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큐로 잡아낸 스포츠의 매력_KBS 이정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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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S 이정화 기자

일시_ 2013년 12월 12일   장소_ 서울 여의도   인터뷰_ KBS 조승연 기자

대중의 높아진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서 스포츠 취재기자는 끊임없이 공부하고 전문성을 갖춰야 한다. 스포츠가 좋아 기자를 꿈꿨던 KBS 이정화 기자는 13년째 스포츠 한 길에서 현장의 숨소리와 전문적인 시각을 담은 뉴스를 전하고 있다. 최근에는 <스포츠 다큐–농구대표팀 16년 만의 도전>으로 한국체육기자연맹이 시상하는 2013 체육기자상 기획부문을 수상했다.

스포츠를 다큐에 담다

스포츠 다큐멘터리 <농구대표팀 16년만의 도전>으로 체육기자상을 받으셨죠? 축하드립니다.
네, 고맙습니다. 지난해 여름 <너클볼>이라는 다큐를 봤는데요. 메이저리그 너클볼 투수들의 이야기를 다룬 다큐멘터리인데 그 작품을 본 순간, ‘아, 스포츠다큐를 만들어야겠다.’ 마음을 먹게 됐어요. 그런데 다행히도 봄 개편 때 지상파 방송에서는 처음으로 ‘스포츠다큐-승부’라는 프로그램이 마련된 거예요. 아쉽게도 이 프로그램은 여름 들어 제작비를 이유로 폐지됐지만, 넉 달 동안 <류캔두잇>, <초구의 미학> 그리고 <16년만의 도전> 이렇게 세 편을 만들 수 있었습니다.

<농구대표팀 16년만의 도전>을 취재, 제작하면서 특별히 어려웠던 부분이 있었습니까?
6일 동안 매일같이 진천선수촌을 출퇴근했어요, 아침 8시 회사를 떠나서 자정 무렵 서울로 돌아왔는데요. 몸은 힘들었지만 우리나라 최고의 농구선수들과 일상을 함께 한다는 생각만으로도 에너지가 샘솟았어요. 문제는 6일 동안 촬영하고 났더니 분량이 어마어마해진 겁니다. 다뤄야 할 선수들 개개인의 사연은 넘쳐나고 중국전 대비 전술 이야기는 당연히 넣어야 하는데다 말도 안 되는 농구대표팀 시스템 비판도 빼놓으면 안 될 것 같고, 진짜 모두 다 손에 쥐고 하나도 버리고 싶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오히려 그렇게 집착할수록 이야기 구성은 더욱 더 엉망이 되더라고요. 이야기가 산으로 갔다가 강으로 갔다가 뒤죽박죽이 되는 겁니다.

얘기만 들어도 머리카락이 쭈뼛쭈뼛 서네요. 어떻게 극복하셨나요?
결단을 내렸어요. 버림의 미학을 깨닫게 된 거죠. 1차 편집분을 없던 일로 하고, 구성안을 처음부터 다시 짰습니다. 오로지 선수들의 열정과 진심만을 보여주는 걸로 집중했는데, 그랬더니 이야기가 살아나는 게 보였어요. 취재와 편집하는 한 달 동안 거의 매일 농구 대표팀 악몽을 꿀 정도로 마음고생이 심했는데 그런 고생과 정성을 알아봐 주셨는지 체육기자연맹 기획보도상을 받을 수 있었던 것 같고요.

이게 바로 스포츠, 공정해서 더 짜릿한

어렸을 때부터 스포츠를 좋아하셨죠?
제가 아홉 살 때 프로야구가 시작됐어요. 아버지 무릎에 앉아 중계를 봤습니다. 농구랑 배구팀도 아버지와 함께 응원했고요. 직접 운동하는 것도 좋아했어요. 초등학교 때는 짬뽕이라 불렀던 미니야구, 고등학교 들어서는 농구도 자주 했습니다. 대학 들어가서는 화학 공부를 했었는데, 대학원 시절 화학과 실험실에서 라디오로 한국시리즈 중계를 듣다가 교수님한테 혼난 적도 있습니다. 아무래도 화학의 길은 아니다 싶어서 야구장을 ‘공짜’로 들어가는 꿈을 꾸며 스포츠 기자에 도전하게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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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에 매료된 특별한 이유가 있나요?
약한 팀이 강한 팀을 꺾기도 하고, 패색이 짙은 상황에서 드라마 같은 역전극이 일어나기도 하잖아요. 그런 순간의 감동과 기쁨은 말로 표현하기가 힘들죠. 게다가 극적인 승부가 게임의 룰을 존중하고 룰을 지키는 공간에서 일어난다는 점, 이게 또 큰 매력이에요. 현실 세계에서는 너무나도 불공정한 게임이 벌어지는가 하면 불공정한 게임을 한 사람이 뻔뻔스럽게도 목소리를 높일 때조차 있잖아요. 스포츠는 적어도 그런 일은 없으니까요. 매료될 수밖에요.

그래도 취재하고 기사 쓰는 일은 말 그대로 일인데, 하는 일이 싫증 날 때도 있지 않습니까?
없습니다. 다만 심각한 오심이 나오는데도 솜방망이 징계가 내려질 때는 화가 많이 나고요. 조금 다른 얘기이기는 한데, 큰 국제대회가 있을 때 스포츠 뉴스 비중이 과하다 싶을 정도로 많을 때가 있어요. 예를 들어 9시 뉴스의 거의 대부분이 스포츠 뉴스로 채워질 때가 있습니다. 중요한 뉴스가 얼마나 많은데, 스포츠로 골치 아픈 세상사를 덮으려는 것 같은, 그럴 때는 좀 아니다 싶죠.

스포츠 기자로서 꿈이 있다면?
경기 결과야 인터넷으로 이미 다 아는 세상이니까요. 9시 뉴스에서는 어떻게 차별화를 할 것인가, 이게 늘 고민입니다. 영상을 살리면서도 심층적인 내용을 전달하는 방송기자가 되고 싶어요. 현장을 지키는 기자, 열정을 품은 기자, 더해서 다큐 잘 만드는 기자가 되고 싶습니다.

스포츠 기자를 떠나 다른 부서, 출입처를 고민하신 적은 없었나요?
단 한 번도 없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