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육아] 나 ‘육휴’ 해본 남자야!_YTN 이문석 기자

육아는 만만했다. 적어도 처음에는 그랬다. 조카들도 돌봤었고 아내의 육아휴직 때 옆에서 ‘훌륭하게’ 아기 보는 걸 도왔기 때문에 자신 있었다. 그 자신감을 바탕으로 육아휴직을 결심할 수 있었다. 그리고 나의 육아 자신감은, 휴직 하루 만에 무너졌다. 아내는 어떻게 이걸 해냈을까? 다른 여기자들은, 다른 엄마들은 또 어떻게….

서두가 길었다. 그만큼 아이를 키우는 것은 만만치가 않았다. 육아휴직을 결심하는 게 어렵지 않았냐고? 별로 어렵지 않았다. 나는 육아휴직이 법적으로 보장되는 나라에서 살고 있었고, 회사 역시 마찬가지였다. 맞벌이 부부이기 때문에 한 사람이 휴직해도 나머지 한 사람의 월급으로 생활할 수 있었다. 나처럼 육아휴직을 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하지 않는다면, 이유는 다음 두 가지다. 회사 눈치를 보거나 애를 보는 게 싫거나.

육아.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집이라면 누구나 하고 있기 때문에 자세한 얘기는 하지 않겠다. 단, 육아휴직을 해보니까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는 건 있다. 아내가 주 양육을 하고 내가 보조 양육자로서 가끔 몇 시간, 혹은 하루 정도 아이를 혼자 보는 정도가 가능해서 ‘난 참 괜찮은 아빠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해도 긴 기간, 매일, 온종일 아이를 보는 건 지금 당신이 알고 있는 육아보다 다섯 배 힘들다. 딱 다섯 배.

그래서 나는 지금부터 육아휴직(이하 ‘육휴’) 해본 남자로서 육아에 대한 조언을 몇 가지 하고 싶다. 이 조언은 아빠 기자들뿐 아니라 엄마 기자들한테도 해당할지 모르겠다. 우선 육아휴직은 휴직이 아니다. 아이를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에 보낸다면 상황이 달라지겠지만, 나처럼 종일 육아를 결심하고 옆에서 애 돌보는 걸 도와줄 사람이 없다면 육아휴직은 ‘육아취직’이다. 그래서 인생에 쉼표를 만들고 싶다거나 어떤 공부를 해보고 싶다거나 휴직의 여유로움을 꿈꾸면서 육휴를 고민하고 있다면, 그 생각 당장 때려치워라.

두 번째는, 육휴 1년 했다고 아빠로서 할 일을 다 했다거나 아이한테 최고의 아빠가 됐다고 생각하면 안 된다는 것이다. 육휴를 결심하고, 공표하고, 시작하고, 끝내고, 복귀해서 사람들이 나에게 ‘대단하다’고 하면 우쭐해졌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우쭐함은 딱 밖에서 그런 얘기를 들을 때, 그걸로 끝이다. 1년 육휴를 했어도 여전히 아이에게는 엄마가 1등이고, 아빠는 그다음이다. 엄마와 뱃속부터 알게 모르게 나눴을 유대의 끈, 그 ‘프리미엄’은 ‘넘사벽’이라는 걸 깨달았다. 엄마가 외출을 하는 등의 이유로 아빠랑 단둘이 있게 됐을 때 엄마와 떨어지기 싫다고 울거나 떼쓰지 않는 정도, 아이가 ‘뭐 엄마만큼은 아니라도 그럭저럭 시간은 때울 수 있겠네.’ 그렇게 생각할 수 있는 정도가 아빠 육휴의 효과인 듯하다. 실망했나? 그게 어딘가!
마지막으로 엄마들에게 하고 싶은 얘기가 있다. (여보도 잘 들어!) 아빠 육아, 그리고 아빠 육아휴직이 성공하려면 엄마들의 도움이 절실하다. 어쩌면 성공 여부를 엄마가 결정한다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남자는 여자랑 다르다. 생각도 다르고, 아이를 보는 방법도 다르다. 그런데 엄마 동지들은 육아에 대해 본인은 ‘상수’, 아빠 동지들은 ‘하수’로 규정해버리고 남편에게 육아를 ‘시킨다’. 그러니까 엄마들은 아빠들이 무조건 본인의 말을 따라 아이를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심한 경우 스케줄과 입힐 옷, 먹일 음식, 놀 장난감이나 읽을 책까지 결정해 놓고 남편들에게 ‘시킨 것’을 제대로 ‘수행하라’고 명령한다. 심지어 평소에 자신이 아이한테 하는 행동이라도 남편이 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된다’는 말부터 내뱉는다. 이건 불공평을 넘어 불공정하다. 남편이 육아에 참여하길 원한다면, 본인의 생각도 어느 정도 내려놓고 남편의 의견을 존중해 줘야 한다. 남편들한테 ‘아이를 그것밖에 못 보느냐’, ‘다른 남편들은 잘한다는데….’ 등의 비난은 하지 말아야 한다. 내가 육휴를 하면서도 아내와 많이 부딪친 것이 이 부분이었고, 이 문제는 단지 육휴뿐 아니라 육아를 하는 데 꼭 짚고 넘어가야 할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남편이 ‘육아의 신’이 되길 바라는가? 그러면 신나게 육아를 할 수 있게 결정권을 줘라. 응?

말도 못하는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기가 두려워 육아휴직을 결심하고 오롯이 1년을 아이와 함께했다. 힘들었지만, 아이가 내 품에 안겨 쌔근쌔근 자는 모습을 보면 나는 천국에 있었다. 아기가 내 얼굴에 자기 볼을 비비고, 내 귀에 “아빠 따랑해(사랑해).”라고 말해주면 눈물 나게 좋았다. 딸이 처음 퍼즐을 다 맞추고, 처음 민들레 홀씨를 불고, 처음 그네를 타는 그 순간들을 사진이나 동영상이 아니라 내 두 눈으로 목격하는 것은 그야말로 감동이었다. 육아휴직은 쉬는 게 절대 아니었지만, 그 열매만큼은 분명 달콤했다. 보다 많은 아빠 기자들이 이 맛을 알게 된다면 육아에서 아빠들의 목소리는 따라서 높아질 것이다. 당연히 우리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더 우렁차고 커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