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스승] 대담하고 용기 있게_SBS CNBC 황인표 기자

지난해 11월 결혼식을 올리면서 주례 선생님으로 모셨던 분은 대학원에서 지도를 받았던 임혁백 교수님(고려대 정치외교학과)입니다. 민주주의를 오래 연구해온 정치학자로서 논문 지도뿐만 아니라 바르게 살 길에 대해서도 평소 많은 조언을 주셨습니다. 바쁘다는 핑계로 결혼 직전에 찾아뵙고 급하게 주례를 부탁드렸습니다. 흔쾌히 받아주셨는데 주례사 중 곱씹어볼 내용이 있어 소개할까 합니다. 부부관계와 가족 등 일반적인 주례사와는 거리가 아주(?) 멉니다.

“양혜왕이 맹자에게 ‘선생께서 천 리를 멀다 않고 저희 나라에 와주셨는데 장차 이익이 될 수 있는 것을 말씀해 주실 있겠습니까?’라고 묻자 맹자는 ‘대왕께서는 하필 이익에 대해서만 말씀하십니까? 나는 사랑과 정의에 대해서만 얘기합니다.’라고 꾸짖었다고 합니다. 일개 선비에 불과한 맹자가 양혜왕을 야단쳤다는 사실은 맹자가 아무리 힘센 권력자에게도 할 말을 다하는 당당하고 기개가 있는 선비라는 것을 알려줍니다.

기자들도 자신의 이익보다는 나라의 정의를 이야기해야 하고 직언하고 직필하는 기개와 담대함이 있어야 합니다. 어떤 풍파와 유혹에도 흔들리지 않는 마음도 중요합니다. 또 기사를 쓸 때 반드시 사실에 근거해야 하고, 확인하고 또 확인해야 합니다. 루머나 풍문에 근거해서 기사를 쓰게 되면 악화가 양화를 구축하듯이 사론이 정론을 이기게 되고 나라가 어지러워집니다.

맹자는 또 부동심不動心에 대해서도 말했습니다. ‘내가 스스로 돌이켜보아 옳지 못하면 신분과 나이에 관계없이 고개를 숙일 것이고 내가 옳다고 생각하면 상대가 천만군이라도 두려움 없이 가겠다.’고 얘기했습니다. 요즘은 기자들이 권력과 돈, 그리고 자리의 유혹에 흔들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맹자처럼 부동심을 가지고 돈과 권력에 흔들려 곡필을 하지 말고 항상 흔들림 없이 직필·직언을 계속하라는 것입니다.”

주례사 치곤 충분히 이색적이죠? 결혼식 당시에는 긴장감 때문에 ‘맹자’라는 말밖에 들리지 않았지만 신혼여행 후 주례사를 다시 보니 되씹어볼 내용이 많더군요. 어수선한 일들이 계속 이어지는 상황에서 지금 언론들이 제대로 잘 하고 있는지, 흔들림 없이 제 갈 길을 잘 가고 있는지 주례사를 볼 때마다 계속 곱씹어보게 됩니다.

아 참, 주례사 뒷부분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반드시 자식을 낳아야 어른이 되고 ‘씨’氏라는 존칭을 받는다는 것을 명심하길 바랍니다. 최근 노령소자 사회가 가장 심각한 문제가 되고 있는데 최소한 둘 이상을 낳아 ‘씨’자가 붙는 완전한 어른이 되고 동시에 인류의 생존과 발전에 기여하길 바랍니다.”

지난 4월 20일, 첫째 딸이 태어났습니다. 내년 이때쯤엔 둘째까지 낳아 가르침 잘 따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