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악기] 나는 밴드다_SBS 뉴스텍 김영창 국장

70-1 66

I Have A Dream
『이따금 어릴 적 하모니카 소년이 떠오를 때면, 다 지난 추억이라 생각하며 애써 외면하곤 했는데 이런 날이 오는군요. 요즘 ‘I Have A Dream’이란 노래를 들으면 감회가 새롭답니다. -중략- 어린 시절의 기억 속에서 반짝이는 하모니카를 찾으니 마치 잃어버린 시간을 되찾은 느낌입니다. 시간이 내 것이었군요.』 2010. 4. 20 SBS 빅밴드동호회 사이트 가입인사 중

그건 말 그대로 꿈이었다. 그것도 아주 근사하고 폼 나는, 그래서 더욱 설레는 꿈. 어느 날 사내 게시판에 밴드 동호회를 만들어보자는 한 예능 PD의 글이 뜨자, 나와 같이 폼 나는 인생을 꿈꾸는 사람들이 달뜬 얼굴로 모여들기 시작했다.

붙들고 싶은 기억
“악기를 몰라도 좋다. 악기를 다룰 줄 아는 사람은 자기 악기를 들고 와서 한번 연주해보자.” 밴드 동호회가 뿌리를 내리기까지 지원을 아끼지 않던 SBS 김정택 예술단장님이 직접 보시겠단다. 뭘 해야 하나? 다룰 줄 아는 악기는 하나도 없고 밴드 활동은 하고 싶고. 다른 많은 악기를 선택할 수 있었는데도 하모니카를 첫 악기로 택했다. 어설프게라도 다룰 수 있는 유일한 악기가 하모니카이기도 했지만 그를 통해 어린 날의 나와 만나고 싶었기 때문이었는지도 모른다. 하모니카만 불고 있으면 혼자서도 행복해 하던 그때 그 아이. 그래, 레슨을 시작하자.

‘연습, 연습 죽어도 연습이다’. 합주연습을 하던 등촌동 SBS 공개홀 관현악단실 벽에는 이런 글귀가 붙어 있었다. 프로와 아마추어 사이의 넘을 수 없는 벽을 실감하게 했고 볼 때마다 낯설었던 그 표어는 시간이 흐르고 공연을 앞둔 시점에서야 비로소 친숙하게 다가왔다. 남들 앞에서 연주를 하려면 한 곡을 최소한 100번은 연습해야 한다는 게 이쪽 업계의 정설이다. 반복에 반복을 거듭한 끝에 2011년 12월 2일, 목동 SBS 로비에서 ‘빅밴드’가 드디어 무대에 올랐다. 나는 이상은의 노래 ‘언젠가는’의 하모니카 반주를 영원히 잊지 못할 것이다. 나의 첫 연주곡이었을 뿐만 아니라 우리 밴드가 세상에 내지른 첫 소리였기 때문이다. 흥분과 현기증, 박수와 환호….

결별 그리고 컴백
그렇게도 그리던 꿈의 무대에 서고 나서 새로운 곡을 선곡할 무렵, 나는 ‘SBS 빅 밴드’와 결별했다. 빅 밴드Big Band는 스윙 밴드, 즉 트럼펫과 색소폰, 트롬본, 클라리넷 등 관악기가 강조된 음악을 주로 하는 집단이다. 당시 내가 좋아하던 김광석의 ‘슬픈 노래’나 SG워너비의 ‘라라라’, 하림의 ‘사랑이 다른 사랑으로 잊혀지네’ 등은 ‘빅 밴드’의 성격과 맞지 않았고 그렇다고 나만을 위해 선곡할 수는 없는 일. 내키지 않는 결정이었지만 팀을 떠나야 했다. 밴드를 떠나 있는 동안 오카리나를 배우기도 하면서 음악의 끈을 이어갔으나 밴드 활동이 그리워졌다. 나는 결국 2년여 만에 클라리넷을 들고 다시 ‘빅 밴드’의 품으로 돌아왔다.

행복한 세상을 꿈꾸며
추억과 기억의 차이를 아는가? 잊히면 기억이고 잊을 수 없으면 추억이라고 한단다. 나는 아련한 추억 속에서 하모니카라는 기억을 찾아냈고 그 기억을 붙잡고 여기까지 왔다. 내게 행복을 안겨준 음악과 악기들. 비록 내 좁은 방에는 악기가 차고 넘쳐 음악을 하는 건지 악기 수집을 하는 건지 모르는 지경이 되긴 했지만, 낙원상가를 헤매는 동안은 그곳이 ‘樂園’이었고 합주연습을 할 때면 그곳이 천국이었다. 부단한 연습을 거쳐 언제고 세상과 함께 행복을 나눌 것을 생각하면, 생각만으로도 행복해지면서 가슴이 따뜻해진다.

6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