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미디어 생태계] 뉴스 콘텐츠의 감성 변주곡, ‘카드뉴스’

p46 제목

 

p46 권영인

모바일에서 뉴스 수용자를 확대하려면 어떻게 콘텐츠를 가공해야 하는지가 고민이었습니다. 기존의 방송뉴스 동영상 클립을 여러 가지 플랫폼에 올려보고, 잘게 쪼개서도 올려보았지만 뜻대로 유통되지 않았습니다. 기자의 시각에서 의미 있고 중요한 기사를 떠나,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라고 예상한 재미있는 동영상도 모바일이라는 공간에서는 생각만큼 ‘팔리지’ 않았습니다. 포털에 주요하게 노출되면 문제는 쉽게 해결됐지만, 포털에 그냥 주고 마는 식의 콘텐츠 운영은 바라는 바가 아니었습니다.

그들의 문법을 따랐을 뿐
모바일, 특히 SNS에서 좋아하는 포맷을 찾아봤습니다. 그들이 쉽게 수용하는 형태가 어떤 것인지 모델을 이것저것 봤습니다. 우리가 최선을 다해 만든 훌륭한 영상 콘텐츠가 아닌, 그들이 좋아하는 콘텐츠 모델을 찾아가 봤습니다. 이미 페이스북에서 제법 많은 팬을 확보하고 있는 페이지를 살펴보면서 뉴스에 접목할 수 있는 모델이 어떤 것인지를 연구하다보니 자연스레 ‘카드뉴스’라는 게 만들어졌습니다.

카드뉴스는 새로운 포맷은 아닙니다. 이미 SNS에서 널리 활용되고 있던 포맷입니다. 다양한 이미지에 정보성 텍스트나 감성적인 이모티콘을 삽입해 스토리텔링을 하는 방식입니다. 특히 TV 화면을 캡처해 나름의 스토리를 만들어 상당한 관심을 끌어내고 있는 페이지도 많이 있습니다. ‘피키캐스트’, ‘오늘 뭘 먹지’, ‘니가 웃으면 나도 좋아’ 등등 인기 있는 페이지들이 일반적으로 사용하고 있는 방식입니다(다만 저작권을 기준으로 살펴보면 또 다른 논쟁거리가 나오긴 할 겁니다).

페이스북에서 가장 많이 본 게시물
카드뉴스는 생각보다 반응이 좋았습니다. 페이스북에 게시되는 인기 콘텐츠들이 대부분 연예나 음식 또는 웃긴 것들인데, 그 속에서 정통 뉴스 성격의 콘텐츠가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대열에 오를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습니다. 어떤 카드뉴스는 한국 페이스북에 올라온 모든 게시물 가운데 한 주간 가장 많이 본 게시물이 된 경우도 있었습니다.p47 카드뉴스

이유가 무엇인지 나름 평가를 해보자면, 아마도 스토리텔링이 핵심이 아닌가 생각합니다. 객관적인 정보 전달을 위해 감성적인 요소를 최대한 배제하여 제작하는 기존의 뉴스로는 스토리텔링을 하기 쉽지 않았습니다. 기존의 군소 디지털 미디어들도 스토리텔링을 잘 하고 있지는 않았습니다. 기본적으로 글을 쓰는 사람들이 아닌, 주로 이미지를 다루거나 기술에 익숙한 사람들로 구성된 디지털 미디어 특성상 감성을 살리는 문법에는 전문적이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가지고 있는 영상, 기자들이 취재한 팩트, 거기에 감성을 약간 살린 스토리텔링을 가미했더니 그 결과가 의외로 좋았습니다.

대작보다는 지속가능성을
카드뉴스를 만들면서 가장 기본적으로 했던 생각은 ‘효과적인 반복재생산’이었습니다. ‘스노우폴’로 대표되는 혁신적이지만 무거운 콘텐츠는 제작 부담도 크고 수용자들이 이용하기도 그리 편리하지 않습니다. 미디어 생태계의 큰 반향을 일으킬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한국 언론 환경에서 지속적인 생산은 어려운 대작입니다. 현장 기자들이 매일매일 취재하고 편집하고 기사를 쓰는 콘텐츠를 효과적으로 재활용할 방법을 찾다보니 카드뉴스가 만들어졌습니다. 전날 방송된 메인 뉴스 가운데 스토리텔링이 가능한 뉴스를 골라서 필요한 화면을 캡처하고, 텍스트를 올리는 과정은 한 시간 남짓 걸릴 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포맷은 다양한 변화도 가능하다고 생각합니다. 콘텐츠를 만들 수 있는 소스가 매일매일 생산되고 있는 방송사이다 보니 카드뉴스뿐만 아니라 다양한 시도도 가능한 것이죠. 그동안 실험했던 타임라인, 인터뷰, 파노라마뉴스 등은 모두 카드뉴스의 자매품입니다.
다만 고민은, 동영상을 다루는 방송사가 이미지를 중심으로 한 카드뉴스 형태를 어떻게 하면 벗어날 수 있을까 하는 부분입니다. 모바일이라는 디지털 환경 속에서 뉴스 동영상 원본을 최대한 살린 매력적인 콘텐츠 포맷을 만드는 것에 대한 해답은 아직 잘 안 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