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여행지] 내가 추천하는 여행지 10선_SBS 소환욱 기자

기사도, 휴가도 ‘야마’가 중요하다
여행 좋아하시나요? 바쁜 삶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여행은 오아시스와도 같습니다. 정신없는 삶을 사는 기자들도 마찬가지입니다. 주변 동료들을 보면 휴가 때 어딜 갈지 물색하는 모습을 보곤 하는데요. 여행 떠나실 장소를 어떻게 결정하시나요? 취재할 때도 야마가 중요한데요. 휴가 때도 야마는 중요합니다. 거창한 건 아니고요. 음악이면 음악, 유적지면 유적, 휴식이면 휴식 이렇게 말이죠. 변변치 않지만 제가 클래식 음악을 야마로 몇 군데를 추천하고자 합니다. 아! 제가 좋다고 느낀 것도 동료 여러분께는 안 좋게 느껴질 수도 있다는 점 잊지 마시고요.

클래식의 도시, 오스트리아 빈
클래식 음악을 이야기하면서 오스트리아 빈을 빼놓는 건 앙꼬 없는 찐빵과도 같습니다. 베토벤과 모차르트가 활동했던 당대 최고의 음악도시였기 때문이죠. 게다가 합스부르크 왕조 시절 오스트리아-헝가리 제국의 수도였기 때문에 볼거리도 상당히 많습니다. 합스부르크 왕가의 쉔부른 궁전이나 수많은 음악가들의 체취를 느낄 수 있는 유서 깊은 곳들이 바로 그것입니다. 인기 많은 작가인 클림트도 이 도시의 자랑입니다. 벨베데레 궁전에 가면 클림트의 작품들을 볼 수 있는데요. 그 유명한 키스도 여기서 볼 수 있습니다.

하지만 뭐니 뭐니 해도 빈의 자랑은 단연코 무지크 페라인 황금홀(우리나라의 예술의 전당쯤 됩니다.)을 홈그라운드(?)로 쓰고 있는 비엔나 필하모니커(이하 빈필)인데요. 한편에서는 도태되고, 정체됐다는 소리를 듣곤 합니다만, 빈필이 세계 최고 수준의 오케스트라 중 하나라는 것에 반대하는 이는 아마 드물 겁니다. 상임지휘자 시스템이 없는 빈필은 대대로 그 해의 지휘자를 단원들의 투표로 뽑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빈필을 지휘하는 지휘자들은 당대 최고의 지휘자 중 한 명이라고 불릴 만합니다.(물론 콧대 높은 마에스트로들은 스케줄 때문에 지휘 못한다고 하기도 합니다.) 음악의 도시에서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악단의 공연을 실제로 듣는 것은 정말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표가 없어도 좋습니다. 공연이 열리는 그날 아침마다 싼값에 남은 좌석을 살 수 있거든요.

혹시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신년 맞이 행사 중 하나인 빈필 신년음악회를 아시는지요? 바로 이 빈필이 신년 맞이 축하 행사로 여는 공연이 바로 빈필 신년음악회입니다. 지휘자는 물론 단원들의 투표로 뽑습니다. 유명한 카라얀, 얼마 전 타계한 아바도, 현재 최고 중 하나라 불리는 얀손스 같은 지휘자들이 이 무대를 거쳤지요. 아직까지 우리나라의 마에스트로가 이 공연을 지휘한 적은 없습니다. 아시아권에서는 일본의 오자와 세이지가 지난 2002년에, 인도의 주빈 메타가 지난해를 비롯해 5번 지휘한 것이 전부일 정도로 보수적이고 콧대 높은 빈필의 성향이 묻어나는 공연입니다. 아쉽게도 이 공연은 아무나 볼 수 없습니다. 워낙 유명한 공연인지라 1년 전부터 응모해야 겨우겨우 걸릴까 말까 한 공연이기 때문이죠. 또 압니까? 운 좋게 빈자리 있으면 볼 수 있을지도 모릅니다. 공연이 열리는 시간대에 빈 시청광장에 가면 스크린으로 공연을 볼 수도 있습니다.(올해 공연에는 반기문 사무총장의 얼굴도 눈에 띄더군요.)
꼭 이 공연이 아니더라도 음악을 사랑하는 사람에게 빈은 가볼 만한 도시입니다. 유럽 여행 계획하고 있으신 분들은 빈에 들러 유명한 음악가들의 체취를 느껴보는 것도 좋을 듯합니다.

‘한정판 오케스트라’의 재미, 스위스 루체른 페스티벌
여름에 유럽 쪽으로 휴가를 가시는 분들에게 가끔 공연장이 휴업을 해서 공연을 못 봤다는 푸념을 듣곤 합니다. 축구 좋아하시는 분들은 아시겠지만 EPL이나 프리메라리가 같은 최고의 리그들은 5월부터 휴식기에 들어가는데요. 오케스트라도 마찬가집니다. 6월 말부터 8월 말까지는 소위 리그가 끝나는 휴지기에 들어갑니다. 그럼 클래식 공연은 여름에 못 볼까요? 걱정 안 하셔도 됩니다. 휴가를 떠난 단원들이 휴가지에서도 공연을 합니다! 여름에 열리는 다양한 음악 축제가 그겁니다.

그중 스위스의 루체른에서 열리는 루체른 페스티벌은 음악가들에게는 꿈의 무대라고 불리기도 한다는데요. 세계적인 오케스트라들이 다 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독일의 베를린 필, 네덜란드의 로열 콘세르트허바우, 영국의 런던심포니 미국의 시카고, 보스턴 그야말로 클래식계의 스타들의 한꺼번에 참여하는 무대이기 때문이죠.

하지만 청중들이 이 축제를 뼈가 빠지게 기다리는 이유는 바로 이곳에서 축제 한정판 오케스트라가 만들어지기 때문입니다. 바로 루체른 페스티벌 오케스트라가 그것이죠. 얼마 전 타계한 최고의 마에스트로였던 이탈리아의 클라우디오 아바도가 이 축제의 음악감독을 맡아서 이 악단을 지휘했는데요. 이 사람이 유명한 사람들만 콕콕 찍어서 “너 와라 너 와라” 해서 그야말로 꿈의 드림 팀이 만들어지는 겁니다. 아니, 세계 최고의 지휘자가 부르는데 안 올 사람이 어디 있습니까? 가히 클래식계의 지구방위대라 불릴만합니다. 게다가 일명 KKL로 불리는 루체른 문화 컨벤션센터 음향 수준이 세계 최고의 수준인지라 그야말로 환상적인 무대를 경험할 수 있습니다. 이 공연을 보러 유수의 지휘자들이 온다니 말 다 한 거지요. 이 축제는 매년 테마를 선정해서 그에 맞는 곡들로 음악회를 채웁니다. 루체른이 굉장히 유명한 휴양지여서 음악을 모르시는 분들도 쉴 거리가 많습니다. 더운 여름밤에 세계 최고의 연주자들의 공연을 볼 수 있다는 건 그야말로 가슴이 설레는 일입니다. 불행히도 아바도가 타계해 더 이상 그의 지휘봉을 볼 수는 없습니다만, 새로운 지휘자로 또 다른 거장 리카르도 샤이가 선출돼 올해부터 지휘봉을 잡는다니 기대할만합니다.

아바도는 그간 말러 교향곡을 매번 지휘해왔습니다. 아쉽게도 가장 스케일이 큰 8번 교향곡을 연주하지 못하고 얼마 전 타계했는데요. 그래서일까요? 올해는 8월 13일 KKL에서 신임 음악감독인 리카르도 샤이의 지휘로 말러의 교향곡 8번이 연주됩니다. 말러좋아하시는 분들, 더군다나 실황으로 들을 기회가 적은 말러의 교향곡 8번을 세계 최고연주로 들을 수 있는 기회니 관심 있으신 분들은 눈독 들일 만합니다.

여행의 즐거움은 새로운 것들을 보고 느낄 수 있기 때문이죠. 더군다나 평소 즐길 수 없는 것들을 여행지서 즐길 수 있다면 금상첨화겠죠? 클래식 음악은 지루하다? 고리타분하다? 클래식 싫어하는 분들 많습니다. 선배들 말씀 들어보면 기자는 현장이 제일 중요 하다!라고 강조하시는 분들 많으실 텐데요. 클래식 음악도 현장(공연장이겠지요?)에 가보면 우와 하고 입 벌어지는 경우 많습니다. 어떠신가요? 올여름 휴가는 평소 즐기기 힘들었던 클래식을 테마로 훌쩍 떠나보심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