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생태계] 차종별 기름값 척척 알려주는 이건 뭐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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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8 정수영새 차를 사려는 소비자가 고려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가운데 하나는 연비다. 내 차 기름값은 얼마나 들까? 차종별로 연간 기름값 차이는 얼마나 날까? 국산차의 연비 경쟁력은 어느 정도일까? 궁금증은 쉼 없이 이어지기 마련이다.

1,016종 차량별 기름값, 1등부터 꼴찌까지
KBS 데이터 저널리즘팀에서 주목한 점도 바로 이런 의문이었다. 궁금한 점을 알려주는 내용이야말로 좋은 기사라 할 수 있다. 시청자를 대신해 소형차인지 중형차인지, 연간 주행거리가 1만 킬로미터인지 2만 킬로미터인지에 따라 기름값을 척척 알려주는 인터랙티브 기름값 계산기를 만들어보기로 했다.

이를 위해 가장 중요한 정보는 두 가지였다. 첫째는 연비, 둘째는 유가 정보다. 연비 자료는 에너지관리공단에서 구했다. 공단 웹사이트 내 ‘자동차 표시연비 검색’ 메뉴를 이용하면 엑셀 파일 형태로 만든 차량별 연비 관련 정보 자료를 받을 수 있다. 두 번째 유가 정보는 석유공사가 운영하는 웹사이트 오피넷에서 얻을 수 있었다. 이 두 가지 기본 정보를 서로 엮어 차종별 기름값을 알려주는 웹 계산기 설계에 들어갔다. 전문 리서처가 데이터 분석을 했고, 웹디자이너는 그래픽을 담당했으며 팀장이자 개발자인 프로그래머가 코딩을 했다. 기획과 자료 수집, 최종 검수, 관련 취재와 기사 작성 등은 물론 기자가 맡았다. 이렇게 팀원의 힘이 모여 차종별 기름값을 알려주는 웹 계산기 프로그램이 완성됐다.
누구나 웹사이트에 들어와 자신이 운행하는 차량이 소형인지 중형인지를 고르고, 연간 주행거리만 입력하면 국내에서 공식적으로 판매되는 1,016종의 차량별 기름값을 1등부터 꼴찌까지 바로 알 수 있는 세상이 열린 것이다.
예컨대, ‘중형차’를 선택한 뒤 연간 주행거리 15,000km를 입력하면 중형차 280여 종의 연간 기름값이 순위별로 배열된다. 가장 저렴한 차종은 BMW 320d로, 연간 기름값 1백 19만 7천 원이 든다는 사실이 맨 첫머리에 표시된다. 리스트 말미에는 꼴찌인 284위에 오른 미쓰비시의 랜서 에볼루션 모델명과 기름값 3백 49만 원, 그리고 1위 차량에 비해 2백 29만 원을 더 써야 한다는 사실이 나타난다.

그러나 단계별 작업이 쉽지만은 않았다. 코딩 작업을 위해서는 연비 정보를 분석할 필요가 있었다. 에너지관리공단의 자료는 국내 시판 중인 자동차 1,235종의 모델명과 제조사, 배기량, 공차 중량, 연비 등 11가지 항목 정보를 집대성한 결과다. 여기서 사실상 동일한 모델로 간주할 수 있는 차종 등 중복값을 제거해 1,016종으로 추려냈다. 이후 배기량을 기준으로 경차와 소형차, 중형차, 대형차 등으로 다시 분류했다. 국산차인지 수입차인지도 추가로 분류해야 할 중요한 정보였다.

상위권에 국산 중형차 없어
무엇보다 완성된 연비 계산기를 돌려보니 곧바로 기사화할 수 있는 의미 있는 데이터가 줄줄이 나왔다. 먼저 수입차의 연비 경쟁력이 뛰어나다는 사실을 데이터로 입증할 수 있었다. 휘발유와 디젤, LPG 같은 유종 차이를 무시하고 연비만으로 줄을 세우면 30위 안에 들어가는 국산차는 다섯 종이 전부였다. 그나마도 경쟁이 치열한 중형차는 국산차가 한 종도 없었다. 반면 수입 중형차는 7종이 30위권에 이름을 올렸다. 국산차의 분발이 필요한 부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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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외의 사실도 엿볼 수 있었다. 차량 무게가 가벼워 당연히 연비도 높으리라 기대했던 경차들의 연비가 저조했다. 연비순위 30위권 내에 국산 경차는 단 한 대도 들어가지 못했다. 그나마 상위권에 오른 국산 경차의 순위는 고작 42위였다. 심지어 연비순위 500위 밖에 랭크된 국산 경차도 있었다. 새로 파악한 사실들을 정리해 팀 내 기자 2명이 인터넷판 기사를 작성했다.

팀장과 팀원 등 다섯 명이 나흘 정도 시간을 투자한 끝에 ‘연비 분석’ 기획 기사 2건과 디지털 인터랙티브 기사 ‘기름값 계산기’를 KBS 인터넷판에 낼 수 있었다. 기사가 나가고 첫날 1만 건 정도 조회 수를 기록한 이래 인터랙티브 기사 이용자는 꾸준히 이어지고 있다.

언론사가 소비자를 위해 기름값 계산기를 직접 만들고, 이를 자사 웹페이지에 올린 것도 국내 최초일 것이다. 특히 기름값과 연비가 따로따로 떨어져 있을 때는 개별 정보에 불과했지만, 두 정보를 연계함으로써 내 차의 기름값은 얼마인지를 보여주는 새로운 데이터를 창출하고, 결국 소비자가 원하는 구체적인 정보를 얻을 수 있게 됐다는 점은 성과로 평가할 만하다. 뉴욕타임스, 가디언 등 해외 언론사들이 이미 다양한 분야의 인터랙티브 기사를 활발히 내놓고 있는 점에 비춰볼 때, KBS를 포함한 우리 방송사들도 얼마든지 인터랙티브형 기사 아이템을 발굴하고 선보일 수 있다고 본다. 다만 평범한 기자들로서는 인터랙티브 서비스를 위한 코딩에 무지한 경우가 대부분이어서, 개발자 확보는 꼭 필요한 일이라는 점은 다시 한 번 강조하고 싶다.p49 Q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