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별기고]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쟁이 남길 단 하나의 성과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쟁이 남길
단 하나의 성과

 

김동원 전국언론노동조합 정책협력실장

 

「언론중재 및 피해구제 등에 관한 법률」 개정안(이하 개정안)에 대한 논쟁이 쉽게 가라앉지 않고 있다. 21대 국회로 한정해 보면 2020년 6월 더불어민주당(이하 민주당) 정청래 의원안을 시작으로 2021년 6월 24일 민주당 김용민 의원안까지 모두 16건의 개정안이 발의됐다. 논쟁이 격화된 때는 김용민 의원안이 공개된 직후였다. 민주당은 ‘가짜뉴스 방지법’, 언론보도에 따른 시민피해 구제를 위한 ‘민생 법안’으로 입법 배경을 설명하며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언론개혁 과제라 밝혔다.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과제란 곧 입법 과정의 강행처리를 의미했다. 민주당은 16개 개정안의 통합안(대안)을 공개하지 않은 채 7월 2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법안소위 의결을 거치며 해당 상임위와 법제사법위원회까지 신속한 처리 절차를 밟았다.
이례적인 강행처리에 전국언론노동조합, 방송기자연합회 등 언론현업단체와 자유언론실천재단 뿐 아니라 국경없는기자회와 유엔인권이사회 등 해외 단체까지 반대와 우려를 표명했다. 여기에 국민의힘과 조선・동아・중앙 등 대형 언론사, 보수시민단체까지 반대하며 정치적 대립으로 확장됐다. 결국 민주당은 8월 국회 본회의 통과를 미루고 국민의힘과 협의체를 구성하여 9월 국회로 처리를 미루었다.
2개월을 훌쩍 넘어 진행된 개정안 논쟁은 법리적 문제를 넘어 언론의 자유와 사회적 책임, 언론보도로 인한 인권 침해 방지와 처벌이라는 양립하기 어려운 윤리학의 문제로 확대되었다. 여기에 개정안을 둘러싼 논쟁을 언론이 어떻게 보도해야 하는가라는 질문이 기자들 앞에 던져졌다. 지난 8월 23일 “언론중재법 이슈는 우리가 당사자이면서 보도하게 되는 이해충돌 사안이라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며 YTN 실・국장회의에서 정찬형 사장이 언급한 것은 그래서 주목할 필요가 있다.1) 대개 언론 보도는 뉴스 가치(news values)가 있는 모든 것을 보도할 수 있지만 여기에 언론 자신이 포함되는 보도는 예외적이다. 이번 개정안 논쟁도 다르지 않다. 개정안의 ‘개혁대상’이 바로 언론이기 때문에 언론은 사회적 논쟁을 취재해야 하는 주체이면서도 시청자・독자인 시민이 주목하는 대상이 되었다.
이런 딜레마는 이번 개정안 논쟁 보도에서 민주당과 국민의힘의 충돌, 사회 각계각층의 찬성과 반대 의견, 언론의 자유를 침해할 조항에 대한 법리적 해석 등을 ‘균형 있게’ 다루는 모습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논쟁에 대한 균형적인 보도를 넘어 우리가 더 주목해야 할 문제는 ‘징벌적 손해배상’이라는 언론에 대한 예외적인 법적 강제를 요구하는 여론의 이면이다. 여론조사는 어떤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졌다. 예컨대 8월 23일 TBS가 의뢰하고 한국사회여론연구소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언론보도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찬성 의견은 54.1%, 반대는 37.5%로 나타났다. 그러나 같은 날 쿠키뉴스가 의뢰하고 데이터리서치가 발표한 여론조사에서 “민주당이 추진하는 개정안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50.9%가 반대, 38.7%가 찬성 응답을 보였다. 어떤 질문을 하는가에 따라 달라지는 여론 동향은 개정안 강행처리의 근거가 될 수 없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찬성과 반대를 넘어 그 이면에서는 오랫동안 언론 종사자와 시민이 상식으로 여겨온 ‘사실에 근거한 객관 보도’라는 신화(myth)가 있다.
정치적 이슈 뿐 아니라 경제 및 사회 분야의 언론보도에 대해 시청자와 독자가 문제를 제기할 때 자주 쓰는 말은 “사실대로 보도하라.”이다. 이번 논쟁에서도 민주당과 개정안 찬성 단체들은 “언론이 사실대로 보도하면 문제될 것이 없다.”고 주장해 왔다. 하지만 여기서 말하는 있는 그대로의 사실(fact)이란 목성(jupiter)이나 원자(atom)와 같이 자연과학의 관찰 대상처럼 한 명의 관찰자가 하나의 물리적 대상을 발견할 때나 가능한 실체다.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진리’에는 기자의 주관이나 가치가 개입하면 안 된다. 전통적인 저널리즘 원칙에서 객관성이란 바로 이런 가치중립적인 사실에 대한 있는 그대로의 재현을 뜻한다. 법령에서 ‘보도’와 ‘논평’을 분리하여 명시한 것도 이런 상식에 기초하고 있다. 우리 자신도 ‘단독보도’나 ‘탐사보도’와 같은 용어를 쓸 때 이런 관점을 갖고 있다. 시민 뿐 아니라 다른 기자들에게도 감추어진 사실, 또는 널리 알려진 사실 이면의 또 다른 사실을 발견하는 것을 저널리즘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언론보도는 천체물리학과는 전혀 다른 대상을 다룰 뿐 아니라 뉴턴과 같은 한 명의 개인이 관찰과 묘사를 하지 않는 분야다. 예컨대 사모펀드 사기에 연루된 한 국회의원의 비리를 보도할 때, 기자 한 명의 정보보고와 취재로 사실이 발견되지는 않는다. 한 명의 기자는 한 언론사 보도국의 구성원, 같은 출입처 기자단의 일원, 그리고 기자라는 직업군에 속한 구성원이다. 흔히 조직문화나 취재관행으로 불리는 이러한 공동체의 특성은 대개의 시민과는 다른 언어와 문화 공동체의 경계를 갖고 있다. 이러한 경계가 부정적인 것만은 아니다. 무엇보다 사실로 확인해야 할 대상, 즉 한 명의 국회의원은 사모펀드 사기 사건에 관련된 수많은 사람들, 법인체, 감독기관 등 이 이루는 현실의 일부다. 따라서 기자가 발견한 국회의원의 비리 단서는 목성과 같이 고정된 사물이 아니라 보도 시점에도 변하고 있는 현재 진행형의 과정이다. 사회과학의 개념을 쓰자면 이러한 사실 확인은 완료형의 ‘앎(knowledge)’이 아니라 ‘알아나감(knowing)’으로 불러야 한다. ‘언론 공동체’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사실이 완료된 앎이 아니라 과정으로서의 알아나감이라면 그 과정은 한 개인이 결코 수행할 수 없기 때문이다.
따라서 개정안에서 ‘허위의 사실로 또는 사실로 오인하도록 조작한 정보(제2조 17의3)’로 정의한 ‘허위・조작보도’는 ‘발견되기를 기다리는, 기자의 주관이나 가치가 부여되지 않은 순수한 사실’을 전제로 한다. 그러나 언론보도에서의 사실이 사물이 아닌 행동하고 발언하며 타인과 교류하는 사람(들)이라면 ‘순수한 사실’이란 존재하지 않는다.2) 도리어 보도 자체가 보도 대상에 영향을 줌으로써 다른 발언과 물증이 제기되고 반박이 쏟아지는 현실의 구성 요소가 되기도 한다. 과정으로서의 사실은 개정안이 고의 또는 중과실로 추정할 수 있다고 명시한 ‘보복적이거나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와 정면으로 배치된다. 추가하고 보완할 사실이 ‘반복적으로 허위・조작보도를 한 경우’가 되기 때문이다.
더 중요한 문제는 ‘보복적’이라는 수식어에 있다. 이는 특정한 보도에 대해 당사자가 부여한 의미에 국한되지 않는다. 엄밀히 말해 ‘가짜뉴스’와 ‘진짜뉴스’라는 구분은 사실이 아닌 ‘해석(verstehen)’에 달렸다. 이 때 해석에는 두 가지 유형이 있다. 하나는 흔히 ‘오독’이나 ‘오해’라고 부를 때의 해석, 즉 책읽기와 같은 해석이다. 사실 또한 다르지 않다. 언론보도에서 사실이란 사람을 대상으로 하기 때문에 그 사람이 한 발언이나 행동에 대한 기록 뿐 아니라 그것이 발생한 맥락에 대한 인식틀(frame)이 필요하다. 이러한 틀이 없다면 사실은 논리적으로나 개념적으로 일관성 있게 기사나 리포트로 구성될 수 없다. 그러나 취재 대상인 사건 속 사람(들)의 해석은 이와 같지 않다. 검찰 수사 관련 사건이 좋은 예다. 비리를 폭로하는 사람, 이를 반박하는 사람, 어느 한 편을 지지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들의 논리와 해석에는 엄밀한 일관성이란 존재하지
않는다. 서로 다른 진술과 물증을 내놓는 사람들 사이의 다툼에는 사회적 지위와 권력, 사건이 미칠 영향에 대한 예측, 예상하지 못한 돌발 상황 등 우연성이 개입한다. 특히 정치인의 긴급 기자회견은 논리 정연한 보고서와 같은 사건의 해석에 기초하지 않는다. 이런 점에서 기자의 해석과 취재대상인 사람(들)의 해석은 충돌하며 ‘가짜뉴스’가 등장한다.
개정안 논쟁은 규범적인 언론의 자유나 인권 보호의 딜레마로만 이해될 수 없다. 민주당과 국민의힘, 그리고 각 정당의 지지자들이 생각하는 처벌 받거나 자유를 보장받아야 할 ‘언론’은 서로 다를 뿐 아니라 ‘허위・조작 보도’에 대한 해석도 다르다. 이런 해석의 차이는 “언론은 사실만을 보도하면 된다.”는 ‘상식’으로 감춰진다. 여기서 상식이란 그람시(A. Gramci)가 말한 전통적인 사고, 과학적 지식, 역사적으로 형성된 편견 등이 혼재되어 구성된 세계관을 말한다. 2021년, 지금의 언론중재법 개정안 논쟁은 법리적이고 규범적이며 도덕적인 명제의 대립이 아니라 ‘있는 그대로의 사실’이라는, 시민 뿐 아니라 기자에게도 공유되고 있는 상식에 대한 도전이다. 개정안 논쟁이 결론이 어떻게 맺어지든 이런 상식이 지배하고 있는 현실에 대한 냉정한 인식, 바로 그것 이 우리가 남길 유일한 성과다.


1) 정철운, 「YTN사장, 언론중재법 보도에 “이해충돌 유의해야”」, 미디어오늘, 2021년 8월 23일.
2) 물론 존재하지도 않은 인물과 사건을 상상하여 기사로 쓰는 예외적인 경우는 분명히 허위나 조작으로 부를 수 있다. 당연히 이런 보도는 이 글에서 다루는 ‘허위・조작보도’의 극단적 사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