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선물] 그녀를 위한 두 가지 선물_MBC 강원영동 이용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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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요일이 되면 아침부터 설레는 마음으로 하루를 연다. 일주일간 떨어져 서울과 태백에서 방송하며 살고 있는 우리 부부가 만나는 날이기 때문이다. 결혼한 지 만 5년이 넘었지만, 아내와 함께 살아본 적이 없어서 그런지 아내를 보는 금요일을 기대하며 하루하루 살고 있다.

우리의 시작은 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른 아침, 그녀의 목소리에 잠이 깨고 그녀의 프로그램에서 나오는 음악을 들으며 출근 준비를 했다. 우리의 만남은 그렇게 시작됐다. 나의 삶에 그녀는 그렇게 서서히 녹아들었다. 내가 신청한 곡을 방송해주고, 나의 상황에 맞는 멘트를 읽어주는데, 어떻게 내 마음을 그렇게 잘 아는지…. 그렇게 목소리로만 만나며 반년이 흘렀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의 회사가 삼척에서 행사를 열었고, 방송으로 목소리만 들었던 그녀를 볼 수 있다는 기대감을 안고 행사에 참석했다. 하지만 그녀의 모습을 볼 수 없었다. 그녀가 바로 그날 당직이었기 때문이다. 다시 볼 수 있을 날을 고대하던 중 주변 분들의 도움으로 아내와 처음으로 연락이 닿았다. 하늘로 날아갈 것 같은 기분이었다. 재미있는 것은 그때까지 아내는 나를 트럭 운전기사로 알고 있었다는 점이다. 그도 그럴 것이 아내의 아침 방송에 문자로 참여하면서 오늘은 삼척, 오늘은 정선, 이렇게 취재 가는 곳을 알렸다. 덕분에 아내는 나를 이곳저곳 다니며 라디오로 자신의 방송을 듣는 운전기사로 생각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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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따뜻한 봄날, 푸른 바다를 배경으로 한 속초의 등대 해안도로에서 처음 만났다. 검은색 지프에서 내리는 청바지에 니트를 입은 긴 생머리의 그녀를 보고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다. 반년 가까이 라디오를 통해 음성으로만 만났던 그녀가 내 눈앞에 서 있었다. 어떤 말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 자체가 좋았다. 손가락 한 마디 마디부터, 어디에 눈을 둬야 할지 갈팡질팡했던 내 모습이라니…. 우리는 설악산 기슭에서 저녁을 먹은 뒤 청초호의 야경까지 보고 헤어졌다. 하지만 내 첫인상이 무서워 다시는 안 볼 생각으로 야경까지 구경시켜줬다는 아내의 고백 아닌 고백을 듣고 그저 웃음만 나왔다.

그때부터 동해안 7번 국도를 따라 삼척과 속초를 오가는 단거리(?) 연애의 막이 올랐다. 그때는 카톡이 아닌 문자를 주고받았던 때였지만 그 문자 하나에 가슴 떨렸고, 혹시 문자가 오지 않았을까 하는 기대감에 수시로 휴대폰을 들여다보곤 했다. 그리고 답문을 기다리는 그 마음이란…. 지우지도 않고 보고 또 보며 그녀를 생각했다. 그로부터 한 달 뒤 처가댁 어른들을 뵙고 인사드리면서 우리의 연애는 공식화됐고, 곧 장인어른은 결혼식장과 날짜를 잡으셨다. 무더운 여름 양가에 인사를 했을 때, 결혼은 이미 두 달 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그때 내게는 결혼식을 앞둔 남자들이 일생에 한 번은 거쳐야 하는 거룩한 의식, 프러포즈가 기다리고 있었다. 그동안의 내 마음을 담을 수 있는 것을 프러포즈 선물로 줘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매일 내 가슴을 설레게 했고 미소 짓게 만들었던 그것. 그녀를 처음 만나기 시작한 때부터 100일 동안 주고받았던 문자 메시지를 한 자씩 컴퓨터에 옮겨 적고, 비슷한 이모티콘을 찾으며 정리해나가기 시작했다. 그리 길지 않은 시간이었지만 나를 웃게 하고 세상에서 가장 행복하게 만드는 그 사람과 나눴던 문자를 정리하면서 정말 감사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준비한 문자 메시지들을 프린트하고 책을 만들었다. 나와 그녀의 마음을 전해준 세상에서 단 한 권밖에 없는 책이 만들어진 것이다. 반지와 장미꽃과 케이크, 그리고 책으로 그녀에게 프러포즈를 했고, 감사하게도 그녀는 받아주었다.

그녀를 위한 또 하나의 선물은 매년 함께 떠나는 해외여행이다. 결혼 전 아내에게 약속했다. 결혼하면 많이 바쁘겠지만 매년 당신이 원하는 곳으로 함께 여행하자고…. 열기구에서 해돋이를 봤던 호주에서의 신혼여행을 시작으로 말도 안 통하는 곳에서 겁 없이 렌터카를 타고 지평선을 달렸던 결혼 1년 차 터키와 그리스, 세상에 이렇게 추운 곳과 더운 곳이 다 있나 생각하게 했던 2년 차 러시아와 싱가포르, 역사와 전통 그리고 자유로움을 만끽할 수 있었던 3년 차 영국과 프랑스, 말이 필요 없이 그냥 입이 딱 벌어질 정도의 아름다운 자연을 만끽했던 4년 차 핀란드·스웨덴·노르웨이, 아름다운 해안선을 따라 아드리아해안을 달렸던 5년 차 크로아티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그리고 카타르까지…. 함께 하는 여행은 짧은 연애 기간과 주말 부부의 부족함을 채우고 서로에 대해 더 많이 알게 해준 귀한 선물이었다.

오는 금요일에도 신이 나에게 주신 최고의 선물인 사랑하는 아내를 만날 것을 기대하며 주어진 하루를 살고 있다. 물론 마음을 다 전달할 수 없을지라도 내가 당신을 사랑하고 아끼는 것을 조금이라도 전할 수 있다면, 그것만으로도 감사할 수 있는 마음이 서로에게 가장 큰 선물이라는 생각이 든다. 사랑하는 이에게 주는 선물은 상대를 기쁘게 함과 동시에 결국 자신에게 하는 선물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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