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티즌들은 왜 방송뉴스를 클릭하지 않는가?_유봉석 NHN 미디어서비스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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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사이트 네이버에는 하루에 PC로 2만 5천 건, 모바일로 2만 건의 기사가 유입된다. 그야말로 방송과 신문, 인터넷 매체들이 ‘계급장 떼고’ 경합하는 정글이다. ‘방송뉴스의 위기’라는 익숙하지만 해소되지 않고 있는 현실에 강렬한 자극을 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으로 NHN을 찾아갔다. 매일경제신문에서 10여 년 기자생활을 했고 지금은 NHN에서 뉴스 판도의 변화를 누구보다 정확히 읽고 있는 유봉석 실장이 인터뷰에 응했다.

인터뷰  MBC 이세옥 기자(뉴미디어뉴스부)

일 시  2013년 4월 3일

장 소  분당 NHN 사옥

 

최근 뉴스스탠드를 도입하긴 했지만, 네이버 뉴스 페이지와 모바일 페이지의 뉴스는 여전히 네이버가 편집을 하죠? 어떤 기준을 갖고 있습니까?

저희가 하는 것은 전통적인 편집과 차이가 있습니다. 어떤 기사는 10분 있다가 흘려보내고, 어떤 기사는 두 시간씩 머물죠. 저희는 게이트 키핑이 아니라 게이트 워칭이라고 하는데 가장 큰 원칙은 현재 진행형 뉴스입니다. 사소한 부분이 업데이트 됐더라도 2시간 전 기사보다 10분 전에 생산된 기사를 더 중시합니다. 이용자들에게는 상당히 다른 느낌을 주거든요.

 

“모바일 시대, 방송뉴스 가치 더 하락”

 

포털에서 보면 방송 뉴스는 이미 속보 경쟁에서 밀리는 것 같은데요.

이용자들 입장에서 방송뉴스는 재탕이라는 느낌을 받습니다. 텍스트나 포토로 충분히 소화했는데 완결판의 의미로써 TV뉴스를 보지만 이미 주목도는 다음 이슈로 넘어간 뒤죠.

우리나라 인터넷 신문이 3천 개라는데요, 인터넷에서만 활동하는 매체들은 발 빠른 대응에서 승부를 보지 못하면 존폐 위기라는 의식이 있습니다. 예를 들어 박지성 경기의 중계는 방송사가 해도 해설기사든 2, 3분짜리 하이라이트 동영상이든 가장 먼저 대응하는 곳은 인터넷 언론이죠.

 

모바일 환경에서 뉴스는 어떤가요?

모바일은 PC에 비해 소비 시간이 굉장히 짧아요. 예를 들어 PC에서는 한 기사가 2시간 체류해도 이용자들이 ‘네이버 잘 바뀌고 있네.’ 이 정도 느낌을 가졌지만 모바일은 기기 하나하나의 속보 중심이랄까, 생명력, 유효기간이 굉장히 짧아졌어요. 계속 다음 이슈를 쳐 줘야 하는 거죠. PC에서 현재진행형이 30분, 1시간 단위였다면 모바일에서의 개념은 거의 5분, 10분 단위로 지금 바뀌고 있는 거죠.

 

그래도 모바일 기기나 통신망이 좋아지면서 (방송이 갖고 있는) 동영상은 강점이 되지 않겠냐는 관측도 하거든요. 버퍼링 시간이 줄었고 PC와 비교할 때 스마트폰의 기기특성이 무언가 집중해서 읽기보다는 화면을 보기에 더 적합한 매체가 아니냐는 거죠.

물론 방송뉴스의 고정 이용자는 분명히 있습니다. 그런데 그 비중이 아주 크냐? 그건 아닙니다. 저희가 실시간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송뉴스가 모바일에서도 역시 많지 않습니다. (소비의) 호흡이 더 짧아졌는데, 그 말은 방송뉴스의 가치가 조금 더 떨어졌다고 볼 수도 있는 거죠.

 

사실 저희도 위기를 느낍니다. 내년부터 해외 시청률 조사기관들은 온오프라인 통합 시청률을 내놓겠다는데 지금처럼 방송 다음날 시청률 표 받아들고 ‘이겼네’, ‛졌네’만 논하고 있어도 되냐는 거죠. 네이버에서 뉴스를 편집할 때 방송뉴스의 선택빈도는 얼마나 될까요?

(YTN 같은) 보도채널의 경우엔 그나마 낮 시간에 뉴스 중심으로 편성을 하기 때문에 저희가 쓰긴 하죠. 쓰긴 하는데 역시 시차가 있습니다. 시청률이 높은 지상파 같은 경우에는 정작 낮 시간에는 쓸 게 거의 없습니다.

 

10%도 안 됩니까?

네. 안 될 것 같습니다. 방송기사가 완결성도 있고 충분히 객관성이 담보됐다고 하지만 이용자들이 클릭을 안 하죠. 저희가 모바일에서 SBS와 MBC의 메인뉴스 다시보기를 서비스하는데 하루에 수 만 명 정도 봅니다. 하루를 정리하고 싶은 사람들이죠. 그런데 제 개인 생각 같아서는 수십만 명은 돼야 할 것 같아요. 그런데 낮 시간에 이미 다 소비를 했기 때문에 수만 명 규모 밖에 안 되는 거죠.

요컨대 방송 브랜드를 소비하는데 단절 현상이 있는 겁니다. 온라인은 낮에도 밤에도 어제도 내일도 언제나 볼 수 있지만 방송뉴스는 (뉴스를 소비할 만한) 시간이 8시, 9시로 고정되니, 낮 시간에는 이용자들이 다른 브랜드에도 많이 노출될 수밖에 없죠. 처음엔 이상한 이름의 낯선 매체였지만 어제도 오늘도 보고 자꾸 보면 낯이 익는 거죠. 그게 굉장히 무서운 겁니다.

 

“방송사들, 디지털 맞춤형 시도 소홀”

 

나중에는 방송사 브랜드의 경쟁력이나 뉴스의 영향력이라는 면에서도 심각한 위협이겠군요.

미국의 경우 2009년에 유서 깊은 신문사들이 줄줄이 문을 닫았습니다. 대공황 때도 버텼던 신문사들, 크리스천 사이언스 모니터는 이때 종이 신문을 폐간했죠. 그러자 신문들은 온라인에 최적화된 콘텐츠들을 생산하기 시작했습니다. 위기가 오니까 뭐든 해본 거죠. 신문에 실리지 않은 기사, 실시간 속보들을 생산합니다. 고유 플랫폼인 종이 신문을 떠나 매체를 다변화하기도 하고요. 온라인에서 매체는 얼마든지 만들어 볼 수 있지 않습니까? 신문의 DNA를 근간으로 하지만 디지털 공간에 맞춤 대응을 하는 것이죠. 반면 (한국의) 방송사는 기본적인 어떤 시도도 하지 않는 것 같아요.

 

쉽게 말해 아직 배고프지 않다는 거죠?

기본적으로 방송사가 서비스 하는 기사만 봐도 그렇습니다. 동영상에 방송됐던 멘트를 스크립트 형식으로 붙여놓습니다. 방송을 들으면 자연스러운데, 앵커 멘트와 기자 멘트를 스크립트 형태로 풀어놓은 게 사실 일반인들 보기에는 어색해요. 또 동영상 오디오와 텍스트가 똑같잖아요. 그러면 ‘이 텍스트가 뭐지?’라는 생각이 듭니다. 불친절한 느낌이. 그래서 거기에 디지털 버전으로 좀 더 상세한 기사를 붙여주면 어떨까 생각해 봅니다. 방송꼭지는 1분 30초 정도 하는데 거기에는 기자가 취재한 부분의 엑기스만 녹아 있어요. 그런데 그걸 디지털 버전으로 조금 자세하게 텍스트로 풀어도 되거든요.

영상도 2, 3분 정도로 늘리고. 요즘 동영상을 보면 인터넷 공간에서는 3~5분짜리가 잘 먹히는 것 같아요. 1분 30초가 방송하기엔 편한 시간이지만, 디지털 공간 이용자들은 시간에 쫓기면서 보지 않기 때문에 뉴스를 좀 더 상세하게 풀어서 제작해도 되지 않을까요?

 

텍스트 기사건 동영상 기사건 온라인용 기사를 따로 생산해 보자는 말씀이군요.

네. 방송사 아침 편집회의에서 이슈거리는 굉장히 많을 텐데, 정제된 20~25 꼭지 말고는 많은 것을 버리죠. 버리는 기사를 재활용할 필요가 있습니다. A급 콘텐츠만 이용자가 있고 가치가 있나요? 이용자 측면에서는 B급에도 관심을 가질 수 있죠.

8시 뉴스가 1번부터 25번까지 있는데, 방송뉴스는 시청자들이 첫 번째 꼭지를 내가 보기 싫어도 끝까지 봐야 20, 25번째 꼭지가 나오는데, 디지털 공간은 자기가 1번 안 보고도 25번째 꼭지로 갈 수 있는 것이거든요. 이용자 스스로 자기 소비 동선을 만들어가는 과정인거죠. 이런 소비 행태를 고려할 때 언론사가 버렸지만 이용자들이 관심 있어 할만한 게 있다는 얘기죠.

기존에는 옷을 만드는데 큰 천이 있으면 어느 정도 옷을 만들고 나머지 천은 버렸죠. 그런데 그 남은 천을 가지고 옷은 못 만들지만 소품도 만들 수 있고 봉제인형도 만들 수 있고 굉장히 많은 것을 만들 수 있거든요. 그런 개념이 사실 포털이나 디지털 공간에 작동을 하는 거죠. 그런 측면에서 방송 대응도 분명히 달라져야 합니다. 지금 방송사는 콘텐츠만 디지털에 맞게 변형했지 여기에 최적화는 안 돼 있는 겁니다. 최적화라는 게 반드시 새로운 것을 만드는 것도 있지만 이미 버려진 것 중에서 잘 활용하면 괜찮지 않을까 하는 생각도 합니다.

 

취지에는 공감합니다만 현실적인 제약도 있습니다. 기자 혼자서 섭외, 인터뷰, 방송하고, 거기에 온라인용 기사까지 쓰는 건 무리인데요.

굉장히 어려운 문제죠. 기존 오프라인 매체에서 잘 교육받고 활동하는 구성원들에게 ‘너희가 이 디지털 공간에 제대로 대응해야 한다.’ 그런 게 작동하기 굉장히 힘들어요. 신문으로 따지면 신문의 꼭지 수에 기여를 많이 안하고 온라인 버전에 기여를 많이 했다고 해서 신문기자에게 ‘너 정말 멀티 플레이어다.’, 이렇게 인정 안 하거든요. 신문의 좋은 꼭지, 1면 톱을 쓴 기자가 여전히 우대를 받는 거죠. 방송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해요. 다만 온라인 콘텐츠를 생산하는 새로운 인력 코디네이터 등을 고려해 볼 수도 있겠죠.

 

방송사 간부에서 일선 기자들까지, 또 기사 쓰기에서 데스크 그리고 출고 과정에 대한 치열한 고민과 변화가 필요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기자들이 디지털 퍼스트까진 될 수 없더라도 디지털 마인드를 갖는 것이 중요합니다. 본인이 생산한 기사가 반드시 메인 플랫폼, 신문 지면, 방송 전파에만 실리고 끝나는 시대가 아니라, 돌아다니잖아요. 그러면 ‘아, 어떤 반응이 있구나.’, ‘어떤 게 먹히는구나.’에 대한 감각도 얻게 됩니다. ‘디지털 공간에 기여한다.’는 쪽으로 마인드가 바뀌지 않으면 모든 일이 부가적인 업무일 뿐이죠. 기자 개인이 바뀌지 않으면 결국엔 매체 자체가 퇴화할 수도 있다는 자각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