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릴레이]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MBN 주진희 기자

 

내 일이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철야 근무 후 퇴근해서 ‘이제 잠 좀 자자’하고 누웠는데 보건소에서 전화가 왔다. “주진희님이시죠? ○○보건소입니다. 코로나19 검사받으셨을 텐데요. 확진으로 나오셨어요.” 비몽사몽에 듣는 역학조사관 목소리는 꿈결 같았다. 상대방이 가수면 상태라는 것을 모를 보건소 직원은 질문을 쏟아냈다. “지금 몸 상태는 어떠세요? 어제는 어떠셨어요? 왜 검사를 받으셨나요? 지금 가족과 같이 살고 계시나요? 몇 명인가요?” 이내 정신이 번쩍 들었다.
가족 중에 중대한 기저질환자가 있어서 3주 정도에 한 번씩 PCR 검사를 받아왔다. 선제적· 자발적 검사다. 주변에서 나는 ‘프로 검사러’로 통한다. 검사를 한 번도 받지 않은 사람도 많은데, 나는 대형마트를 가듯 보건소를 찾아 코가 헐 듯 검사를 받았다. ‘내 가족인데, 내가 조심해야지 누가 조심하겠냐!’라는 심경이었다. 이렇게 받던 선제적 검사에서 이번엔 양성이 뜬 것이다. 8월 어느 날, 나는 그렇게 하루에 수천 명이 쏟아지는 확진자 중 한 명이 됐다. 그 유명한 ‘감염 경로 불분명·무증상’ 콤보 사례다. (앗싸?)

기자가 확진자가 되면?
대혼란이다. 코로나 시국이라서 몸을 사린다고 해도 만나는 접경이 넓은 직종이다. 특히 나는 국회팀이다. 민주당 경선이 한창이라 마크하던 캠프도 몇 개가 된다.
먼저 보건소는 전파위험이 있는 날짜의 동선을 세세하게 물어본다. 확진 날로부터 대략 2~3일 전이다. 아침부터 저녁까지, 어디서 누굴 만나고 누구와 식사를 했는지. 그리고 만난 사람 이름과 연락처를 모두 물어본다. 직업상 점심, 저녁 약속을 적어두니 진술하기 편했다. ‘잠깐, 보건소에서 전화가 갈 텐데, 내가 먼저 전화해서 양해를 구해야 하는 거 아냐? 각 캠프나 의원들이 난리나겠는데’ 갑자기 마음이 바빠졌다.
확진 통보 3시간만에 보건소에서 또 전화가 왔다. “주진희님, 바로 생활치료센터 가실 거예요. 30분 후 구급차가 집 앞에 도착합니다. 도움 없이 알아서 문 열고 타셔야 해요. 도착 5분 전에 전화 드릴게요. 자리 있으니 얼른 들어가야 해요.” 다급한 보건소 직원 목소리에 반박도 할 수 없었다. 주변에서 들어보면 하루 정도는 집에서 대기하던데, 나는 끌려가듯 그렇게 생활치료센터로 향했다. 구급차로 이송되던 와중에도 통화는 계속 이어졌다. 역학조사 전화를 계속 받으면서, 틈틈히 만났던 사람들에게 전화를 돌리기 시작했다. 타사 기자와 국회의원들, 보좌진, 각 캠프. “제가 코로나 확진이 됐습니다. 아마 보건소 전화를 받으실 거예요….”

기자가 생활치료센터 생활을 하면?
분주하다가 고요해진다. 확진자 접촉도 없고 택시만 타고 다니는 등 ‘경로 불분명’ 판정을 받다 보니 보건소에서는 생활치료센터 입소 뒤에도 계속 전화가 왔다. 확진자가 쏟아지는 시기라 피역학조사인(?)인 내 진술에 의존하고 있는 게 느껴졌다. 여기에다가 이어지는 회사 보고도 잊지 말아야 한다. 취재원들에게도 전화가 쏟아진다. “주 기자, 괜찮아? 언제 확진된 거야? 무슨 일이야?” 나 때문에 자가격리 들어간 사람들도 있으니 아프지는 않은지 마음도 쓰였다. 더불어 생활치료센터에서는 내 치료를 위해 이것저것 시키는 것도 많다. 치료센터 간호사가 무슨 죄가 있겠는가, 시키는대로 산소포화도나 체온 측정 등등 모두 열심히 했다. 그래서 처음 며칠은 분주하다.
나는 슈퍼 전파자가 아니었다. (아마 골골전파자?) 4일 정도 지나면 접촉자들의 감염 여부를 대략 알 수 있다. 회사 동료들이나 취재원들, 가장 우려했던 가족 중 기저질환자 모두 특이증상을 보이지 않았다. 마음이 한가해진 시점도 이 때였다.

생활치료센터 퇴소 …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그렇게 생활치료센터에서 열흘 후 퇴소했다. 예상외로 많은 것을 얻었다. 한 민주당 캠프측은 확진자 접촉에 당황하고 머리가 복잡했을텐데 “요즘 시대에 불가항력인데 뭘 그런 걸 가지고 그러나”하고 호탕하게 넘기는 의외의 모습을 보였다. 반대로 또 어떤 사람은 격리하고 싶지 않아 역학조사에 혼란을 주기도 했다. 보건당국에서 전화가 와서 “A 분을 만나신 것 맞죠? A 분은 아니라고 하시는데”라며 당황해했다가 결국 CCTV로 판명됐다. 확진자를 향한 다양한 시선을 직접 받아보니, 많은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지금은 확진됐던 것을 숨기지 않는다. 누적 확진자가 30만을 향해가고 있다. 나의 찐(?)친구는 “괜찮아? 누가 뭐라하진 않아? 은근히 차별하는 사람들이 있던데….”라고 걱정한다. 몸 담고 있는 조직이나 만나는 사람들의 차별적 시선을 우려하는 것이다. 누가 팬데믹 상황에서 확진자에게 돌을 던질 수 있을까. ‘감염경로 불분명’을 겪어보니, 누구든지 처할 수 있다는 것을 온 몸으로 겪었다. 그래서 이번 여름에 할 일은 주변 사람의 안녕을 챙기는 일인 것 같다. 당신은 안녕하십니까?

다음 릴레이는 JTBC 박준우 기자에게 넘깁니다.
코로나19속에서 결혼을 성공리에 마친 박준우 기자의 이야기를 들어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