다고 해결될 문제는 아닙니다. 촛불집회에서 MBC 기자가 쫓겨나는 장면이 뉴스타파에 나갔어요. 그때 그 친구가 “저도 파업했는데….”라고 말하는 걸 보면서 마음이 참 아팠어요. 하지만 결국 대중은 그렇게 받아들인다는 거죠. ‘우리가 파업을 했다,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할 수 없도록 만드는 체제가 우리를 억눌러서 어쩔 수 없이 이러고 있다.’고 얘기해도 대중들은 그렇게 안 받아들인다는 거죠. 우리 최경영 기자가 페이스북에 글을 썼어요. ‘데스크는 역사에 남지 않는다.’고. 리포트하는 기자 이름이 역사에 기록되는 거죠. 결국 기본으로 돌아가서 하나하나 힘을 합쳐야죠. 조금씩 힘을 모으면 열어젖힐 수 있다고 봐요.

현재의 암울한 언론 환경을 비유하면서 ‘뉴스타파 같은 대안언론이 없는 사회가 정상적인 사회’라는 역설도 듣습니다. 하지만 공영방송이 정상화돼도 뉴스타파는 없어지면 절대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드네요.

김용진 ∷ 저희들은 한시적이라고 절대 생각 안하고 지속가능성을 염두에 둡니다. 대항언론, 대안언론이라는 평가가 나오겠지만, 다르게 보면 대항이나 대안의 개념보다는 이런 역할을 하는 모델들이 분명 필요한 시대가 됐습니다. 단순히 기성 언론이 제 기능을 못 함으로써 생긴 반작용으로 탄생한 매체가 아니고요. 뉴스타파는 탐사보도에 전념하고, 공익 이슈를 집중적으로 다루고, 모든 조직의 역량을 집중적으로 배치해서 그런 것들을 계속 해나갈 수 있는 매체입니다. 기성 언론이 정상화되더라도 우리 역할은 계속될 것입니다. 필요할 것입니다.

최승호 ∷ 조세피난처 보도 이후에 KBS, SBS도 데이터 저널리즘 쪽을 만들 수 없을까 고민을 해요. 우리한테 찾아와서 상담도 하고. MBC는 안 옵니다. 뉴스타파가 있기에 KBS, SBS에서 그런 인식들이 힘을 얻고, 그걸 회사에 요구해 시스템을 만들려는 노력이 있는 것이죠. 어찌 보면 뉴스타파라는 조직이 밖에서 강력한 탐사보도 전문매체로서 존재하는 것이 기존 매체들의 후퇴를 막고 계속 앞으로 가도록 하는, 말하자면 사냥개처럼 뒤에서 물면서 ‘앞으로 나가.’라고 하는 존재가 아닌가 싶어요. 그 존재감은 아마 사라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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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궁금한 것들

지난해 1월 첫 방송에서 “기성언론보다 떳떳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는데, 지금 그런가요?

김용진 ∷ 국정원, 조세피난처 이슈는 기성 언론보다 빠르고 훨씬 더 깊게, 더 장기적으로 천착해 왔습니다. 나름대로 새로운 사실도 밝혀내 사회적 공론을 형성하고 해결책을 모색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측면에서 일정 정도 역할을 하고 있다고 자부합니다.

그래선지 벌써 회원 수가 3만 1천 명을 넘겼어요. 취재 인력도 14명으로 늘었고.

김용진 ∷ 시즌 1, 2 때는 제작진 5, 6명이 일주일에 3, 4일 밤샘하는 비정상적 상황이었죠. 이렇게 가면 목숨이 위험하다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로. 지금은 최소한의 필요 인력은 갖췄다고 봐야죠.

조세피난처 보도 이후에 매체 영향력이랄까 인지도가 상당히 높아졌죠?

김용진 ∷ 우선 “뉴스타파가 뭐 하는 곳이에요?”라는 질문이 없어졌습니다. 국회에서는 조세피난처 보도 이후 ‘뉴스타파법’이라고 이름 붙인 법안이 발의됐고, 저희가 공개한 페이퍼 컴퍼니 설립자들에 대해 국세청, 금감원, 관세청이 경쟁적으로 조사해요. 저희 보도의 공신력, 후폭풍이라고 평가되죠.

뉴스타파에 신입 공채로 뽑힌 기자들은 어떤 이들인가요?

김용진 ∷ 취재기자는 다른 매체에서 일했던 경력기자들이고요. 그 친구들 뽑던 1월 말만 해도 이런 사무실도 없이 언론노조 회의실 한쪽을 빌려 쓰고, 정상적인 조직의 틀을 갖고 있었던 때도 아닌데 그럼에도 뉴스타파에서 일하겠다는 의지가 강했죠.

경력이 얼마 안 된 기자들이 장관 후보자들의 부동산 내역을 일일이 현장 확인하고, 영문과 국문 논문까지 비교하면서 짜깁기, 중복 게재 등을 밝혀내는 걸 보니 대단하던데요?

김용진 ∷ 정치팀장인 박중석 기자가 KBS 탐사팀에서 서울대 교수들 논문 검증을 한 적이 있죠. 그 경험을 바탕으로 지휘했고, 최승호 선배도 <PD수첩> 하실 때 공공기관 인사의 문제점을 해부한 취재 경험이 많으시니까 취재 길목이라든지 어떤 자료에 접근해야 하는지에 대해 노하우가 많았죠.

게이트키핑은 어떻게 이뤄집니까?

최승호 ∷ 우선 정치, 경제, 사회 팀장들이 기사를 보고, 최종적으로 김용진 대표가 데스크를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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