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숨겨진 맛집] 고집으로 만들어낸 음식_KBS 부산 공웅조 기자

많은 분이 관광 혹은 업무 차 부산을 오시면 ‘바다가 보이는 싸고 맛있는 집’이 어디냐고 묻곤 하십니다. 바다에 접해있는 지역이 다 그렇듯 부산 역시 싱싱한 회와 해물들을 쉽게 접할 수 있지만, 조망까지 고려한다면 선택지가 많지 않습니다. 굳이 호텔 레스토랑처럼 안락한 분위기를 고집하지 않으신다면 갓 잡은 생선처럼 생동감이 살아있는 작은 항포구의 난전에서 식사를 하시는 것도 어떨까 합니다.
제가 소개해드릴 곳은 송정해수욕장이라는 제법 큰 해수욕장 인근에 있지만, 경치를 즐길 수 없는 곳입니다. 게다가 분식집입니다. 그런데, 사람들이 번호표를 뽑고 1시간씩 기다려서 기어코 먹고 마는 ‘애증의 분식집’이며 호텔식의 극진한 서비스를 받으며 여유 있게 먹을 수 있는 집이라는 게 참 희한합니다.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밥은 가게에서 직접 도정을 하고 면도 직접 뽑는 ‘자가 도정’, ‘자가 제면’ 분식집이라는 겁니다. 제 호기심을 자극한 게 이것이었습니다.
이곳의 메뉴는 잔치국수, 비빔국수, 찐만두, 김치찌개국수, 김밥 등입니다. 가격도 4,000~6,000원 선입니다. 그런데 특별하지 않은 음식을 비싸지 않게 팔면서도 재료 하나하나에 고집을 부립니다. 손님들이 밖에서 아무리 서성거려도 빨리 테이블을 정리하지 않았습니다. 식기는 녹차 물에 담가서 소독하고 종업원들은 호텔 쉐프 복장으로 위생모까지 갖춰 입고 서빙을 하고 있었습니다. 맛은 어떨까요? 세 살, 두 살 우리 아이들에게 매일 먹여도 안심할 수 있고, 속이 불편하지도 않습니다.
진한 멸치국물에 단순하게 말아낸 잔치국수는 자가제면한 소면 면발이 부드럽게 입안을 감싸고 돕니다. 청양고추를 국물에 섞으면 아주 좋은 해장용 국수로 변신합니다. 국수에는 좋은 김에 자가도정한 밥, 매콤하게 양념한 김치 속을 넣은 김밥이 좋은 궁합입니다. 못 생겼지만, 한 입 무는 순간 입안을 화끈하고 기분 좋게 자극하는 매운 맛은 이 집의 내공이 만만치 않음을 다시 한 번 느낄 수 있게 해줍니다. 매운 맛의 강도는 인공 조미료로 충분히 올릴 수 있지만, 천연재료로 쓰지 않게 매운 맛의 정점을 완성하기는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김치찌개 국수는 국내산 암퇘지와 잘 담근 김장 김치로 만든 김치찌개에 국수를 말았습니다. 남성들이 좋아할 만한 메뉴입니다. 찐만두는 얇은 만두피에 속이 훤히 보이는 꽉 찬 속으로 씹는 맛을 느끼게 해주고, 비빔국수 역시 새콤달콤함이 ‘고급스럽습니다’. 좋은 재료로 정성들여 만들었기 때문입니다. 오곡메밀국수도 추천합니다. 이 집은 한 번 먹어본 사람들이 다른 메뉴가 궁금해서 오지 않을 수 없는 곳입니다.
부산 역시 관광지여서 이른바 ‘뜨내기’ 손님만 상대하느라 조미료 가득한 음식을 내놓는 곳이 많습니다. 자신의 음식에 자부심을 담지 않고 돈벌이로만 생각하는 일부 업주들이 가장 큰 문제입니다. 유명 블로거라는 사람들이 돈을 받고 맛집 평가라는 명목으로 허황된 글을 써대는 것도 문제입니다. 정보의 홍수 속에서 살 듯 우리도 맛집의 홍수 속에서 불쾌함만 늘고 있는 건 아닐까요. 부산에 오시는 분들의 부산의 기자들에게 ‘원주민’이 추천하는 식당을 한 번 물어보시길. 택시기사들께 물어보셔도 좋을 듯합니다. 무뚝뚝한 듯 하지만, 속정 깊은 ‘부산 싸나이’들이 허름하고 맛있는 곳을 데려다 드릴지도 모릅니다.
송정집 부산시 해운대구 송정동 206-7 / 051-704-5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