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누가 ‘주류 언론’ 인가?

 chariman

chairman2마음이 조금 불편했습니다. 솔직히 부끄러웠습니다.
요즘 인터넷 독립 언론 뉴스타파가 매주 진행한 기자회견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입니다. 뉴스타파는 조세회피처에 페이퍼 컴퍼니를 설립한 한국기업과 기관, 개인을 추적하고 검증해 세상에 알렸습니다.

아시다시피 발표를 주도한 뉴스타파 김용진 대표는 KBS 탐사보도의 틀을 다졌던 인물이고, MBC PD수첩의 간판 프로듀서로 명성을 날린 최승호 PD는 현재 해직 언론인 신분입니다. 탐사 보도 분야에서 탁월한 능력을 보인 이분들이 25년 이상 몸담았던 방송사를 떠나 인터넷 언론을 새로운 둥지로 삼을 수밖에 없었던 바로 그 현실이 ‘불편했습니다’. 제대로 파고들고 용기 있게 할 말 하는, 그런 언론인을 부담스러워하는 이른바 ‘주류 언론’의 현실 말입니다.

그 ‘주류 언론’들에게 지금 뉴스타파는 새로운 ‘출입처’가 됐습니다. 그것도 발표하는 대로 받아쓰기밖에 할 수 없는 그런 출입처입니다. 조세회피처 자료를 확보한 국제탐사보도언론인협회(ICIJ)가 뉴스타파를 콕 찍어 파트너로 삼아서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변명하면 더 궁색해질 뿐입니다. 이런 저런 눈치 보지 않고, 앞뒤 계산하지 않고, 제대로 취재하고 검증할 역량을 갖춘 언론사로 뉴스타파를 꼽았다는 점에서 이른바 ‘주류언론’들이 부끄러워해야 옳지 않을까요?

정보를 얻기 위해 기자가 기자를, 언론사가 언론사를 취재해야 하는 자존심 상하는 일을 겪었으면 지금이라도 멀리 보고 큰 그림을 그려야 하는데 현실은 반대로 가고 있는 것 같습니다. 탐사보도 기능을 오히려 축소하려는 경향이 두드러지고 있습니다. 사실 편성 환경에 더 큰 영향을 받는 단기적인 시청률에 연연하지 않고 뉴스 브랜드 가치를 장기적으로 높이려는 생각이 있다면, 그래서는 안 되는 것 아닙니까? 앞으로 한참 더 기자생활을 해야 할 후배들을 생각한다면 더욱 그렇습니다.

얼마 전 서울특파원을 지낸 NHK 기자들과 간담회를 가졌는데, 이들은 한국 방송사들의 뉴스 배열순서가 약속이나 한 듯이 비슷하다는 점을 가장 신기(?)하게 여겼습니다. 그만큼 차별화된 뉴스가 적었다는 뜻이겠지요. 방송 뉴스의 브랜드 가치를 높이는데 탐사보도는 ‘선택’이 아닌 ‘필수’입니다. 조세회피처 관련 보도로 전 국민에게 그 위상을 각인시킨 뉴스타파가 대표적인 사례입니다.

규모가 크고 시청률이 높다고 ‘주류’가 아닙니다. 좋은 뉴스, 제대로 된 뉴스, 국민의 신뢰를 받는 뉴스를 내보내는 곳이 진짜 주류 언론입니다. 공정방송을 주장했다가 해직된 언론인들이 아직도 복직하지 못하고 있고, 사주가 용역을 동원해 언론자유를 수호하던 신문사 편집국을 폐쇄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버젓이 벌어지고 있는 것이 21세기 한국 언론의 실상입니다.

그렇다면 우리는 과연 주류입니까? 비주류입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