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술] LA 클럽 난동 사건의 전말_MBC 조승원 기자

나의 술  

90-1

 

90-1* 다음은 ‘나의 술 이야기’가 아닌, ‘내가 좋아하는 아티스트의 술 이야기’이다.

1974년 3월 12일 밤. 미국 LA의 명소인 ‘투르바도르’Troubadour 음악 클럽. 공연이 한창이던 무대로 난데없이 취객이 올라왔다. 이 남성은 연주에 한창인 밴드 멤버들에게 ‘돼지’라고 놀리며 공연을 방해했다. 남성은 곧바로 클럽 직원에게 붙들려 밖으로 끌려 나왔지만, 이후 다시 사고를 친다. 마침 클럽 문 앞에 있던 지역 신문사 여기자에게 주먹을 휘두른 것. 클럽에서 술 취해 공연을 방해하고 폭력까지 행사한 이 못된(?) 남성은 대체 누굴까? 그는 바로 ‘예수보다 유명한’ 비틀즈의 전 멤버 존 레논1)이었다. ‘투르바도르 클럽 난동’으로 기록된 이 사건 때문에 레논은 신문사 여기자에게 거액을 합의금으로 물었고, 클럽에 있던 관객들에게도 다음과 같은 사과 편지를 보내야 했다.

“버릇없이 행동한 것을 사과드리며, 그날 저를 때리지 않은 것에 감사합니다.” – 존 레논 드림-

그럼 레논은 당시에 무슨 술을 얼마나 마셨기에 이렇게 인사불성이 된 걸까? 언뜻 생각하기엔 독한 위스키나 보드카를 병나발 분 게 아닐까 싶지만, 그건 아니다. 레논이 클럽에서 마셨던 건 칵테일 몇 잔이 전부. 그것도 아주 달콤한 칵테일이었다. 카카오 술인 ‘크림 드 카카오’와 우유(크림)를 듬뿍 넣은 이 칵테일의 이름은 ‘브랜디 알렉산더’Brandy Alexander. 도수 높은 브랜디가 들어가지만, 우유와 카카오 맛에 가려 알코올 맛은 거의 느껴지지 않는 부드럽고 달달한 칵테일이다. 그래서 레논은 이 칵테일을 ‘밀크쉐이크’라고 부르기도 했다. 레논이 이 칵테일을 알게 된 건 명곡 ‘Without You’2)를 부른 해리 닐슨Harry Nilsson 때문. 오노 요코와 불화가 생겨 여행 가방 하나 들고 LA로 날아온 친구 레논에게 해리 닐슨은 이 칵테일을 권했고, 레논은 금세 중독돼 거의 매일 마셔댔다. 그러니 결국 투르바도르 클럽 난동 사건의 또 다른 주범은 중독성 강한 브랜디 알렉산더인 셈이다.

브랜디 알렉산더에 대해 한 가지 더. 이 칵테일을 즐길 때 꼭 들어봐야 할 노래가 있다. 캐나다 가수인 레슬리 파이스트Leslie Feist와 론 섹스스미스Ronald Eldon Sexsmith가 함께 만든 ‘Brandy Alexander’. 존 레논이 투르바도르 클럽에서 일으킨 난동 사건에 영감(?)을 받아 만든 곡이다. 이 노래는 파이스트가 먼저 불러 2007년에 자신의 앨범 <The Reminder>에 실었고, 이듬해에는 섹스스미스가 같은 곡을 다시 불러 발표했다. 파이스트 버전이 조금 차분하고 쓸쓸한 반면, 섹스스미스는 템포가 약간 빠르고 록적인 느낌이 강하다. 하지만 두 사람의 노래 모두 딱 한 번만 듣고 나면 멜로디와 가사가 쉽게 잊히지 않는다. 마치 치명적인 중독성을 지닌 브랜디 알렉산더 칵테일처럼 말이다.

자, 그럼 파이스트나 섹스스미스의 ‘Brandy Alexander’를 크게 틀어놓고 존 레논을 떠올리며 브랜디 알렉산더 한 잔 어떤가. 뭔가에 한없이 중독되고 싶은 날이라면 이보다 더 좋은 방법은 없을 테니….

 

브랜디 알렉산더 만드는 법
쉐이커에 얼음을 넣고 브랜디, 크림 드 카카오(브라운), 우유를 각각 30~50ml씩 1:1:1 비율로 넣고 강하게 15회에서 20회쯤 흔든다. 계량컵이 없을 경우, 소주잔 한 잔(가득 따르면 50ml)씩 넣으면 된다. 또 쉐이커가 없으면 텀블러나 보온병에 얼음과 재료 넣고 흔들어도 된다. 참고로 크림 드 카카오는 주류 백화점이나 주류 전문 상가에 가면 쉽게 살 수 있다.

91* 이 글을 쓴 조승원 기자는 국가공인 조주기능사 자격증을 갖고 있습니다.


1) 레논은 “비틀즈가 예수 그리스도보다 유명하다.”라는 발언으로 곤욕을 치렀다.
2) 우리에겐 머라이어 캐리와 에어 서플라이의 리메이크 버전이 더 유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