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가온 UHD, 미리 본 내 카메라_SBS A&T 조창현 기자

44-1 인터비

44-2 조창현지난 11월 19일부터 21일까지 열린 도쿄 국제 방송 장비 박람회(International Broadcast Equipment Exhibition)는 UHD 시대를 준비하는 최신 장비와 기술이 대거 등장한 가운데 50주년을 맞아 활기가 넘쳤다. 일본이 2020년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2016년부터는 4K·8K 시험방송을, 2018년부터는 본방송을 한다는 로드맵을 발표한 후, UHD 시장 선점을 위한 업계의 치열한 경쟁도 이미 링 위에 올라 있었다.

같은 듯 다른 두 맞수의 행보
소니와 파나소닉, XDCAM과 P2라는 카메라 모델명으로 분류되는 그들이다. 영상기자로서 앞으로 내가 써야 할 카메라는 어떤 모습일까? 소니는 절대강자답게 거의 모든 부분의 4K 제작 솔루션을 선보였다. 카메라도 소형 핸드헬드 모델부터 스튜디오용 모델까지 부문별로 꼼꼼하게 갖췄다. ENG 형태로는 주력 모델인 PMW-F55에 PXW-FS7이 추가되면서 촬영 스타일에 맞게 유연한 선택이 가능해졌다. F55가 4K 시대를 여는 과도기적인 형태로 하이엔드급 블럭 몇 개를 짜 맞춘 느낌이었다면, FS7은 중저가지만 완결된 감흥을 준다. 배터리도 내부로 들어가 있고, 무게도 상당히 가볍다. 어깨에 올렸을 때 오른손 그립도 의외로 편안하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아직까지 4K 카메라는 예술적(!)이다. 각종 부가장치를 달고 마운트에 놓으면 혼자 운용하기 버거운 덩치가 되고, 정해줘야 하는 셋팅 값도 많다. 단출하게 움직인다 해도 뭔가 든든한 느낌이 없다. 저 아름다운 카메라가 아까워 눈비는 어떻게 맞을 것이며, 화재 현장에는 어떻게 뛰어들 것인가. 예전에 HD가 도입될 초기에 배우의 땀구멍까지 보인다며 영상예술을 논하던 일을 떠올리면, 어쩌면 당연하게도 ‘뉴스개더링’gathering에 대한 배려는 아직 부족해 보인다.
소니가 들어가는 재료를 조금씩 바꿔 메뉴를 늘린 덮밥집이라면, 파나소닉은 진국 설렁탕집 느낌이다. 오로지 VARICAM이다. 영화제작에 VARICAM이 종종 사용되고 있고, 깊은 감도의 이미지 처리를 칭찬하는 리뷰들이 있는 것을 보면 범용성보다는 드라마나 영화에 특화된 형태로 자리매김하려는 듯하다. 과거 HD 카메라를 선정할 때도 XDCAM과 P2를 놓고 비슷한 견해가 있었다. P2는 무겁고 투박해 버거운 느낌이었지만, 영상 품질은 더 좋았다. 그 전통을 이어가는지 부스의 직원들도 워크플로우보다는 카메라 자체의 영상처리를 자랑스럽게 강조했다.
저장장치의 변화도 눈에 띈다. 4K의 대용량 데이터를 고속으로 처리하기 위해 소니는 차세대 메모리인 XQD, 파나소닉은 ExpressP2를 내세웠다. 압축 코덱에 따라 다소 다르겠지만, 4K RAW파일 형태로 저장하면 128GB 메모리에 20분 정도 촬영할 수 있다. 보도영상에 도입해 하이엔드급으로 작업을 할 경우 인제스트부터 아카이빙까지 메모리 관리를 어떻게 해야 할지가 사실 가장 큰 난제다. 한편, XDCAM에 디스크를 기본으로 채택하는 바람에 메모리 방식인 P2에 비해 상당한 번거로움을 선사했던 소니는 디스크에 안녕을 고했다. XDCAM 디스크는 이제 저장용량을 늘려 백업용 저장장치로 거듭나려 하고 있었다.

틈새가 대세
사실 인터비의 묘미는 군소업체의 독특하고 실용적인 장비들을 보는 데 있다. 가장 눈길을 모았던 것은 ATOMOS사의 4K 레코더 SHOUGUN. 최근 4K 동영상 촬영이 가능한 소형카메라들이 많이 등장했는데, 대개는 코덱이 고압축이어서 편집을 하려면 원본을 종일 컨버팅해야 하는 경우가 많았다. 이 레코더를 이용하면 편집이 용이한 4K Apple ProRes나 후반작업에 유리한 Cinema DNG RAW 등으로 바로 영상을 저장할 수 있어 작업이 수월해진다. 터치스크린으로 된 넓은 화면에서 직관적인 조작이 가능하고, 모니터용으로도 훌륭하다. 부스에서는 범용성을 강조하려는 듯 여러 사의 대표 카메라마다 각각 레코더를 연결해 시연하고 있었다.

4K보다 8K, 변화는 진행 중
UHD 방송이 본궤도에 오르려면 아직 해결해야 할 일이 많다. 지상파 방송의 주파수 할당 문제가 해결되지 않았고, UHD 표준화에 대한 고민도 깊다. 가정의 TV 교체 주기나 방송사의 시설전환 비용도 중요한 변수다. 때문에 UHD 방송이 상용화되는 시점에는 4K보다는 8K가 대세가 될 거라는 전망이 많다. HD 전환 직전 16:9 SD라는 다소 애매한 징검다리가 있었듯이, 4K도 ‘UHD 시험방송용’으로 그 생을 마감할 수 있는 것이다. 그래서 이번 전시에서는 이케가미나 아스트로디자인처럼 아예 8K 카메라 솔루션을 전면에 내세운 부스들이 종종 눈에 띄었다. NHK 역시 전시장의 모습을 8K로 생중계하는가 하면, 200인치 8K 스크린과 22.2 멀티채널 음향시스템을 구축해 8K 3D 영상물을 상영하기도 했다.
4K니 8K니, 아직은 어지럽다. 하지만 ‘쓸데없는 고퀄’은 없다. ‘고퀄’을 쓸모 있게 사용하지 못할 뿐이다. 기술은 사용자 친화적으로 개선될 것이고, 비용은 줄어들 것이다. UHD 시대의 뉴스 영상을 효과적으로 준비하는 것은 온전히 우리의 몫이다. 그리고 ‘우리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