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만한 릴레이] 가끔 산에서 잡니다

가끔 산에서 잡니다

 

뉴스타파 오준식 기자

 

긴긴 겨울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은하수 아래에서 자고 나면, 지저귀는 새가 아침을 알려주겠지. 뜨는 해를 보며 마시는 드립백 커피는 황홀하겠지.’ 백패킹을 가기 전에 하던 낭만적 상상의 조각들. “왈! 왈!” 근데 이 밤을 수놓는 건 왜 개짖는 소리 뿐일까. 마음속으로 ‘개 짖는 소리 좀 안 나게 해라.’ 수 십 번 외쳤건만 개는 여전히 짖었다. 2월 밤공기가 이렇게 차가웠나. 숨을 들이마실 때 느껴지는 공기는 얼음같았다. 그렇게 밤을 견뎠다. 첫 백패킹을 하던 긴긴 겨울밤이 었다.

첫 번째, 심항산
처음으로 간 백패킹 장소는 충주호를 낀 심항산이었다. 첫 백패킹을 하는 계절이 겨울이라 지인의 도움으로 텐트와 두툼한 침낭을 챙겼다. 큰 짐은 해결이 돼 내가 준비할 건 간단했다. 당근 마켓에서 배낭을 구매했고, 가성비가 좋은 매트와 용품을 장바구니에 담았다. 드디어 백패킹 하는 날. 두 어깨에 진 배낭에 기대를 싣고 산을 올랐다. ‘삐걱’. 어디서 삐걱 거리는 소리가 들려서 봤더니 내 다리가 삐걱인다. 요새 과로를 해서인가 했더니 배낭 무게가 15kg나 되더라. 스틱에 몸을 의지하며 30분동안 산을 올라 잘곳에 도착했다. 충주호가 내려다 보이는 곳이었다. 경치 좋은 곳에 텐트를 치니 비로소 백패킹을 하는 실감이 났다. 온기 있는 저녁으로 몸을 녹이고, 텐풍(텐트 풍경 사진)을 찍으며 낭만을 즐긴 뒤 잠자리에 누웠다. 나머지 감상은 위와 같았다. 겨울을 더 춥게 보내고 싶거든 동계 백패킹만한 게 없다는 걸 깨달았다. 추웠다.
백패킹은 배낭에 아영장비를 넣어 떠나는 여행이다. 밖에서 자는 캠핑과 비슷하지만 자동차에 짐을 실어 차에서 자는 오토캠핑, 차박보다는 짐이 작고 적다. 늘어나는 짐의 무게와 부피만큼 백패커가 감당해야 할 배낭이 커지기 때문이다. 백패킹은 야영 금지 구역이 아닌 자연이라면 어디든 즐길 수 있다. 그래서 차가 진입해야 갈 수 있는 오토캠핑보다 야영지 선택범주가 넓다. 한가한 때에 덜 알려진 자연으로 가면 풍요로운 고요를 누릴 수 있다.(당연한 건가…?) 다만 이웃 텐트 고성 소리가 없는 대신 수도와 화장실도 없다.

두 번째, 하계산
내 두 번째 백패킹 장소는 양주의 하계산이었다. 한결 가벼워진 옷차림으로 산을 올랐을 만큼 봄의 윤기가 찾아온 4월이었다. 겨울 백패킹 보다 장비가 한결 가벼워져 등짐 무게가 줄어드니 관절이 삐걱 대던 소리도 멎었다. 남한강이 내려다보이는 하계산의 밤은 아름다웠다. ‘무한도전’ 길의 말을 빌리면 경치가 정말 “진짜 가관이다.”였다. 어둠이 늦게 찾아온 만큼 지인과 식사 자리도 길어졌다. 배산임수의 절경 속에서 두릅과 막걸리를 먹다보니 지나치게 많이 먹었다. 곧 ‘먹는 만큼 나온다’는 삶의 진리가 내게 찾아왔다. 수도와 화장실이 없는 산정상에서 관련법 아래에 용무를 마친 뒤 왜 수많은 백패커들이 BPLBackPacking Light(가벼운 백패킹)과 LNTLeave No Trace(자연에 흔적 남기지 않기)를 지키는지 알게됐다. 자연을 훼손시키지 않으며 백패킹을 즐기는 가장 좋은 방법은 짐을 적게 가져가는 것이다.

세 번째, 명성산
‘이러다 평양이 나오는 게 아닌가’란 생각이 들 정도로 북쪽으로 이동하다보면 백패킹의 성지인 명성산이 나온다. 세 번째 백패킹 장소였던 이곳은 넓은 억새밭으로 유명하다. 텐트를 설치할 수 있는 데크가 넓어서 많은 사람들이 찾는 명소다. 널리 알려진 장소이 때문에 많은 백패커가 올 것 같은 날을 피해 날짜를 정했다. 초여름즈음 백패커들은 더운 산보다 시원한 계곡으로 이동하기에 6월 중순을 골랐다. 초입부터 백패킹 장소까지 산을 한 시간만 오르면 된다고 했는데, 관절이 비명을 지를 정도로 올라야 한 시간만에 주파할 수 있는 거리였다. 그러나 고난도 잠시, 억새밭에 도착하자 모든 게 풀렸다. 눈이 부실 정도로 아름다운 초록옷을 입은 억새밭과 정갈하게 놓인 데크가 정말 멋졌다. 한 박자 빨랐던 더위 덕인지 다른 백패커들이 적어 평화로운 밤이었다.

백패킹은 불편하고 힘들다. LNT를 철저히 지키려면 세안은 물론 양치질도 포기해야 한다. 배낭의 무게는 10kg을 훌쩍 넘을 정도로 무겁다. 겨울이면 춥고, 여름이면 더우며 잠자리는 딱딱해서 집생각이 날 때도 있다. 가끔은 백패킹에 다녀오면 ‘역시 집이 최고다’란 말이 생각날 정도다. 그럼에도 배낭에 짐을 꾸려 다시 산으로 간다. ‘풀벌레 소리 들으며 은하수 아래에서 자고 나면 지저귀는 새가 아침을 알려주겠지. 뜨는 해를 보며 마시는 드립백 커피는 황홀하겠지’를 상상하며.

다음 만만한 릴레이에는 KBS제주총국의 보배 문준영 기자가 프리다이빙에 대해 말해줄 것이다.
가끔내게 물만난 고기처럼 유영하는 모습을 담은 영상을 보내주곤 하는데 얼마나 재밌는지 궁금하다. 문준영 기자가 하도 바빠서 설득하는데 애썼다. 제주에 있는 문준영 기자 연결합니다, 문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