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스를 해치는 선정적 영상의 유혹 3_YTN 김정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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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사고 현장에서 고화질의 스마트폰 제보 영상이 전송된다. 영상기자가 취재한 영상이 들어오고, 취재기자들이 입수한 블랙박스 영상과 CCTV 영상이 인제스트ingest 된다. 때로는 유튜브 영상도 꼼꼼히 챙겨야 한다. 기술의 발전과 함께 다양해진 영상소스를 뉴스에 맞게 취사선택하는 것이 중요한 과제가 되었지만, 속보경쟁과 시청률 지상주의 아래 정제되지 않은 영상들이 전파를 타기가 일쑤다. 자극적인 현란함만 남고, 사실은 과장된다.
유혹 1 – CCTV 제일주의
사건사고에 있어 CCTV, 블랙박스 그리고 제보 영상은 가장 즉시성이 있는 영상이기에 이른바 ‘그림’이 된다. 현장 취재기자들이 사건 현장 주변을 수소문하며 CCTV 영상을 찾는 데 골몰하는 풍경도 낯설지 않다. 날 것 그대로이기에 뉴스 가치가 있고 눈길을 끌 것을 알지만, 그 날 것을 어디까지 보여주느냐는 중요한 보도윤리의 문제다. 남들도 다 쓰는데, 더 자극적으로 더 리얼하게 보여주어야 하지 않을까 하는 고민은 일선 기자에게 넘겨져 있고, 그에 관한 언론사 차원의 가이드라인은 명확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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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어린이집 교사 여아 폭행> 그 잔인함이 그대로 전달되었기에 공분을 일으키기도 했지만, 영상이 과도하게 반복 재생산되자 오히려 괴로워서 보기가 힘들다는 시청자들의 항의가 빗발쳐 정지화면으로 교체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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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운전 시비, 승용차 돌진> 사람이 차에 치이는 모습을 여과 없이 그대로 보여준다. 치여 쓰러지기 직전에 정지화면으로 하는 등 신중한 화면 처리가 필요했다.

 

유혹 2 – 자료화면인 듯 아닌 듯

시각적 영상을 보여줘야 하는 방송 뉴스에 있어서 자료화면은 귀중한 재산이다. 모든 뉴스 영상을 당일 취재한다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며, 취재를 위한 접근이 제한된 경우도 많기 때문이다. 필연적으로 사용할 수밖에 없는 자료화면이지만, 남용에 대해서는 경계해야 한다. 흔히 현장 화면이 부족하거나 ‘약할’ 경우, 좀 더 실감 나는 자료화면을 찾아 쓰고 싶은 강한 유혹을 받는다. 자료화면 자막 고지에 인색해진 것은 이미 오래되었고, 동의를 구하고 좋은 취지로 촬영했던 곳은 얼마 후면 모자이크로 뒤덮인 밑그림이 되어 범죄 현장으로 뒤바뀌기도 한다. 가장 큰 문제는 자료화면을 현장 취재 영상과 교묘하게 섞어 사용하는 것이다. 이것은 영상 문법을 그대로 받아들이는 시청자들에게 사실에 대한 심각한 왜곡을 야기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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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NLL 해상사격훈련 특보> 대포는 불을 내뿜고 군인들은 총을 들고 긴급하게 뛴다. 방송사마다 뉴스특보 타이틀을 걸고 실제 전시상황을 방불케 하는 자극적인 영상들을 아무렇지 않게 사용했다. 자료화면 고지 자막도 없거나 일시적이었다. 만약 한국에 체류 중인 외국인이 뉴스를 본다면 당장 본국으로 떠날 준비를 해야 할 영락없는 전시 상황인 것이다.

 

유혹 3 – 재연 이미지는 그럴싸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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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폭행에 학대까지, 60대 ‘징역 18년’> 현장 영상이 없는 경우 이른바 ‘간지’를 내야 한다는 심리적 압박과 관행은 과도한 이미지 영상 위주의 편집을 부른다. 이는 영상편집자로서도 여간 곤혹스러운 일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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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사단 임 병장 총기 난사> CG 기술이 발전하면서 실감 나는 3D CG를 뉴스에서 종종 보게 된다. 이는 인물의 동선이나 행위 등이 실제처럼 시각화된다는 점에서 매우 조심스러워야 한다. 느낌 위주의 이미지 컷보다 훨씬 더 정확한 사실을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하지만, 눈길을 끌기 위한 목적이 더 크다. 총기 난사 사건 CG의 경우에는 사건 상황을 마치 비디오 게임의 한 장면처럼 묘사한다는 지적도 여러 차례 있었다.

‘그림이 없는’ 상황에 대한 설명을 요구할 때 영상기자는 머리를 싸매게 된다. 이럴 때 대개 상황을 비슷하게 연출해 부분적인 클로즈업이나 슬로우 처리 등으로 이미지 영상을 만드는데, 재연 고지 없이 현장 영상과 섞어 사용하는 경우도 많다. 재연 이미지 영상은 기본적으로 사실을 왜곡할 위험을 안고 있기 때문에, 이를 남용할 경우 자칫 사실과 느낌이 섞여 본말이 전도되는 우스꽝스러움을 초래한다.

작년 세월호 참사 보도를 계기로 방송기자연합회 등 15개 언론단체는 재난보도준칙을 선포했다. 이는 취재원을 배려하지 않는 무리한 취재 경쟁과 선정적 보도에 대한 통렬한 반성이었고, 과거 취재 관행에 대한 경종이었다. 더불어 사건사고 현장에서 쏟아지는 다양한 영상소스의 선택과 편집에 대한 세심한 가이드라인의 공유 또한 절실하다. 각 방송사에 성숙한 윤리지침에 의한 뉴스 영상을 기대하기엔 지금의 방송 환경은 경쟁만이 남아있는 경마장 같다고 하면 과장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